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개척기] 코로나로 인한 폐해와 자성(自省)

놀뫼신문
2020-09-02

                                                                           

요즈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고 언급되는 단어가 코로나19인 것 같다.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들불처럼 번져 막연한 불안감이 일상을 억누르고 있다. 그 동안 매사 내 의사 결정의 주체는 나 자신이었는데 나의 일상이 사회 규약에 의하여 행동반경에 제약을 받는다. 마치 살얼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인간의 오만과 물질만능주의를 되짚어 보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깨어졌을 때 얼마나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하는지도 실감케 된다. 그동안 당연히 느끼고 누려왔던 소소한 일상들이 새삼 그립다. 

그러나 어찌 최악의 경우만 있겠는가? 인간들의 활동이 주춤해진 사이에 공기가 정화되고 어디선가는 회복되어 가고 있는 자연생태계가 있을 것이다. 개인위생의 중요성, 무심히 반복적으로 누려왔던 일상의 감사함, 특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한계점, 누군가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분들의 노고며....... 재택근무 등으로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진 부부들에게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부인의 가사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었다는 달라진 가장의 모습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하루속히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현재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좀더 배려하고, 좀더 감사하며, 매사에 투철한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짧은 소견이지만 너무 많이 소비하고, 물질 위주로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어떨는지?

이 와중에도 계절따라 해야 할 일은 미룰 수 없다. 2주전 고토석회와 퇴비를 뿌려놓은 밭을 일궈 비닐 멀칭을 하였다. 배추 모종을 반판 심고, 철선을 꼽고, 한랭사를 덮어 마무리했고, 무씨도 뿌렸다. 이미 반쯤 옮겨놓은 고무대야 연못도 다 마무리를 지어 돌로 테두리를 쌓고,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야생화 농원에서 구입해온 용담, 진범, 흰 층꽃, 빨간 베르가못, 장미조팝도 자리를 잡아주었다. 매번 이쪽을 퍼서 저쪽으로 옮기고, 뽑다 심다 반복하는 내게 남편은 “한군데 그냥 두지 힘들게 왜 그리 옮기느냐?”고 타박이다. 나는 즉시 “나 이런 일 하러 밭에 오는 건데?”라고 일갈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활동반경이 좁아지고, 대인관계가 위축된 면은 있으나,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진 일은 없다. 주 2회 밭에 오는 일은 여전하고, 요즘 같아서는 한 술 더 떠 큰 소리도 친다. “당신 이 위기 상황에 이렇게 공기 좋은 곳을 마음 놓고 올 수 있고 심심할 틈 없이 할 일거리도 무궁무진하고,  내가 땀 흘려 가꿔놓은 농장에서 이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잖아요? 다 내 덕인 줄 아시오!” 

그나저나 코로나가 얼른 퇴치되어 더 이상의 희생자 없이 마무리되어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빨리 복귀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전명순(피아니스트, 신양리주말농장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