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세상이야기] ‘교감(交感)’이 주는 행복

놀뫼신문
2021-10-12


시골에는 들고양이들이 유난히 많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는 사람들 가까이서 생활하다 보니 사람을 겁내지 않고, 캣맘들 덕분에 굶주림은 피할 수 있다. 부상당하거나 버려진 새끼 고양이는 이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하고, 중성화 수술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골 고양이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고양이는 밤새 이 집, 저 집 쓰레기봉투를 헤집거나 밭에 묻어둔 음식물 찌꺼기를 파헤치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시골 사람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한 마을을 지나다가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가 어느 대문 없는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나무 지팡이를 내리치며, “고양이들 땜에 밭이 엉망이 됐어”라고 하셔서 ‘너무 어리고 귀여운데, 그러지 마시라’고 조심스레 말씀 드리니 “그럼 데려가슈. 나는 저것들 꼴도 보기 싫어”라고 하셨다. 

사실 필자의 집 마당에도 고양이가 산다. 야생성이 강한 들고양이들이 수도 없이 들락거리더니 작년 가을에 한 마리가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먹이를 줘도 하악질을 심하게 하며 곁을 내주지 않았다. 한 달이 좀 지나서야 하악질을 그치고,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해 1년이 지난 지금은 재롱이란 재롱은 다 보여주고 사람과 자유롭게 교감한다. 어느 날부터 비염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했더니 고양이 알레르기가 3단계 정도로 나타나 약 처방과 함께 ‘고양이를 멀리하라’는 의사의 충고까지 들었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개그맨 김원효 씨가 아내 뜻으로 개를 키우는데, ‘개 알레르기가 심해 약을 먹으면서도 개는 키운다’는 인터뷰를 보고, ‘과하다, 사람이 중요하지, 개가 뭐라고? 나는 절대 그렇게는 못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 필자는 지금 알레르기 약을 먹으며, 고양이와 같이 살아간다.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가구 부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7가구 가운데 1가구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족이 300만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15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 ‘반려동물과 교감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서 교감신경 안정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대상이 고령층일 때는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웃 마을 어르신 한 분은 들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것으로 그 마을에서도 유명하다. 물론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어르신은 “먹이 달라고 찾아오는데 어찌 내칠 수 있겄어?” 하시며 마당 한쪽에 간이 사료대를 설치해 놓고 넉넉한 양의 사료와 물을 준비해 둔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사는 딸의 반려견을 맡았다며, “내가 요즘 초롱이 땜에 사는 겨, 코로나로 회관(경로당)은 문을 닫았지, 어디를 갈 수가 있나? 사람을 만날 수가 있나? 우울증이 걸려도 여러 수십 번은 걸렸것지. 근디 초롱이 덕에 나는 살어. 가만 쳐다보면 웃음이 나. 운동시켜준다고 데리고 나가믄 나도 걷지. 초롱이랑 같이 걸으면 걷는 것도 덜 힘들어. 잘 때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 꼼지락하는디, 손녀들보다 더 이뻐”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신다. 

‘애는 피로, 개・고양이는 위로’라는 우스갯말이 나오고 ‘집콕, 육아 스트레스 등 코로나 블루의 특효약이 반려동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반려동물이든 반려식물이든 우울감이 감소되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등 심리 방역 효과만 크다면 교감 가능한 대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