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도네시아에서 그려보는 마음의 젖줄 논산

놀뫼신문
2020-09-02


L양현광  PT. WPE 부사장


내 고향은 성동면 원봉리3구 증지마을이다. 거기에서 바라보던 파노라마의 첫 장면은 논산천 뚝방길(데보뚝)이 그려놓은 수평선을 따라 저 너머 움푹 꺼진 구름산(구루무산)의 모습이다. 약간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강경의 옥녀봉 모습이 아른거린다. 채운들 역을 지나 논산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던 열차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광활하게 펼쳐진 성동들과 광석들은 우리 모두의 밥줄이었다. 그 생명의 양식은 여전히 우리 논산 식구들을 지탱해주고 있을 것이다. 너른 평야는 우리에게 너른 마음을 품게 해주었다. 샛강에서 발가벗고 목욕하시던 어르신들의 순정은, 지금은 가능하지 않은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리라~~ 사방으로 도로가 나고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전보다 뜸해졌어도 우리네 고향의 인심은 여전 그대로일 것이다. 

어렸을 때 일거수일투족 우리 나이테에 새겨진 추억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게 마련이다. 당시의 행동과 학습한 사상은 성장해가며 모든 인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의 세월을 정치로 말한다면, 7~9대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학교에 다녔는데..... 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으니 정말 무수한 세월이다. 

나는 요즘 고향 친구들이 모인 카톡 대화방에 푸~욱 빠져 있다. 비록 필력은 미약하지만, 타국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고향 생각을 더듬어 글을 써볼까 싶었던 참에 멍석을 깔아놓으니,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있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그러면 친구들이 내 기억의 퍼즐 공배를 메워갈 때, 내 몸 어디에선가 엔톨핀이 솟구침을 느끼곤 한다.


스망까 수력발전 사업 개척중...


나는 2011년부터 약 5년 동안 한국중부발전(주) 소속 법인장으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 파견을 나가 수마트라섬 남부 람풍주에 친환경 에너지인 스망까수력발전(55.4㎿) 사업을 개척하였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약 2억 달러 규모다. 보령에 본사가 있는 한국중부발전을 비롯하여 포스코 건설, BS 에너지 등 국내업체가 참여하였고, 한국수출입은행(KEXIM)이 대주단으로 합류하였다. 여기에서 생산한 전기는 인도네시아 국영전력공사(PLN)와 우리 법인 간에 체결한 전력매매계약서(PPA)에 의해 30년 동안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공급된다. 

특히 한국중부발전은 계약기간 동안 메인 스폰서의 자격으로 발전소의 운영 및 정비를 통해 매년 12.32%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 발전소는 건설에 필요한 대관 인허가, 소요부지 매입, 발전소 및 송전선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필요한 금융 약정 체결 등 이 모두를 국내 전문인력의 참여로 완성했다. 

이 사업은 약 2년 전에 준공하여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제3국에서 투자사업을 한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많고 난해하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돛단배를 어느 방향으로 불어올지 모르는 바람을 잡아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것과도 같다고나 할까? 

 이후 나는 소속된 회사에서 퇴임하고, 현재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인 동업자들과 함께 PT. WPE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신 수력발전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나는 고향사람들


이곳 인도네시아는 적도를 사이에 두고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최대의 도서 국가다. 그 숫자가 17,0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6천여 개다. 대표적인 큰 섬으로는 자바, 수마트라, 칼리만탄, 슬라웨시, 이리얀자야 등 5개를 들 수 있고, 영토의 면적은 한반도의 약 9배다. 

인구는 약 2억 5천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인종도 많아 소수종족까지 합치면 270여 종족이 있어 다양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수도 자카르타는 서울보다 면적은 약간 크지만, 인구는 약 1천만으로 조금 작다. 

대한민국 교민들은 3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신발, 봉제, 의류 공장들이 임금이 더 저렴한 나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민들 간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인도네시아로 살기 위해 떠나가는 사람은 두 번을 눈물을 흘린다”는 말! 한번은 “내가 그 열악한 나라에 가서 어떻게 사느냐?”며 운다. 또 한번은 고국으로 복귀할 때 “이 살기 좋은 곳을 두고 어떻게 떠나냐?”며 운다고 한다. 

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떠나온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곳에서 논산 고향 사람들을 만난다. 연무대에서 일찍 고향을 떠난 가족도 만났다. 이웃 동네 부여 초촌면에서 나와 음식점하는 부부도 만나고, 부여에 사는 친구들도 사귀었다. 외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고국에서 만나는 것보다 반가움이 곱빼기다.


지구촌 공통어 ‘코로나바이러스’


여기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혼돈은 다른 지구촌과 다를 바 없다. 매일 보고되는 통계에 의하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규환자가 연일 1~2천 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돈벌이를 위해 시골에서 상경하여 다닥다닥 붙은 판자집 같은 곳에서 붙어살다 보니, 격리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의료지원도 고국과는 다르다. 감염자의 치료도 각자가 부담해야 한다. 

엊그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교민 중 한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고백했다. 주민 모두가 바짝 긴장중이다. 마트, 식당, 거주지의 동선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녀간 식당과 마트, 병원, 사업장은 모두 폐쇄되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지침 또는 대사관 권고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게 된다. 고향에 계신 모든 부모, 형제자매들이 악성 바이러스로부터 격리되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멀리 자카르타에서 기원한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에게도 내 고향 놀뫼신문을 통하여 안부를 전해 본다. 


L수력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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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수력발전소 공사 착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