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 울림을 주는 충청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놀뫼신문
2019-12-05


상큼하고 따뜻한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KBS2에서 방영된 ‘동백꽃 필 무렵’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공효진이 나오는 드라마라는 소식에 찾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한번 보다 보니까 매회 챙겨보게 되었다. 재미와 감동들 투성이었다. 서서히 알아차리게 된 것은, 매번 의미를 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백이는 한부모가정(싱글맘)에서 자라다가 어려운 재정형편 때문에 시설에 맡겨져 자랐다. 그래서 늘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을 품고 살았다. 첫사랑 유명야구인(강종렬)과는 부모님 반대 등의 이유로 헤어졌는데, 임신 사실은 감췄다. 동백이가 아이를 낳고 새로 정착한 곳은 첫사랑이 그리워하며 이야기했었던 “옹산”이라는 바닷가 시골동네였다. 그 곳에서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열었다.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곳 “옹산”이라는 곳에서 펼쳐졌다. 옹산은 우리가 사는 충청남도 어디 즈음을 배경으로 한 것 같다. 보령의 어느 바닷가 마을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이 사용하는 사투리, 어감, 시골문화 등이 와 닿아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시골사람들이나 도시사람들이나 마음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다만 문화가 다르긴해서 언어를 사용할 때 잘 살피고 간섭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야기를 펼치면서 던져진 메시지는 순수함, 사랑(로맨스), 우정, 시골인심, 질투, 부러움, 텃세, 간섭, 돈 있는 자들의 거드름, 시어머니와 며느리, 싱글맘, 싱글맘의 아이아빠...... sns증후군, 언론의 진실, 시골 사람들의 오지랖, 어른스러운 아이, 술집여인, 술파는일, 싸이코패스, 가족, 가족의 부담, 가족의 따뜻함, 부모의 마음, 인간마음의 이중성 등이다. 이렇게 생각나는 것만 늘어놓았는데도 몇 줄이나 된다. 

매주 드라마가 끝나면 친구들과 토론처럼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장면에서 메시지 느꼈어?” 주로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며 여러 차례나 공감을 즐겼다. 

주인공 동백이는 소심하고 여린 듯 보였지만 용감했고 씩씩했다. 할 말은 하고 꼭 해야 할 일은 했기 때문에 시원하기까지하다. 공효진은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해 주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이가 남성손님(노주태=건물주)에게 했던 말은 드라마 초창기 신 중 대표적 ‘사이다 장면’이었다. “두루치기는 만원, 땅콩은 8천원, 소주는 3천원이고요. 여기에 제 손목값은 없어요... 그러니까...딱 술이랑 음식만 판다고요, 아셨죠?” 이런 비슷한 대사였던 것 같다. 아직도 가끔은  돈을 주는 편에 있는 사람들이 갑질을 하려는 경향이 남아 있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교환이라서 갑질할 이유가 없는 것인데 말이다. 돈을 주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그만인데 왜 대접까지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대접비를 따로 돈으로 정하자면 비용이 상당히 든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보다. 게다가 습관까지 배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 동백이네 술집같은 장소에서 남성들이 농담을 건넨다든지 하는 습관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 나의 과한 기대일까?ㅎㅎ

한부모가정도 다시 보게 되었다. 동백이같은 여건이 있어서 한부모가정이 되었을 많은 이들에게 “힘내라” 응원을 하고 싶다. 아이의 생부에 대한 편견도 조금은 없어졌다. 저런 상황이라면, 어쩌면 우리도 그 사람처럼 행동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살면서 어떤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만났을 때,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sns로 인한 증후군 중 관종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관심받고 싶은 종자’란 뜻의 관종은 동백이 전남친의 부인인 제시카 이야기였다. 제시카는 모델인데 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후 반응을 살피고 그 맛으로 사는 사람이다. 요즈음 ‘셀카증후군’이란 말도 있던데 사진을 보정해서 올리고 습관이 되어 그 모습이 마치 자신처럼 느끼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드라마 끝날 즈음에는 동백이의 친정엄마가 “행복은 미루었다가 먹지 말고 맛있을 때 바로바로 호로록 먹어버려야 해.” 라고 하자 동백이가 “엄마는 그게 문제야. 행복이 뭐라고 그렇게 아둥바둥 좇아다니고 그래? 행복은 음미하는 거야. 지금 바로 둘러보면 저 꽃들, 바람.....”  여기서  ‘행복은 음미....’ 란 말이 공감되었고, 감동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생각하게 한 적이 있었던가? 오랜 만에 재미있고 두근거리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삶이 팍팍할 때 가끔 꺼내어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다.


오나교 강경고 학부모, 수리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