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그때의 심한 고통도 그런대로 지낼 만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미 지나간 것이기도 하려니와 내가 그것을 견디어 냈으니 대견하기도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여름은 대단한 더위였다. 날마다 기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다고, 고온 신기록을 날마다 경신하던 때가 있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듯한 더위는 하루를 견딜 것을 걱정하게 했다. 당국은 날마다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행동 요령을 안내했다. 그럼에도 온열 질환 사망자는 매일 발생했고, 그날의 사망자가 몇 명인가 하는 것이 뉴스 보도의 한 꼭지가 되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논밭의 농작물도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잎이 타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들의 열매는 알차지 못했다.
난폭한 점령군 같았던 더위는, 그 끝을 갈망하는 우리의 염원대로 드디어 물러갔다. 계절에 따른 기후의 변화에 우리는 감탄하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제 날씨는 살 만한데 경기가 좋지 않다고 여럿이 말한다.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그렇다면 좋겠다. 앞에서 말한 대로, 지내고 나면 견딜 만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어쩌면 우리는 고통을 겪을 당시에는 실제보다 더 크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전에는 없던 일’이라거나 ‘어느 때보다 가장 심각한 불경기’ 같은 말을 써 가며 경기의 쇠퇴를 얘기하는 것은 듣기에 안타깝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 아니고 몇 사람의 엄살이었으면 좋겠다. 늘 국민을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는’ 정부가 그 심각함을 언급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 그랬으면 좋겠다.
‘한가위만 같아라’의 참의미
요즘 들어 ‘살기 좋은 때’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한낮의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흔드는 바람은 다정하여 걸어 잠그지 않고 방 안으로의 진입을 허용한다.
들판이 누렇게 변했다고 했더니, 이미 벼를 벤 논도 있다고 한다.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을 누릴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위대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가을날의 햇볕이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고 포도주 속에 단맛이 스미게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익어서 단맛이 스미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하는 말에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먹을 것이 풍성해져서가 아닐 것이다. 기후와 식량뿐 아니라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느긋해져서 이웃을 관대하게 대접하고 거기서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진원지는 마음
아무리 기후가 좋고 먹을 것이 풍부하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녀들이다. 또 일가친척과 가까운 이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들이 가난에 빠져있거나 병에 시달린다면 나의 행복은 크게 손상된다.
지진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지구 내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복도 우리의 마음에서 솟아난다. 몸에도 자극하면 쾌감을 느끼는 데가 있고 고통을 주는 데도 있다. 마음 또한 그렇다. 어떤 소식을 듣거나 행동을 보면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불쾌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 쾌감이 바로 행복이다.
지금 진행되는 장관 후보자 청문 과정을 보면서, 능력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기쁨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고통을 느낀다. 이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일이 다 그렇다. 그래서 늘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잘 다스려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작은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
길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고 고통을 준다. 어제도 땅거미가 질 무렵 운전하다가 갑자기 큰 경적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여 그걸 깨우쳐 주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수습하여 생각해 보니 나 때문은 아닌 듯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어느 누가 무엇 때문에 경적을 울렸는지 모르겠으나 그의 행동은 결코 주변의 몇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행위가 아니었다.
남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사람보다 허술하게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좋다. 철저한 논리로 대적하여 상대에게서 항복을 받는 사람보다 대충 하다가 그만둘 줄도 아는 사람이 좋다. 그러면서도 용모가 단정하고 언행에는 늘 신중한 사람이 좋다. 이것은 나를 타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지나고 나면 그때의 심한 고통도 그런대로 지낼 만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미 지나간 것이기도 하려니와 내가 그것을 견디어 냈으니 대견하기도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여름은 대단한 더위였다. 날마다 기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다고, 고온 신기록을 날마다 경신하던 때가 있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듯한 더위는 하루를 견딜 것을 걱정하게 했다. 당국은 날마다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행동 요령을 안내했다. 그럼에도 온열 질환 사망자는 매일 발생했고, 그날의 사망자가 몇 명인가 하는 것이 뉴스 보도의 한 꼭지가 되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논밭의 농작물도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잎이 타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들의 열매는 알차지 못했다.
난폭한 점령군 같았던 더위는, 그 끝을 갈망하는 우리의 염원대로 드디어 물러갔다. 계절에 따른 기후의 변화에 우리는 감탄하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제 날씨는 살 만한데 경기가 좋지 않다고 여럿이 말한다.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그렇다면 좋겠다. 앞에서 말한 대로, 지내고 나면 견딜 만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어쩌면 우리는 고통을 겪을 당시에는 실제보다 더 크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전에는 없던 일’이라거나 ‘어느 때보다 가장 심각한 불경기’ 같은 말을 써 가며 경기의 쇠퇴를 얘기하는 것은 듣기에 안타깝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 아니고 몇 사람의 엄살이었으면 좋겠다. 늘 국민을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는’ 정부가 그 심각함을 언급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 그랬으면 좋겠다.
‘한가위만 같아라’의 참의미
요즘 들어 ‘살기 좋은 때’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한낮의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흔드는 바람은 다정하여 걸어 잠그지 않고 방 안으로의 진입을 허용한다.
들판이 누렇게 변했다고 했더니, 이미 벼를 벤 논도 있다고 한다.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을 누릴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위대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가을날의 햇볕이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고 포도주 속에 단맛이 스미게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익어서 단맛이 스미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하는 말에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먹을 것이 풍성해져서가 아닐 것이다. 기후와 식량뿐 아니라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느긋해져서 이웃을 관대하게 대접하고 거기서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진원지는 마음
아무리 기후가 좋고 먹을 것이 풍부하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녀들이다. 또 일가친척과 가까운 이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들이 가난에 빠져있거나 병에 시달린다면 나의 행복은 크게 손상된다.
지진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지구 내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복도 우리의 마음에서 솟아난다. 몸에도 자극하면 쾌감을 느끼는 데가 있고 고통을 주는 데도 있다. 마음 또한 그렇다. 어떤 소식을 듣거나 행동을 보면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불쾌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 쾌감이 바로 행복이다.
지금 진행되는 장관 후보자 청문 과정을 보면서, 능력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기쁨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고통을 느낀다. 이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일이 다 그렇다. 그래서 늘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잘 다스려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작은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
길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고 고통을 준다. 어제도 땅거미가 질 무렵 운전하다가 갑자기 큰 경적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여 그걸 깨우쳐 주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수습하여 생각해 보니 나 때문은 아닌 듯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어느 누가 무엇 때문에 경적을 울렸는지 모르겠으나 그의 행동은 결코 주변의 몇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행위가 아니었다.
남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사람보다 허술하게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좋다. 철저한 논리로 대적하여 상대에게서 항복을 받는 사람보다 대충 하다가 그만둘 줄도 아는 사람이 좋다. 그러면서도 용모가 단정하고 언행에는 늘 신중한 사람이 좋다. 이것은 나를 타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