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복지는 빈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시키는 일

2026-08-22


사회복지는 왜 ‘개인복지’가 아니라 ‘사회복지’일까.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빈곤과 질병, 실업, 장애, 노령 등의 위험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속에서 누구나 예기치 않은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개인에게만 맡긴다면 빈곤과 불평등은 대물림되고 사회적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삶의 위험을 사회가 함께 나누고 책임하기로 약속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의 출발점이다.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약 21.6%에 이르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도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한 사례다. 노령에 따른 소득 감소와 치매·중풍 등으로 발생하는 돌봄 부담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크게 공공부조와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라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부조는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제도다. 사회보험은 질병과 실업, 산업재해, 노령 등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서비스는 상담과 돌봄, 사례관리, 재활 등을 통해 개인과 가족이 일상을 회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국민의 일상과 삶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목적은 같다.


지원에서 회복으로, 제도에서 사람으로


그러나 오늘날의 복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사회복지는 빈곤을 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회복’과 ‘삶의 질’을 중요한 가치로 바라보고 있다.

복지의 목적은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만 있지 않다.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계획하며 살아갈 힘을 되찾도록 돕는 데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적 빈곤 못지않게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단절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과 이웃의 관계가 약해지면서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로움과 고립이라는 새로운 복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사람과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사회적 연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례관리와 지역사회복지는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가족과 이웃,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 중심’이라는 가치가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제도와 서비스에 사람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당사자의 욕구와 강점, 선택을 존중하면서 그 사람에게 필요한 제도와 서비스를 함께 찾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복지의 출발점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복지 현장의 최일선에서 민원 신청서를 접수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이 처한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실천가가 돼야 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주민의 삶과 지역사회를 회복시키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작은 민원 하나에도 누군가의 오늘과 내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좋은 복지는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얼마나 많은 지원을 제공했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지원을 통해 한 사람이 다시 희망을 품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힘을 되찾았는지, 지역공동체 안에서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사회복지는 어려운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제도가 아니다.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위험을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그래서 복지는 빈곤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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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무 사회복지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