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뫼단상] 서해와 황해

놀뫼신문
2019-12-18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는 참으로 많은 문제가 얽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반도체 생산용 소재들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재팬 운동을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이, 때로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우리나라 동쪽 바다의 이름을 둘러싼 갈등이다. 을룽도와 독도가 놓여 있는 동쪽 바다를 우리는 동해(East Sea)라 부르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고 부른다. 그동안 국제적으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 바다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 때문에 일본해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민간과 정부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상당수국가에서 지도를 만들거나 다른 자료를 제작할 때 우리가 부르는 이름으로 표기되고 있고, 때로는 두 가지 이름이 함께 표기되기도 한다. 


황해는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


바다의 이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갈등의 원인은 우리의 생명이나 재산에 관계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자존심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영토와 맞닿아 있는 바다 물결에 일본식의 이름이 표기되는 것에 대한 민족적 분노이며, 이 분노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된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바다 이름에 대해서 또 하나 짚고 가야할 부분이 있다. 우리의 동쪽바다 이름이 동해라고 한다면 서쪽 바다의 이름은 어떤가? 우리는 그 바다를 서해라고 부른다. 서쪽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의 이름이 모두 정리가 된다. 동해, 서해 그리고 남해라는 이름은 모두 우리 영토를 기준으로 하여 그 바다가 놓여 있는 방향에 따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곳들이 있다. 황해(黃海/Yellow Sea)는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중국은 산동반도 동쪽의 바다를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상하이 남쪽의 바다는 동해(東海/East China Sea)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이 산동반도의 동쪽, 즉 우리나라의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황하(黃河/Yellow River)에서 유출되는 황색의 점토나 암석가루들이 바다로 흘러들어 늘 바다색이 누렇게 흐려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곳으로 흘러드는 강 이름이 황하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바다를 부를 때 굳이 황해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본과는 바다 이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국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가의 자존심을 세워야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열심히 황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충청남도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자. 충청남도는 최근 충청남도의 미래 발전계획을 담은 야심찬 국토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환황해권 선도사업’을 대폭 반영했다고 발표하였다. 충청남도가 도정을 홍보하면서 ‘환황해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일이 충남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충남과 함께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기도도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평택항을 ‘환황해권 다기능 종합거점항만’으로 육성하겠단다.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바다 이름 바로잡기는 동해만이 아니다. 


필자는 서해바다의 이름을 가지고, 동해에서 그랬듯이 다시 중국과도 다툼을 벌이자고 주장할 생각은 아직 없다. 물론 국제적으로 서해가 아니라 황해라고 불리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일본과의 갈등도 진행 중인데 그 전선을 중국까지 확대할 필요는 아직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황해가 아니라 서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환황해권이라고 하는 용어가 등장하는 배경을 전혀 모르지는 않다. 중국과의 교역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테니까. 그러나 아무리 교역이 중요해도 이름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그리 해서는 안 된다. 

동해를 동해라고 하는 것이 맞다면, 서해도 서해라고 불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