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훈련장으로 가려면 우리 집에서 가까운 신작로를 지나야 했다. 그때는 어찌 그리도 잠이 쏟아졌는지 아침에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어나야 한다면서도 일어서지 못하던 잠결에 자주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한참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차려지고 감겼던 눈이 서서히 열렸다. 1962년에 발표되었는데 세상이 많이 변한 지금도 병사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가짜 사나이가 판치는 세상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지 않으나 가끔 입속으로 흥얼거릴 때가 있다. 그때 자주 부르는 노래가 <진짜 사나이>이다. 가사도 좋고 곡조도 힘차서 노래를 부르면 힘이 솟아난다. 그때마다 진짜 사나이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한다. 기골이 장대하여 힘이 넘치는 사람, 아무 데서나 웃통을 벗고 근육질을 자랑하는 사람, 고급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처럼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 두주불사(斗酒不辭)하는 사람이 진짜 사나이라고 말할 사람은 적다.
그러면 발 빠르게 시류에 대처하여 큰 재산을 모아 고대광실(高臺廣室)에서 사는 사람, 처자를 여유 있게 건사하고 흥청대는 사람, 늘 과도한 자신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람은 가급적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이다. 또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한답시고 남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나 자신의 지위에 도취하여 거들거리는 사람도 만나면 얼른 헤어지고 싶어 서둘러 자리를 뜬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칼자루를 쥐면 그 칼이 크든 작든, 날카롭든 무디든 칼집에 그냥 두지 않는다.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칼을 꺼내 흔들다가 마구 휘두른다. 많은 사람들이 칼은 쓸수록 더욱 날카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날카롭다. 칼을 휘두르면서 점점 무디어져서 마침내 날이 없는 칼이 되고 만다. 훌륭한 검사(劍士)는 사과를 깎아 먹거나 채소를 다듬기 위해 칼을 쓰지 않는다. 이런 일은 졸개들이나 하는 짓이다.
가짜가 너무 많다. 진짜는 찾아보기 어렵고 가짜들이 줄지어 나팔을 불며 행진한다. 어느 시대인들 가짜가 없었겠느냐만 이렇게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시대, 가짜가 진짜를 비웃는 시대는 없었다. 가짜들의 발광에 오히려 진짜들은 숨죽여 움츠린다.
진짜 사나이는 늘 당당한 사람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있었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매우 부자였다. 그는 뛰어난 재주로 신분이 크게 향상되었고, 그 신분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그는 조선총독부 관리들을 찾아가 만나고자 하였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손바닥만 한 황금 명함을 만들어 전달하였다고 한다. 그 뒤로 총독부 관리들을 통하여 각종 정보를 얻어 돈벌이를 계속했다. 어쨌든지 그는 재력으로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그의 막강한 배경이었던 총독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고자 아들과 손자를 국회의원 선거에 내보냈으나 모두 낙선하였다. 그는 그렇게 몰락했다. 그의 후손들은 그가 자신의 조상이라고 자랑하지 못할 것이다.
명함 이야기를 하자면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바로 김관식 시인이다. 그는 ‘땅덩이가 좁아 답답하다’며 명함에 <대한민국 김관식>만을 적었다고 한다. 그는 권력이나 돈을 좇아 양심이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돈도 권력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오십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논산시가 나서서 공설운동장에 시비를 세웠다. 그 뒤에 다시 그의 묘소를 정비하고 다시 시비를 세워 우리 곁에 살아 있게 하였다. 지금은 또 김관식문학상을 제정하여 그의 문학 정신을 널리 선양하고 있다. 그의 후손들은 그런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의 후손뿐 아니라 우리 논산시민 모두의 자랑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곁에 살아 있다. 그가 진짜 사나이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훈련장으로 가려면 우리 집에서 가까운 신작로를 지나야 했다. 그때는 어찌 그리도 잠이 쏟아졌는지 아침에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어나야 한다면서도 일어서지 못하던 잠결에 자주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한참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차려지고 감겼던 눈이 서서히 열렸다. 1962년에 발표되었는데 세상이 많이 변한 지금도 병사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가짜 사나이가 판치는 세상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지 않으나 가끔 입속으로 흥얼거릴 때가 있다. 그때 자주 부르는 노래가 <진짜 사나이>이다. 가사도 좋고 곡조도 힘차서 노래를 부르면 힘이 솟아난다. 그때마다 진짜 사나이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한다. 기골이 장대하여 힘이 넘치는 사람, 아무 데서나 웃통을 벗고 근육질을 자랑하는 사람, 고급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처럼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 두주불사(斗酒不辭)하는 사람이 진짜 사나이라고 말할 사람은 적다.
그러면 발 빠르게 시류에 대처하여 큰 재산을 모아 고대광실(高臺廣室)에서 사는 사람, 처자를 여유 있게 건사하고 흥청대는 사람, 늘 과도한 자신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람은 가급적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이다. 또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한답시고 남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나 자신의 지위에 도취하여 거들거리는 사람도 만나면 얼른 헤어지고 싶어 서둘러 자리를 뜬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칼자루를 쥐면 그 칼이 크든 작든, 날카롭든 무디든 칼집에 그냥 두지 않는다.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칼을 꺼내 흔들다가 마구 휘두른다. 많은 사람들이 칼은 쓸수록 더욱 날카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날카롭다. 칼을 휘두르면서 점점 무디어져서 마침내 날이 없는 칼이 되고 만다. 훌륭한 검사(劍士)는 사과를 깎아 먹거나 채소를 다듬기 위해 칼을 쓰지 않는다. 이런 일은 졸개들이나 하는 짓이다.
가짜가 너무 많다. 진짜는 찾아보기 어렵고 가짜들이 줄지어 나팔을 불며 행진한다. 어느 시대인들 가짜가 없었겠느냐만 이렇게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시대, 가짜가 진짜를 비웃는 시대는 없었다. 가짜들의 발광에 오히려 진짜들은 숨죽여 움츠린다.
진짜 사나이는 늘 당당한 사람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있었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매우 부자였다. 그는 뛰어난 재주로 신분이 크게 향상되었고, 그 신분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그는 조선총독부 관리들을 찾아가 만나고자 하였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손바닥만 한 황금 명함을 만들어 전달하였다고 한다. 그 뒤로 총독부 관리들을 통하여 각종 정보를 얻어 돈벌이를 계속했다. 어쨌든지 그는 재력으로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그의 막강한 배경이었던 총독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고자 아들과 손자를 국회의원 선거에 내보냈으나 모두 낙선하였다. 그는 그렇게 몰락했다. 그의 후손들은 그가 자신의 조상이라고 자랑하지 못할 것이다.
명함 이야기를 하자면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바로 김관식 시인이다. 그는 ‘땅덩이가 좁아 답답하다’며 명함에 <대한민국 김관식>만을 적었다고 한다. 그는 권력이나 돈을 좇아 양심이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돈도 권력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오십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논산시가 나서서 공설운동장에 시비를 세웠다. 그 뒤에 다시 그의 묘소를 정비하고 다시 시비를 세워 우리 곁에 살아 있게 하였다. 지금은 또 김관식문학상을 제정하여 그의 문학 정신을 널리 선양하고 있다. 그의 후손들은 그런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의 후손뿐 아니라 우리 논산시민 모두의 자랑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곁에 살아 있다. 그가 진짜 사나이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