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놀뫼신문』 13번째 생일과 성장통

놀뫼신문
2019-06-24

전영주 발행인


놀뫼신문 발행인으로서 창간 13주년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논산·계룡에서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어 보겠다는 8년여 간의 무모한 도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동안 『논산계룡신문』과 『놀뫼신문』을 발행하면서 동시에 어린이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정기연주회 및 해외공연을 기획하는 등 논산·계룡지역의 문화창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우리지역 청소년들이 문화 소외 지역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시도한 중국 하얼빈과 북경 등 두 차례의 해외공연은, 우리 논산의 시격(市格)을 높여주었다는 평도 들었다. 

와중에 힘들었던 시절도 많았다. 몇몇 부패한 기존 언론과 궤란된 기레기들과의 끊임없는 투쟁이 그 중 하나다. 그들은 자기들 과오는 인정하면서도 본인들 생존과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 서로간  이합집산(離合集散)하면서 정론지인 본지를 협공하였다. 한 언론사 발행인은 본지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투쟁 끝에 실형을 선고 받은 일도 있었다.


놀뫼신문의 탄생 


현재의 놀뫼신문은 『논산투데이』라는 제호로 2006년 6월 30일 등록되어 2006년 8월 21일(월)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그때와 제호도 바뀌고 발행인, 인쇄인 모두 바뀌었으나 <충남다01238>의 등록번호와 2006년 6월 30일의 등록일자가 동일지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당시 『논산투데이』의 창간은 놀뫼새마을금고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으며 3년 후인 2009년 5월부터는 제호를 『놀뫼신문』으로 변경하였다. 2011년 김학용 발행인이 본지를 인수하여 운영하였고, 2015년 8월부터 필자가 발행인으로 나서게 되었다.

창간 당시 『논산투데이』는 놀뫼새마을금고로부터 상당액의 운영비를 지원받았다. 금고로부터 지원받는 점이 역으로 작용하여 지역적 사명감이나 독자와의 소통이 결여되었던 점이 한계로 노정되기도 하였다. 김학영 발행인 시절에는 놀뫼새마을금고의 지원이 끊기자 운영비 조달을 위해 정론직필을 꾀하지 못하고 단기적 운영에 매달린 적도 있어서, 이 역시 제 발등을 찍는 부메랑이 되었다. 

 

시민이 직접 펜 드는 시민저널리즘


기존의 신문들은 언론사 기자단이 생산 보급하는 기사를 매개로 언론은 생산자, 시민은 소비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다 보니 결국 상의하달식 신문문화가 생성되었다. 

그러나 본지는 시민 저널리즘을 추구하였다. 기사의 생산에서 기존 관행과 틀에서 벗어나 시민이 기사생성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공기(公器)인 신문의 뉴스를 공공의 가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기사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도와 영향력을 높임으로써 언론사와 시민이 함께하는 새로운 언론 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현재 시민기자들은 자신과 이웃의 이야기와 귀를 바짝 더 기울인다. 지역공동체 이슈의 주요 쟁점들을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가며, 이렇게 숙의를 거쳐서 도출해낸 공동체 대안들과 그 의미를 기사로 적어낸다. 현장 가운데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기자 한 사람이 지역 현장의 진정한 의미를 공감하고, 이런 민의(民意)를 대변해갈 때 사람 사는 것 같은 동네가 되고 시민사회의 신뢰도 높아만 갈 것이다. 

현재 본지는 매주 <인생노트>를 게재하고 있다. 잔잔한, 때로는 격한 감동도 불러일으키는 이웃 어르신들의 일대기이다. 노인 하나하나는 그 자신이 박물관이라고 한다. 울고 웃던 그 시절 이야기들은, 누군가 나서서 기록해두지 않으면 대부분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이 작업을 현재 본지 시민기자들이 나서서 공동으로 엮어가고 있다. 얼핏 평범한 일생 그렇고 그런 이야기 같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온몸으로 살아온 위대한 소시민들의 철학과 논산지역의 역사까지 용해되어 있다. 이를 특출난 작가에게 맡길 수도 있었겠지만, 평범한 삶을 평범한 대등한 눈높이의 시민기자들 귀와 눈으로 담아냄으로써 논산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해가는 중이다. 특히 한글대학 어르신들 중심으로 하는 진솔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는 본인과 가족, 친척 및 친지들은 물론 주변 이웃들의 문화공감대까지 넓혀가면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친정 놀뫼새마을금고에 대한 걱정과 기대


놀뫼신문의 뿌리가 놀뫼새마을금고에 있으니, 본지의 놀뫼금고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래서 지난 21일(금) 놀뫼새마을금고의 계룡 대실지구 신사옥 건립에 대한 보도를 위하여 해당 관련 자료를 요청하였다. 그런데 담당부서장이 “보도를 하고 안하고는 내가 결정한다”며 일언지하에 묵살하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은 공익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알 권리’를 가지고 있다. 헌법 정신에 따라서 국가 권력도 함부로 억압하지 못하는 ‘시민의 알 권리’를 새마을금고의 팀장이 나서서 본인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유럽과 지중해의 모든 영토를 통치했던 로마, 해가 지지 않는다 자랑했던 대영제국. 우리로서는 제국을 다스려본 나라에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 알 수가 없다. 제국은커녕 언제나 외부의 침략을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로서는 실감나지 않는 말이지만, 엄존하는 역사였다. 

현재 놀뫼새마을금고는 본점 외 6개 지점, 놀뫼장학회, 주유소 등 막강한 브랜치(branch)를 거느리고 있다. 최소한 논산·계룡 권역에서는 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 중 하나인 ‘팍스 브리태니카’에 비견할 만하다.

그러나 내년 2월이면 놀뫼새마을금고의 창업자이자 제국의 건설자는 제국의 달콤한 추억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영원한 제국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다르다!”는 오만과 착각은 언젠가 모든 제국은 과거의 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 앞에서 통곡의 벽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출가외인이라 더 이상의 걱정은 우려일 뿐, 창간 13주년을 맞으며 친정집의 기고만장하고 꼴값스러운 오만이 속상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한 지역에서 어쩌겠는가?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데 앞장서야 하는 언론이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지 않겠는가! 우리가 늘상 이웃하고 사는 개인의 일생이나 모임·단체·기관의 각양각색 흥망성쇠가 좀더 멋지고 아름다운 콘텐츠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3살 놀뫼”의 성장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