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세상이야기] 감정의 언어, 말투

놀뫼신문
2020-04-22


몇 달 전, 한 모임에서의 일이다. 소통하고자 만난 훈훈한 자리가 각자의 말만 하고 서로를 비난하다 급기야 말싸움으로 번지면서 모두의 마음에 그을음만 남기고 말았다.

“저 사람은 말투가 왜 저래”,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하잖아”, “말본새(말하는 모양새나 태도)’하고는~~” 불통의 상대를 향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는 문제나 갈등의 본질보다는 상대방의 말투 때문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말투란 말을 하는 버릇이나 모습을 뜻하는데, 소통을 하기 위한 대화에서는 말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 소통을 잘하는 것일까. 달변가이며, MC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 K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같이 살고 있는 친정엄마와의 관계가 최악이다. 그녀는 고된 일을 마치고도 집에 들어가기를 주저한다. 더 이상 집이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치열한 싸움터라고까지 말한다. 

한 번은 필자가 K의 집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평소 그녀가 말한 대로 K의 모친은 일단 소리통이 컸다. “우리 엄마는 아무래도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거 같아”라고 말할 때면, 과장하지 말라고 했는데, 실제 만나보니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모친의 말투는 상당히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전해들은 얘기로 K의 모친은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거치며 화병이 있었고, 딸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그것이 충족되지 못한 불만들을 독설로 뿜어내면서 딸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K의 모친과 대화를 해보니 딸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도 동분서주하며 가장의 역할을 책임지는 딸의 건강을 위해 재래시장을 다니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음식을 준비하는 데,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딸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이며, 손자 케어까지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데, 정작 딸은 알아주기는커녕,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감정이 상할 때가 더 많다고 했다.

이처럼 말투는 감정의 언어다. 아무리 존댓말을 사용해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지 않다면 불쾌한 말에 지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어도 무심코 던진 말투 때문에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이제부터라도 말투를 바꾸는 연습을 해보자. 말투는 습관이기에 변화가 가능하다.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저서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에서 ‘라벨 효과’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넌 마음이 굉장히 넓구나. 누구에게나 친절하구나”라는 말로 상대방에게 ‘마음 넓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라벨을 붙여 주면, 실제로 상대방도 마음이 넓어지고 불친절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넌 쓸모없어”라는 말로 ‘쓸모없는 사람’이란 라벨을 붙이면 멀쩡한 사람도 쓸모없이 되어 간다며, 속이 뻔히 보일 수 있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기에 기분 좋은 라벨을 붙여주라고 저자는 권한다. 분명 호감도가 올라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도 경험한 바 있다. 평소 지인들에게 재밌는 라벨을 붙여 부르거나 휴대폰에 저장해 두는데, 흥미로운 것은 ‘러블리’ 후배 L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고, ‘키다리’ 선배 H는 뭐든 잘 사주며,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쾌남, 소통왕, 배려여왕, 미소천사 등도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은근히 기대가 된다.  

별거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라벨이 내가 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마법임을 알았기에 관계가 힘든 이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관계가 악화된 상태라면 변화의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는 점만 기억하고 라벨의 단계를 긍정으로 더 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태영 행복을 리츄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