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 맞은 ‘장애인의날’ 장애를 넘어가는 사람들

놀뫼신문
2022-04-20

|놀뫼양반 편지|

장년 맞은 ‘장애인의날’  장애를 넘어가는 사람들


올해로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42주년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 “장애인의 재활, 자립, 복지, 취업.....” 이 날을 그냥 넘기기에는 염치도 없거니와, 그렇게라도 해서 장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해섭니다. 한두 해가 아니기에 대부분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면역이 되어서인지 사회적 공명대나 파장도 이젠 별로 없는 듯하네요.   

우리나라에는 295만 명의 장애인이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300만 명을 육박하는 수치인데, 열 서너 명 중 한 명은 몸이 불편하다는 현실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극도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면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낳을텐데” 하며 사뭇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없잖습니다. 그 대상 상당수가 장애인들이지요.

일본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체육선생으로 부임한 사람의 이야깁니다. 어느 날 학생들에게 기계체조 지도를 하던 중 추락하여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목 이하가 완전 마비되어 전신불수의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 가족들의 도움으로 10년을 병원에서 누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에 드는 한 줄기 생각 “이토록 정성으로 건져준 생명으로 내가 이대로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살기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지!” 이렇게 맘 먹은 그는 실행으로 옮깁니다.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뿐이었습니다. 그 입 하나로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자 결심하고 글씨쓰기부터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그림을 그리고 시도 썼습니다. 수년간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웬만큼 해내게 됐습니다. 꽃 한 송이 그려내는 데 열흘씩 소모하는 인고의 세월였지만, 그래서 더 기쁘고 벅찬 나날이라고 술회합니다.  


내게 주어진 길, 씩씩하게 걷다보면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누구라도 그런 삶을 내가 살게 된다면 끔찍한 일일 겁니다. 너나 할 거 없이 자신의 불행한 환경이나 처지가 원망스럽겠지만, 수원수구 누구를 탓하겠는지요? 더구나 이미 결정된 마당에 특정 대상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제 나는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단말야.” 자포자기하는 무능의 발상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에는 백해무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애인이 된 것이 팔자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교통사고 후 장애인으로 살아보니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더군요. 현대사회는 산업전선에서의 산재장애인, 교통사고에 의한 장애인 등 장애인 숫자는 증가일로입니다. 육체적으로 불리한 것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도태 1순위 되기가 십상입니다. 그래서 저도 2014년 논산에서 한국교통장애인협회를 결성하고 이모저모 애써보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본인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이들도 좀 되는 거 같습니다. 휄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면서도 대통령에 도전 성취한 미국의 루즈벨트, 귀머거리이면서 세계적 음악가가 된 베토벤, 눈 멀고 귀 먹었지만 교육자이자 저술가로 우뚝 선 헬렌 켈러 여사 이야기는,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발자국 한발자국 피눈물의 발자취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본인의 정신 상태라고 봅니다. 장애인으로 불리한 조건을 다른 방향으로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웬만큼 감수는 하되, 의존적이고 자포자기적인 생각과 행동은 과감히 버리면서 나아가면 좀더 나아질 거 같습니다. 장애인 우리의 권리를 찾아내고 확보하는 일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온당한 주장은 줄기차게 이어나가야겠지만, 그와 동시에 나 자신도 돌아보며 내 선에서 해낼 수 있는 일, 나에게 주어진 의무에도 충실해가면 비장애인들도 인식이 좀더 개선되면서 편견 없이 더불어사는,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 이남태(필명: 놀뫼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