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한국 청소년의 근시 현황

놀뫼신문
2019-10-22

고명선 우리성모안과 원장


한국 청소년의 근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히는 굴절이상으로, 먼 곳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이 잘 보이는 눈을 말한다. 근시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일부 유전적 소인과 근거리 작업, 과인슐린 혈증 같은 영양적 요인, 그리고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소인이 복합되어 발생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근거리에서 독서, TV 시청, 컴퓨터 게임 등에 열중하게 되면서 근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근시의 진단은 안과의사가 눈의 굴절상태를 알아냄으로써 진단할 수 있는데 굴절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은 현성 굴절검사와 조절마비 굴절검사가 있다. 

눈에서 조절기능이란 눈의 초점을 맞추는 기능으로 서로 다른 거리에 있는 대상을 명확히 볼 수 있게 하는 작용을 말한다. 먼 곳을 보다가 가까운 곳을 볼 때 조절현상이 일어나고, 반대로 가까운 곳을 보다가 먼 곳을 볼 때 조절이 풀리게 되면서 쉽게 초점을 바꿀 수 있다. 조절이 일어나는 현상은 가까운 곳을 보려할 때 눈 속에 있는 모양체근이 수축하고 모양체 소대가 느슨하게 되고, 수정체가 볼록하게 되면서 굴절력이 커져 가까운 곳의 대상을 잘 보게 된다. 

조절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떨어지게 되어 점점 가까운 곳을 보기 어려워지는데 이것을 노안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과도한 조절현상으로 현성 굴절검사만을 시행하면 없는 근시가 있는 것처럼 나오거나 근시의 정도가 과장되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시가 동반된 경우나 양 눈의 굴절이상값의 차이가 심한 경우에는 굴절이상 검사의 오차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조절마비제를 사용함으로써 조절을 풀어주어 안정된 상태의 굴절력을 알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드물게 조절마비제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처음으로 안경을 맞추는 어린이, 사시가 있는 모든 어린이나 동공이 작아서 굴절검사가 힘든 경우,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어린이에는 반드시 시행하여 정확한 굴절이상값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경을 처방한다.  근시의 치료방법은 안경, 콘택트 렌즈, 각막굴절교정술 및 굴절교정수술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시력의 날인 10월 10일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시력장애를 겪고 있는 인구는 22억 명이 넘는다. 이 중 10억여 명은 이전에 예방할 수 있었거나, 지금부터라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력장애 인구가 이렇게 많은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고소득국가에서는 인구가 고령화하고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당뇨병 발생이 많아 이로인한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증가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 합병증 중 하나인데,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오래 진행되면 실명 위험이 있다. 2017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당뇨병 환자 약 284만여 명이 앓고 있는 합병증 가운데 당뇨병성 망막병증(약 12%)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원인은 저소득국가와 중소득국가가 눈 건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특히 근시 같은 시력장애는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거나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며 "문제는 몇몇 국가에서는 시력건강의 중요성이나 눈 관리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WHO에서는 이때문에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백내장 환자 중 약 6500만 명이 결국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전 세계 약 800만 명은 근시임에도 안경이 없어 시각장애인처럼 살아간다. 

놀랍게도 근시나 원시 등 시력 굴절장애는 고소득국가가 저중소득국가에 비해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 굴절장애란 근시와 원시처럼 대상을 뚜렷하게 보기 위해 수정체가 거리의 초점을 망막에 맺게 하는 조절기능이 떨어지는 장애다.

특히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국가는 근시가 가장 많았다(51.6%).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소득 국가에서는 근시 인구가 약 53.4%나 됐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심각하며,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의 약 97%가 근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에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은 약 67%가 근시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 조사한 통계를 참고해도 국내에서 청소년 근시는 심각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12~18세 청소년의 근시(-0.75디옵터 이상) 발생율은 80.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도 12%나 됐다. 대한안과학회에서는 초등학생의 근시도 1970년대 8~15%였으나 1980년대 23%, 1990년대 38%, 2000년대 46.2% 등 점점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 교수는 "도시에 사는 청소년이 도시가 아닌 지역에 사는 청소년보다 야외활동이 적고, 독서나 스마트기기 사용 등 주로 근거리를 보는 작업 시간이 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WHO 역시 실내 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근시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야외활동을 늘리면 근거리뿐 아니라 중장거리도 자주 보기 때문에 근시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성장기 청소년이 키가 부쩍 자랄 때 근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신장과 관련된 몇몇 유전질환이 근시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아직까지 키와 근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고 설명했다.  (출처: 동아 사이언스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