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 자연양돈농가 이야기를 들으며

놀뫼신문
2019-10-16


뉴스를 챙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TV채널을 넘기다 보니 돼지소식들이 많이 보인다. 또 시작되었구나 싶다. 일부 돼지들이 병에 걸려 전염될 위험이 있어서 다수의 돼지들이 살처분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내게는 크게 다가오는 장면들이다. 

트위터 친구 중 자연양돈을 하는 분이 있어서 그 분 글을 읽곤 하는데 돼지열병은 몸이 약해서 걸리고, 그 병을 못이겨 내서 큰일이 나고 하는 것 같다. 마치 면역력 약한 사람이 감기에 쉽게 걸리고 앓아눕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돼지들은 왜 몸이 약해진 것일까?  미루어 짐작이 된다. 먹기에 좋은 고기를 아주 많이 그리고 빠르게 만들어내기 위해서 가축들이 특별 관리된다고 들었다. 그러면 또 왜 많이, 빨리 만들어 내야 하는 현실일까? 그야 우리 요즘 사람들이 연하면서도 식감 좋고 향기 좋은 고기를 실컷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리라. 고기 구워 먹는 날이면 흔히들 “고기만 먹어라 밥 먹으면 살찐다”고들 하지 않는가. 고기가 반찬이 아니고 주식이 되어버리는 날이 꽤 많다. 

시골에 살면서 행복도를 높여주는 것은 상쾌한 환경이랑 동물친구들이다. 강아지, 고양이, 닭무리, 산양들이랑 같이 살고 있다. 동물을 좋아해서 거두다보니 생소한 산양까지도 함께 산다. 동네 아는 분 집에서 “산양이 새끼를 낳았으니 보러오라” 하셨는데, 아기산양을 보고는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귀여움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산양이 그냥 크는 것처럼 잘 컸는데 우리는 채식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뭘 잘 몰랐었다. 어느 날인가 산양이 울 밖에서 나와 노는데 닭 먹이로 놓인 싸래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때까지는 “싸래기가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었고 잘 먹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산양이 뒷걸음질치며 걷더니 쓰러지고, 결국은 큰 변을 당했다. 병원에 데려가고 수의사도 몇 차례 다녀갔어도 그렇게 되었다. “초식동물은 풀만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수의사에 의하면 “초식동물은 곡식을 먹으면 소화를 못 시킨다”고 하였다. 옛날 분들이 소 키울 때 가끔 콩을 삶아서 여물에 섞어주는 정도만 괜찮은 것인가 보다. 산양은 소과이다. 소도 마찬가지 일 테고 현대에 많은 소들이 옥수수 섞인 사료를 먹는다는데.... 괜찮은가 모르겠다. “소의 몸들이 약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닌지?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돼지도 원래 초식동물이라고 한다. 요즘도 풀을 먹여 키우는 자연농장들이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본래대로 살게 해주면 돼지들도 몸이 튼튼해지지 않을까? 소소한 전염병은 이겨낼 수 있는 정상정인 생명체로 공존하면 참 좋겠다.

우리 집도 나를 빼고는 고기를 좋아한다. 물론 좋아할 수 있다. 다만 콩나물 한 접시 먹듯 반찬으로 고기 한 접시를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될 수 있으면 고기 양을 적게 하고 푸짐히 보이게 요리한다.ㅎㅎ 채소나 고기 비슷한 질감의 버섯 등을 충분히 넣어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에게 “주말에만 고기를 먹자”고 권하곤 한다. 안 그러면 “매일 먹자”고 할 기세다. 

반찬을 고기 없이 하려면 나물도 해야 하고 번거롭기는 하다. 그렇게라도 조금씩 줄여서 수요를 적게 하면 대량생산이 조금이라도 덜 될 터이고, 그러면 돼지 같은 가축들이 지금처럼 살처분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SNS에서 팔로우했다는 어느 소규모 자연양돈집 같은 농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뭐든 소량으로 이익을 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짐작된다. 가축들이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느라 농장주의 이익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분이 올려놓은 글에는 “전염병 치료의 해답은 밀식을 피하고, 인공수정을 피하고, 항생제를 피하고, 햇빛이 들게 해주고, 흙바닥을 밟게 해주는 것 등”으로 적고 있다. 그냥 스쳐듣기에도 복잡하고 힘들어 보인다. 그렇게 관리하니 자연양돈의 돼지들이 면역력이 좋아 안전한 것이었다. 그 자연양돈농가를 조금 더 소개하고 싶다. 그곳은 9무 자연양돈농법을 하고 있다. 9무란 무항생제, 무성장촉진제, 무수입배합사료,  무공장식사육, 무밀식사육, 무인공수정, 무인공분만, 무단미, 무발치이다. 이 중 ‘무단미’에서 단미(斷尾)가 뭔가 했더니 ‘꼬리를 자른다’는 뜻이었다. 

그런 농장인데도 이상하게 아직 복지축사 인증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이 농장주의 생각은 이러했다. 파레트 밑에서 햇빛도 받지 못하는 무창 돈사에서도 복지축사인증을 받은 걸 확인하고는 본인의 농장이 가야 할 길이 아니란 결론을 내려 진정한 복지 축사와는 조금 뒤쳐져 있다는 생각으로 인증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분이 주장하는 것은 “공장식 축산을 농장식으로 바꾸려는 조금씩의 노력이 지금 사태의 해결법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공장식축산을 법으로 금지시킨 핀란드 농업장관의 구제역 0%”라고 하는 기사가 우리 한국 신문에도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을 표현했다. 가축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나도 고기 소비를 조금씩이라도 줄여봐야겠다. 그래서 고기대량생산의 흐름에 아주 작은 방해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내용의 돼지관련뉴스를 덜 볼 수 있겠지!


오나교 강경고 학부모, 수리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