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를 앞둔 거리 곳곳에는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펄럭인다. 저마다 가을꽃처럼 얼굴을 내밀고, 시민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성현 논산시장의 현수막 문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다가온다. 지난해의 “세계가 논산에 반하다”에 이어 올해도 “세계가 논산을 주목하다”라는 형이상학적 문장을 사용했다.
논산의 현실과 시민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외부의 시선을 빌려 자신을 포장하려는 문장처럼 보인다. 디자인 또한 허접하다. 수많은 공직자의 조력을 받고 있는 논산시장의 현수막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도시의 얼굴이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현수막을 보며 얼마 전 종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드라마 속 황동만(구교환)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에서 그는 20년째 영화감독 준비생이면서도 누구보다 날카롭게 타인의 작품을 평가한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그를 비호감으로 여기지만, 실은 그 역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었던 인물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나를 알아달라”고 외친다. 허세와 열등감, 분노와 과장이 뒤섞인 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신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 시작된다. 답을 내놓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면 해결의 절반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질문조차 할 수 없다.
책 한 권 읽고 세상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말도 있다. 지금 논산시정에 필요한 것은 “세계가 논산을 주목하는가”라는 홍보 문구가 아니다. “어떻게 빚을 최소화하며 엑스포를 치를 것인가”, “어떻게 건전한 재정을 지킬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지난 4년간 재정안정화기금 1,394억 원이 소진됐고, 청사건립기금까지 담보 차입해 썼다. 여기에 최근 추경을 통해 169억 원의 지방채도 발행됐다. 각종 기금과 차입을 합쳐 1,800억 원 이상의 적지 않은 재정을 소진한 것이다.
논산세계딸기산업엑스포 예산도 당초 197억 원에서 240억 원대로 늘었다. 국비는 그대로인 반면 도비 17억과 시비 17억, 자부담 수익사업이 9억 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시비 부담 56억 원과 수익사업 목표 88억 원이 계획대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시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더구나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만일 향후 확정판결로 시장직 공백이 발생한다면, 확대된 사업과 재정 부담의 책임을 결국 "누가 감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혈세를 지키는 행정의 숙제다.
다시 드라마 속으로 가보자.
드라마에서 형 진만(박해준)은 동생 동만(구교환)에게 말한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움직이며 “내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하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춰 자신이 누구인지 보라고. 인간은 ‘휴먼 두잉(doing)’이 아니라 ‘휴먼 비잉(being)’이라는 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성취를 과시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저절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세계가 주목하는 논산’이라는 선언이 아니라, 빚에 흔들리지 않고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단단한 논산이다.
- 전영주 편집장
한가위를 앞둔 거리 곳곳에는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펄럭인다. 저마다 가을꽃처럼 얼굴을 내밀고, 시민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성현 논산시장의 현수막 문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다가온다. 지난해의 “세계가 논산에 반하다”에 이어 올해도 “세계가 논산을 주목하다”라는 형이상학적 문장을 사용했다.
논산의 현실과 시민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외부의 시선을 빌려 자신을 포장하려는 문장처럼 보인다. 디자인 또한 허접하다. 수많은 공직자의 조력을 받고 있는 논산시장의 현수막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도시의 얼굴이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현수막을 보며 얼마 전 종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드라마 속 황동만(구교환)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에서 그는 20년째 영화감독 준비생이면서도 누구보다 날카롭게 타인의 작품을 평가한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그를 비호감으로 여기지만, 실은 그 역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었던 인물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나를 알아달라”고 외친다. 허세와 열등감, 분노와 과장이 뒤섞인 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신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 시작된다. 답을 내놓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면 해결의 절반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질문조차 할 수 없다.
책 한 권 읽고 세상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말도 있다. 지금 논산시정에 필요한 것은 “세계가 논산을 주목하는가”라는 홍보 문구가 아니다. “어떻게 빚을 최소화하며 엑스포를 치를 것인가”, “어떻게 건전한 재정을 지킬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지난 4년간 재정안정화기금 1,394억 원이 소진됐고, 청사건립기금까지 담보 차입해 썼다. 여기에 최근 추경을 통해 169억 원의 지방채도 발행됐다. 각종 기금과 차입을 합쳐 1,800억 원 이상의 적지 않은 재정을 소진한 것이다.
논산세계딸기산업엑스포 예산도 당초 197억 원에서 240억 원대로 늘었다. 국비는 그대로인 반면 도비 17억과 시비 17억, 자부담 수익사업이 9억 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시비 부담 56억 원과 수익사업 목표 88억 원이 계획대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시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더구나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만일 향후 확정판결로 시장직 공백이 발생한다면, 확대된 사업과 재정 부담의 책임을 결국 "누가 감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혈세를 지키는 행정의 숙제다.
다시 드라마 속으로 가보자.
드라마에서 형 진만(박해준)은 동생 동만(구교환)에게 말한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움직이며 “내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하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춰 자신이 누구인지 보라고. 인간은 ‘휴먼 두잉(doing)’이 아니라 ‘휴먼 비잉(being)’이라는 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성취를 과시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저절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세계가 주목하는 논산’이라는 선언이 아니라, 빚에 흔들리지 않고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단단한 논산이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