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라 경공이 공자께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 대답하시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어버이는 어버이 도리를 극진히 하며,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경공이 말하기를 "좋은 말씀이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어버이가 어버이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면, 비록 곡식이 있더라도 내 어찌 이를 먹으리요.”하였다.
齊景公 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公曰善哉.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답다’라는 말은 어떤 자격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자격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을 잘 수행할 자질을 갖추었고, 그럼으로써 주어진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아버지와 아들이 제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라나 사삿집이나 각자의 본분을 지킬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본분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어떤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원리이다. 사회가 건전해지려면 본분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큰 기계도 작은 나사 하나가 빠지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나사는 기계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본분이요, 벨트는 동력을 다른 곳에 전달하는 것이 본분이다. 그런데 요즘에 본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억누를 수 없다.
■ 여러 갈래의 길
어렸을 적에 내가 살던 집에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그때는 맑은 세상이어서 감나무에는 아무런 악을 하지 않아도 봄에는 싹이 트고, 하얀 감꽃이 핀 자리마다 감이 열렸다. 여름 땡볕에 몸집을 불려 가을이 되면 발갛게 물이 든다. 늦가을 감나무에 매달린 빨간 홍시는 보는 이마다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런데 떫은맛이 좋아서 땡감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사람도 있다.
때가 이르러 홍시가 되기 전에도 따뜻한 물을 담은 단지에 떫은 감을 우리면 떫은맛이 변하여 단맛이 되었다. 감을 우릴 때, 산에서 자라는 참나무 같은 향내가 나는 나뭇가지를 함께 넣으면 단맛에 향긋한 냄새가 배어 그 맛이 일품이었다. 땡감은 떫은맛이 제맛이요, 홍시는 단맛이 제맛이다.
사람도 이와 같아야 한다. 봄이 되면 싹이 틀 줄 알아야 하고, 때에 이르러서는 살을 불려 은혜에 보답하며, 가을볕을 받았으면 겉으로만 붉어질 게 아니라 속에도 단맛이 배어야 한다. 이것이 자기 직분을 성실히 이행하는 선출직이나 공무 담당자의 당연한 태도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알아서 단맛으로 변하기는커녕 떫은맛을 없애려 물에 우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외려 그 떫은맛을 싫어한다고 원망하며 핏대를 낸다.
■ 큰길은 본분을 지키는 것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절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맑은 물이라도 먼 길을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흙탕물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굽이에서는 소용돌이를 만나 바닥에 있던 오물이 떠오를 수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독한 오염물질과 섞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멀리에 근원(根源)을 두고 흐르는 물살은 그리 쉽게 멈추어 서지도 않고, 말라 버리지도 않는다.
급한 일을 당하면 목적지에 더 빨리 가기 위하여 잘 알지 못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그 길이 빠를 것 같았는데 한참을 걷다 보면 걷기 어려운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길이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아는 길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아는 길은 많은 사람이 걸었던 길이요, 그 길은 탄탄하게 다져진 길이다. 목적지에 이르려면 큰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은 바로 본분을 지켜 걷는 길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제 나라 경공이 공자께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 대답하시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어버이는 어버이 도리를 극진히 하며,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경공이 말하기를 "좋은 말씀이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어버이가 어버이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면, 비록 곡식이 있더라도 내 어찌 이를 먹으리요.”하였다.
齊景公 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公曰善哉.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답다’라는 말은 어떤 자격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자격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을 잘 수행할 자질을 갖추었고, 그럼으로써 주어진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아버지와 아들이 제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라나 사삿집이나 각자의 본분을 지킬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본분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어떤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원리이다. 사회가 건전해지려면 본분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큰 기계도 작은 나사 하나가 빠지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나사는 기계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본분이요, 벨트는 동력을 다른 곳에 전달하는 것이 본분이다. 그런데 요즘에 본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억누를 수 없다.
■ 여러 갈래의 길
어렸을 적에 내가 살던 집에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그때는 맑은 세상이어서 감나무에는 아무런 악을 하지 않아도 봄에는 싹이 트고, 하얀 감꽃이 핀 자리마다 감이 열렸다. 여름 땡볕에 몸집을 불려 가을이 되면 발갛게 물이 든다. 늦가을 감나무에 매달린 빨간 홍시는 보는 이마다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런데 떫은맛이 좋아서 땡감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사람도 있다.
때가 이르러 홍시가 되기 전에도 따뜻한 물을 담은 단지에 떫은 감을 우리면 떫은맛이 변하여 단맛이 되었다. 감을 우릴 때, 산에서 자라는 참나무 같은 향내가 나는 나뭇가지를 함께 넣으면 단맛에 향긋한 냄새가 배어 그 맛이 일품이었다. 땡감은 떫은맛이 제맛이요, 홍시는 단맛이 제맛이다.
사람도 이와 같아야 한다. 봄이 되면 싹이 틀 줄 알아야 하고, 때에 이르러서는 살을 불려 은혜에 보답하며, 가을볕을 받았으면 겉으로만 붉어질 게 아니라 속에도 단맛이 배어야 한다. 이것이 자기 직분을 성실히 이행하는 선출직이나 공무 담당자의 당연한 태도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알아서 단맛으로 변하기는커녕 떫은맛을 없애려 물에 우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외려 그 떫은맛을 싫어한다고 원망하며 핏대를 낸다.
■ 큰길은 본분을 지키는 것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절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맑은 물이라도 먼 길을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흙탕물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굽이에서는 소용돌이를 만나 바닥에 있던 오물이 떠오를 수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독한 오염물질과 섞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멀리에 근원(根源)을 두고 흐르는 물살은 그리 쉽게 멈추어 서지도 않고, 말라 버리지도 않는다.
급한 일을 당하면 목적지에 더 빨리 가기 위하여 잘 알지 못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그 길이 빠를 것 같았는데 한참을 걷다 보면 걷기 어려운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길이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아는 길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아는 길은 많은 사람이 걸었던 길이요, 그 길은 탄탄하게 다져진 길이다. 목적지에 이르려면 큰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은 바로 본분을 지켜 걷는 길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