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새로읽기] ‘코로나’는 지나갈 거고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

놀뫼신문
2020-04-29


악수 대신 주먹으로 인사를 한다. 유튜브로 중계되는 온라인 결혼식, 차에 탑승한 채 수산물과 음식물을 구입하는 노량진스루, 집에서 음식 먹는 사진을 전송하는 재택회식, 자연스럽게 현장에 적용되는 원격진료, 엄마수업이 되어버린 원격수업도 등장했다. 날마다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일상에서 목격된다.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승차거래), 워킹스루(Walking-Thru)를 활용한 공격적인 검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투명한 공개 등으로 위기의 순간을 가까스로 버텨낸다. 창의적인 DNA를 가진 사람들과 전문 의료인 덕분이다.

코로나19가 WHO에 의해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된 후, 많은 미래학자들이 코로나 이후 세상을 예측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감염속도가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면 다시 경제는 살아날 것이고 사회생활은 정상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위기의 순간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확연히 다른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페스트는 중세유럽인구의 절반(4000~7000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감소된 노동력으로 인하여 봉건사회는 붕괴되고 약발이 떨어진 면죄부와 기도는 르네상스를 태동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1차대전 말(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후 독일 히틀러 정권의 탄생을 촉발시켰다고 말한다.   이로 미루어 보아 전염병은 세상 변화의 촉매제 혹은 기폭제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전받는 시민사회와 세계화


코로나19바이러스는 비말(飛沫;침방울)이나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 결국 방역의 성패는 사람간의 접촉에 대한 통제다. 작금의 거리두기의 고착화는 혼밥, 혼술, 소확행(小確幸) 등 개인주의적 문화를 더욱 보편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거리두기, 마스크착용 등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극복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적 경험은 성숙된 시민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자기가 속한 국가와 집단에 대한 참여의식은 더욱 고취될 것이며 공동체의식, 공중도덕 등 시민사회의 역량은 확충 강화된다.

반면 중국의 경우, 발표에 따르면 IT기술과 드론, 군경을 동원한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로 감염속도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모든 시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된 셈이다. 

향후, 모든 국가의 리더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와 개방에 기반을 둔 체제를 선택하거나, 혹은 국가권력이 전면에 등장하여 효율적인 치유와 회복에 중점을 둔 전체주의적 체제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는 비효율과 효율, 느슨함과 긴장, 개방과 폐쇄, 자유와 통제, 자율과 감시 등을 속성으로 하는 체제의 분기점이 된다.

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된 이후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경을 봉쇄하였다. 사람들의 왕래나 국가 간의 교역은 급감했다. 경제학자들은 지역주의,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세계화의 쇠퇴를 염려한다. 동시에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하여 강력한 글로벌 통치기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변화의 핵심기술과 정부의 리더십 


코로나19는 전자상거래, 온라인쇼핑 등 네트워크 기반 상거래를 활성화시켰다. 또한 재택근무가 노동의 일반화된 형태로 정착될 가능성도 크다. 원격교육도 정착될 것이다. 많은 의료진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격진료는 수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화의 기저에는 빅데이터(big data), 네트워크(network)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hyper-connected),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IT 원천기술들이 자리하고 있다.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스마트 폰과 신용카드사용, 사람들의 동선(動線) 등은 네트워크(network)망을 통해 빅데이터로 수집, 축적, 분석되었다. 고도의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등은 감염경로를 신속히 파악하였고 의사결정에 활용되었다. 향후 IT기술과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4차산업 혁명에 대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유럽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선진국은 아니었다. 특히 일본은 ‘군국주의적 전체주의’ 잔재가 국민을 통제하는 효율적인 훌륭한 민주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 격리된 동물들의 마음을 알겠다는 중국인들의 심정을 가히 짐작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말 많고 탈 많게 축적되어온 민주시민의 역량과 IT기술, 그리고 잘 구축된 의료시스템을 활용한 정부 당국의 발빠른 대처 덕분에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변화의 격랑에 휩싸일 것이다. 자유와 개방의 시민사회는 효율적으로 처방된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에 도전받는다. 세계주의는 블록화 된 지역주의와 공존을 모색하고, 빅데이터 중심의 초연결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세계질서를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세기적인 변화의 본질은 지금까지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류에서 댐을 막고 있는데 하류에서 어망을 손질하고 새로운 어구를 도입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인 생존의 조건이다. 코로나19는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