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방의 책읽기] 고전이 된 연애소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놀뫼신문
2020-01-15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평범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랑 소설하고 구별되는 작품이죠.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연애 6년차인 폴과 로제의 권태로움 사이에 젊은 훈남 시몽이 들어와 전개되는 삼각 관계의 이야기>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철학, 사회적 이슈 등이 없는 순수한 연애 이야기입니다. 보통 소설은 논리적 서사와 배경 등의 장황한 서사와 설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블루스나 재즈 음악처럼 묘하게 이어가는 게 특징입니다. 

폴은 39살의 매력있는 인테리어 전문가이며 로제와 6년 사귀고 있는데, 로제는 항상 폴을 기다리게 만들고 그러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게 됩니다. 흔히 있는 오래된 연인들의 권태기가 찾아온 것이라 할 수 있죠. 그것도 중년의 나이에 그러한 일상에 어느 날 시몽이라는 25살의 젊은 청년이 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시몽은 한때 로제와 사귀었던 반 덴 베시의 아들이기도 하지요. 시몽은 잘 생긴 훈남이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수습변호사입니다. 

시몽은 폴에게 반해 지속적인 구애를 하게 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치고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폴은, 마음 깊은 곳에 로제가 있음에도 결국 시몽과 연인이 됩니다. 여기에는 유흥가의 어린여자 메시와 외도를 하는 로제가 있습니다. 로제 또한 마음 깊은 곳에 폴이 존재하고 있죠. 폴은 순수한 청년이자 무모한 열정을 가진 시몽을 좋아하지만 14살의 연하라는 그 당시 사회적 통념의 비난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회의감에 고민을 하고 로제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지요. 

로제는 어린 애인과 육체적 욕망을 채우지만 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폴과 로제는 서로의 간절함을 확인하고 재회를 합니다. 그러나 재회 후 둘은 설렘이나 이런 감정을 갖는 게 아니라 간절함으로 재회하였으나, 생활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권태기의 생활과 행동으로 바로 돌아가 버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나지요. 

 

변방의 아웃사이더 음악가 브람스


폴은 기다림과 외로움, 고독감을 견디지 못해 새로운 애인 시몽을 만나서 밤마다 사랑을 속삭이고 나누고 시몽에 대한 자신도 그 강도를 알 수 없는 소유욕을 가지게 되지만 그녀는 결국 로제에게 돌아갑니다. 자기가 떠나가면 시몽이 자신은 느낄 수없는 아름다운 고통과 아름다운 슬픔을 격렬하게 느끼게 될 시몽을 부러워하면서 돌아갑니다. 자신이 사랑을 위해 6년간 기울여 온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했졌다는 듯이 로제에게 돌아갑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의문형으로 묻는 ‘?’가 아니라 ‘...’ 말줄임 기호인데 이것은 “브람스를 좋아해라, 브람스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암시가 있습니다. 그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음악가 브람스는 변방이고 아웃사이더이며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음악가였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그저 그런 별로인 음악가였죠. 프랑스와즈 사강은 소설 제목에 새로운 세계, 일상의 일탈 세계로 초대를 하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폴은 시몽과 14살 차이인데, 실제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평생 동안 사모하고 사랑을 했는데 브람스가 클라라보다 14살 연하였습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해 일생을 헌신하고 도와주고 그녀를 위해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클라라는 그 마음을 알지만 끝내 마음을 열지 않고 남편의 제자로서 브람스와의 관계를 죽을 때까지 유지합니다. 소설에서 폴과 시몽은 한동안 뜨거운 사랑을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목과 소설 속 등장인물 등의 설정에서 사강은 브람스의 삶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삶은 소설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파란만장했습니다. 10대때 소설을 써서 재능을 인정을 받지만 그녀는 술(알콜), 도박, 마약, 섹스, 낭비 등으로 자신을 탕진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작품을 씁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강이 24세때 쓴 소설이죠. 24세의 여인 중년들의 이야기를 썼는데 중년들의 심리와 감정을 어찌 그리 잘 표현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소유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끌림


저는, 소설 속에서 사랑이란?  “소유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끌림”으로 정리했습니다.  시몽은 폴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고 폴은 로제를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지요. 이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에 비해 자기상황에 매몰되어 무관심과 매너리즘에 빠져 상대방이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게 만들었지요. 

결국 더 애절한 사람이 구애를 하고 사랑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다른 표현으로 써보면 사랑은 늘 그렇듯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이죠. 폴과 로제의 관계에서는 폴이 약자고 폴과 시몽의 관계에서는 시몽이 약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즉, 자기가 만족하지 못한 소유욕에 대한 이끌림이 잘 보이는 사랑이야기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권태로운 상태로 회귀하는 반전을 보여주고 끝납니다. 어찌 보면 중년의 시기에 안정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중년이라는 한계성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1959년에 쓰여진 작품인데 60여년이 지난 지금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문학성을 가진 로맨스를 보여줍니다. 이름난 고전이 가지고 있는 힘을 확인하게 되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고 망설일 때는 고전을 선택하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그만큼 검증된 책이라는 말입니다. 한순간 지나가는 유행가 같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읽혀져 오는 고전은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습니다. 


김가방 시인, 건양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