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수야, 여기 이상한 고기가 잡혔어! 이게 뭐야? 올챙이처럼 까맣고 못생겼어….”
민수가 다가와 힐끔 보더니 말했습니다.
“아~ 이거? 우리 동네 어른들은 ‘효자고기’라고 부르더라. 근데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몰라.”
“에이, 별로 안 예쁘잖아!”
범이는 색도 칙칙하고 피라미처럼 반짝거리지도 않는 볼품없는 그 물고기를 주전자에 담는 대신 물가에 탁 털어버렸습니다. 가엾게도 작은 물고기는 강돌 옆에 툭 떨어져 파르르 떨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둘은 별생각 없이 다시 족대와 소쿠리를 챙겨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범이야, 우리 오늘 주전자 꽉 채워보자!”
“그래! 물수제비 대결도 하자!”
물소리, 웃음소리, 매미 소리…. 두 친구의 웃음과 함께 여름 한낮 햇살 아래 냇물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너무 신나게 놀아 지친 범이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3 꿈속에 나타난 둥구나무 신령님
밤이 깊었습니다. 바람이 쉬~익 불고, 매미 소리가 잠잠해진 그때.
“범이야~ 범이야~.”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범이야… 일어나 보거라….”

범이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분명히 할머니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어느새 둥구나무 아래에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둥구나무 밑 평상 위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하얀 도포를 입고, 긴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할아버지였습니다. 등 뒤에는 느티나무처럼 넓고 굳센 기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누… 누구세요?”
겁먹은 범이는 말을 더듬었습니다.
“나는 이 마을을 오래오래 지켜온 온 둥구나무 신령이란다.”
“정말요…? 진짜로요…?”
“오냐~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단다. 오늘 낮에 너는 아주 특별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었더구나.”
“혹시… 그 까만 물고기요?”
범이의 눈이 커졌습니다.
“맞다. 그 물고기는 그냥 못생긴 고기가 아니란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을문이’란다.”
“을…문이…?”
“그래,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 아이를 ‘효자고기’라고 불러왔지. 왜 그런지…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마.”
신령님은 손을 천천히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마치 영화처럼 주변이 변하더니, 눈 덮인 들판이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겨울이에요?”
“그래. 500년 전 바로 이곳 논산이란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지.”
#4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을문이’의 아름다운 희생
신령님은 다시 한번 옷자락을 펄럭였습니다. 그러자 범이는 하얀 눈밭 위에 서 있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사람을 보거라. 저 젊은이가 바로 ‘강응정’이라는 효자란다. 어머니를 정성껏 모실 뿐만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을 일에도 솔선하는 아주 훌륭한 젊은이란다.”
범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선비 차림의 사내가 품에 무언가를 소중히 안고 눈밭을 걷고 있었습니다. 발자국마다 눈이 뽀드득 소리를 냈습니다.
“편찮으신 어머니께서 고깃국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저 멀리 양촌장까지 다녀오는 길이란다. 춥고 먼 길이었지만, 효자는 기꺼이 길을 나섰지.”

하지만 응정이 논산천 얼음길을 건너던 순간.
“아… 으악!”
응정은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하다 그만 넘어졌습니다. 가슴에 품고 있던 항아리가 툭 하고 굴러가더니, 와장창 깨졌습니다. 그러자 그 안에 담긴 고깃국이 눈 위로 흘러나왔습니다.
“아… 어머니 드릴… 고깃국이….”
응정은 엉덩방아를 찧은 아픔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눈발 사이로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때 논산천 물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보였습니다. 작고 까만 물고기 떼였습니다.
“이… 이건… 을문이잖아?”
범이가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신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을문이들은 작고 약해서 꺽지나 메기, 가물치 같은 큰 고기들에게 늘 쫓기며 살아왔단다. 도망치고, 숨고, 두려워 벌벌 떨면서… 가끔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그냥 잡아 먹혀버릴까?…’ 하고 말이다.”
범이는 그 말에 목이 메었습니다.
“그날, 논산천 물속은 몹시 차가웠단다. 을문이들은 늘 그랬듯 바위틈에 숨거나 모래 속에 몸을 파묻은 채 조용히 떨고 있었지. 큰 고기들의 그림자가 스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 꼼짝도 하지 못했지.”
신령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지막하고 힘찬 목소리가 물속 깊은 곳까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너희들의 몸을 효자에게 맡기거라. 너희들이 고깃국을 대신해서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있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뜻깊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억지로 먹히는 삶보다, 스스로 주는 삶이 영원할 것이니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세요!)

고담 정재근
현)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전)행정안전부차관, 충청남도 기획조정실장
ideatnak100@gmail.com
유튜브 “정재근TV”
“민수야, 여기 이상한 고기가 잡혔어! 이게 뭐야? 올챙이처럼 까맣고 못생겼어….”
민수가 다가와 힐끔 보더니 말했습니다.
“아~ 이거? 우리 동네 어른들은 ‘효자고기’라고 부르더라. 근데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몰라.”
“에이, 별로 안 예쁘잖아!”
범이는 색도 칙칙하고 피라미처럼 반짝거리지도 않는 볼품없는 그 물고기를 주전자에 담는 대신 물가에 탁 털어버렸습니다. 가엾게도 작은 물고기는 강돌 옆에 툭 떨어져 파르르 떨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둘은 별생각 없이 다시 족대와 소쿠리를 챙겨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범이야, 우리 오늘 주전자 꽉 채워보자!”
“그래! 물수제비 대결도 하자!”
물소리, 웃음소리, 매미 소리…. 두 친구의 웃음과 함께 여름 한낮 햇살 아래 냇물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너무 신나게 놀아 지친 범이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3 꿈속에 나타난 둥구나무 신령님
밤이 깊었습니다. 바람이 쉬~익 불고, 매미 소리가 잠잠해진 그때.
“범이야~ 범이야~.”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범이야… 일어나 보거라….”
범이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분명히 할머니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어느새 둥구나무 아래에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둥구나무 밑 평상 위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하얀 도포를 입고, 긴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할아버지였습니다. 등 뒤에는 느티나무처럼 넓고 굳센 기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누… 누구세요?”
겁먹은 범이는 말을 더듬었습니다.
“나는 이 마을을 오래오래 지켜온 온 둥구나무 신령이란다.”
“정말요…? 진짜로요…?”
“오냐~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단다. 오늘 낮에 너는 아주 특별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었더구나.”
“혹시… 그 까만 물고기요?”
범이의 눈이 커졌습니다.
“맞다. 그 물고기는 그냥 못생긴 고기가 아니란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을문이’란다.”
“을…문이…?”
“그래,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 아이를 ‘효자고기’라고 불러왔지. 왜 그런지…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마.”
신령님은 손을 천천히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마치 영화처럼 주변이 변하더니, 눈 덮인 들판이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겨울이에요?”
“그래. 500년 전 바로 이곳 논산이란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지.”
#4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을문이’의 아름다운 희생
신령님은 다시 한번 옷자락을 펄럭였습니다. 그러자 범이는 하얀 눈밭 위에 서 있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사람을 보거라. 저 젊은이가 바로 ‘강응정’이라는 효자란다. 어머니를 정성껏 모실 뿐만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을 일에도 솔선하는 아주 훌륭한 젊은이란다.”
범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선비 차림의 사내가 품에 무언가를 소중히 안고 눈밭을 걷고 있었습니다. 발자국마다 눈이 뽀드득 소리를 냈습니다.
“편찮으신 어머니께서 고깃국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저 멀리 양촌장까지 다녀오는 길이란다. 춥고 먼 길이었지만, 효자는 기꺼이 길을 나섰지.”
하지만 응정이 논산천 얼음길을 건너던 순간.
“아… 으악!”
응정은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하다 그만 넘어졌습니다. 가슴에 품고 있던 항아리가 툭 하고 굴러가더니, 와장창 깨졌습니다. 그러자 그 안에 담긴 고깃국이 눈 위로 흘러나왔습니다.
“아… 어머니 드릴… 고깃국이….”
응정은 엉덩방아를 찧은 아픔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눈발 사이로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때 논산천 물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보였습니다. 작고 까만 물고기 떼였습니다.
“이… 이건… 을문이잖아?”
범이가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신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을문이들은 작고 약해서 꺽지나 메기, 가물치 같은 큰 고기들에게 늘 쫓기며 살아왔단다. 도망치고, 숨고, 두려워 벌벌 떨면서… 가끔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그냥 잡아 먹혀버릴까?…’ 하고 말이다.”
범이는 그 말에 목이 메었습니다.
“그날, 논산천 물속은 몹시 차가웠단다. 을문이들은 늘 그랬듯 바위틈에 숨거나 모래 속에 몸을 파묻은 채 조용히 떨고 있었지. 큰 고기들의 그림자가 스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 꼼짝도 하지 못했지.”
신령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지막하고 힘찬 목소리가 물속 깊은 곳까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너희들의 몸을 효자에게 맡기거라. 너희들이 고깃국을 대신해서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있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뜻깊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억지로 먹히는 삶보다, 스스로 주는 삶이 영원할 것이니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세요!)
고담 정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