[유유자적, 세상이야기] 행복하고 싶다면, 단순하게 살자!

놀뫼신문
2020-01-10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한 해를 보냈고, 새해가 되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우며 다시 1년을 시작한다. 늘 계획은 거창했다. 필자의 새해 계획을 항상 들어온 가족들은 “계획을 꼭 세워야 해. 그냥 살면 안 돼. 그래서 달라지는 게 뭐야”라며 반문한다.

그럴 때면 “그럼, 세워야지. 세워도 다 못하고 사는데, 그냥 살면 왠지 아무것도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라며 발끈 하자, 말수적은 남편도 한마디 거든다. “아무것도 안되면 어때. 당신 몇 년에 한 번씩은 번 아웃되잖아. 그거보다는 단순하게 살면서 마이너스 안 나는 삶이 낫지 않을까”라는 입바른 소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욕망이 적을수록 자유롭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큰 욕심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해왔는데, 돌이켜보니 필자의 내면에 어쭙잖은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었나 보다. 복잡한 도심생활을 정리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보고자 선택한 귀촌이라는 초심 역시 점점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은 이 모든 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인지도 모르겠다. 

저자 마이케 반 덴 붐이 펴낸 ‘행복한 나라의 조건’에서 단순해서 더 행복하다는 캐나다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 대목을 보면, ‘릴랙스, 항상 백 퍼센트를 다 쏟을 필요는 없다. 물론 게으름을 피우라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더 인간적이 되었으면 하는 뜻이다’, ‘오늘 날씨 정말 좋죠. 여기는 멋진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 당연히 행복하겠죠’, ‘캐나다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즐기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는 직장이나 돈보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길까를 먼저 생각하거든요.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죠. 물건에 집착하지도 않아요. 가진 것이 많으면 그것을 둘 자리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근심이 생기니까요’라며 심플 라이프를 강조한다. 

‘행복의 기원’의 저자 서은국 교수도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거 먹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 격하게 동조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 역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저서에서 행복해지려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야 한다며 대부분 침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하얀 시트커버의 고급 호텔이 기분 좋은 이유가 된다는 설명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거 자주 먹고, 하얀 시트커버의 침대 위에서 잘 자는 것이라고 김 교수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로 행복을 정의했다.

다시 돌아와 그동안 필자가 해마다 세워온 계획들도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제 계획을 세워도 아주 구체화시켜서 현란한 프레임에 갇힌 추상적 계획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에서 필자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단순함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겠다. 잠자리의 기분이 좋아진다는 남편의 말에도 자주 세탁하는 게 귀찮아 장롱 속에 넣어둔 하얀 이불 시트를 먼저 꺼내고, 오돌 삼겹살에 와인 한 잔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저녁을 준비해야겠다.       

     

노태영 라이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