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신부의 마음으로 읽는 글] 종교가, 종교인이 걱정과 의심을 받아서야

놀뫼신문
2020-02-26


요새처럼 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개독이라고 불명예스럽게 불리우는 기독교는 사회의 천덕꾸러기를 넘어 자칫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종교집회를 가장하여 정치쇼를 벌이는 전광훈 목사나 코로나19  지역 확산의 온상이 된 알쏭달쏭 폐쇄적 종교집단인 신천지예수교회나 모두 타종교인들이나 일반인들이 볼 때는 다 똑같은 예수쟁이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그 속내를 잘 아시는 분들은 ‘아니다. 다르다.’라고 반론을 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반론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치 과거 방위라는 군복무 형태가 있었는데, 그 방위나 공수부대 또는 해병대와 같은 최정예부대나 군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군인으로 본다는 것이죠. 공수부대나 해병대는 억울할 수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르는 이들이 볼 때는 모두 한 통속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그런 낮은 차원에서 말씀드리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전광훈 목사부터 말씀드려 볼까요? 그는 빤스목사로 더 유명하지요. 그런데 어쩝니까? 그런 그가 우리나라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으로 기독교계를 이끄는 대표급 지도자이니 말입니다. 껍데기뿐인 한기총을 모르는 대다수 사람들이 볼 때는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적 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상대 진영을 향한 막말과 거짓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라면, 그리고 정부를 전복시키자는 등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다르지요. 집회에 태극기와 함께 등장하는 성조기나 뜬금없는 이스라엘 국기, 도무지 이해불가인 일장기까지 등장하는 질 낮은 행동들은 그들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제 전광훈은 문재인하야범투쟁본부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놓고 이런 짓거리들을 하고 있는데, 더 가관인 것은 기성정치인들이 그곳을 기웃거린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그 세(勢)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인데, 그러니 싸잡아 기독교가 그리고 기도교인이 욕먹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그가 구속되었으니 법의 심판을 받겠죠. 그러나 그로 인한 교회의 추락과 그가 입힌 교회의 내상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가 요새 엄청 핫합니다. 모든 뉴스 타이틀에 신천지가 들어가니 신천지 교단은 절로 광고가 되고 있는 판입니다. 아마 국민들은 그 뉴스를 접하며 신천지가 그렇게 큰 교단이었는지 알고는 놀랐을 겁니다. 다른 교단에서는 신천지를 이단이니 사이비니 하며 연일 우리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글쎄요, 그렇게 알아들을 국민이 얼마나 될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이들의 독특한 예배 방식, 그리고 전도방법이나 새신자들을 위한 교육 방법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 이런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우면서도 집단적이며 광적인 모습 속에서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었으리라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은 부분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들이 이단이라서, 또는 사이비라서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런 이단논쟁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심심할 때 서로 하면 될 일 같습니다. 이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숨게 만들 수 있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천지교회에서도 예배 중단은 물론 신자 공개와 교육장 위치 등을 더 이상 감추지 말고 모두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코로나 때려잡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들의 포교활동보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수천만 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그 어떤 종교도 구호로 외쳐질 때 정치화됩니다. 그 어떤 종교도 강령으로 죄일 때 화석화 됩니다. 대통령을 맘대로 욕해도 잡아가지 않는 나라에서 종교탄압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종교인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종교인이 길바닥에 드러누울 일 없고요, 드러누웠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땡깡부리는 겁니다. 또 비밀결사대처럼 자신의 신분을 숨겨가며 포교활동할 이유도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교단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는 겁니다.

종교가 나라와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종교를 걱정하고 종교인을 의심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