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칼럼] 여행의 고수

놀뫼신문
2020-07-29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귀한 시간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부숴버리는 일은 자신을 살찌우는 일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인 나를 멋진 근육질로 만들어 주는 일 중에는 여행만한 것도 없지 싶다.

숨을 쉬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듯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여행은 참 좋은 것이다. 젊어서 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좋다.

다른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여행은 많이 하고 싶다. 여행은 나에게 지친 심신을 다독여주고 재충전의 기회를 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사고의 전환과 상대방에 대한 시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폭넓은 이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높이는 계기도 된다. 여행은 유연한 사고와 건전한 삶의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일등 공신이다.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고 일상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여행 속에서 얻는 지식과 지혜는 젊은 시절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노년인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크건 작건 여행을 다녔던 경험을 삶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 여행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어느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주방을 고칠지 여행을 갈지를 두고 고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행을 선택하라’ 말하고 싶네!”라고.

그렇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연휴나 주말 차량 행렬을 보면 안다. 공항에 나가보면 외국여행하는 사람도 참 많다는 걸 느낀다.

꼭 돈을 많이 들이는 여행이라야 하는가. 소풍(消風)은 어떤가.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면서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진짜 여행의 고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낙엽 깔린 숲길,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을 따라 정상에 도달하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 풍경들을 본다. 그래 잘 올라 왔다. “역시나 좋구나!” 하고 감탄한다. 흥이 절로 나온다.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이라더니 발걸음 닿는 곳마다 다 청산임을 알 수 있다. 나는 가끔 동해안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회를 갖는다. 가속할 필요가 없다. 검푸른 바닷물, 그 사이로 보이는 고래들의 경연도 재수가 좋으면 볼 수 있다. 적당한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그러다 지치면 책을 읽는다. 신선이 된다. 책을 읽다 졸리면 잔디에 눕는다. 그러다 잠을 깨면 푸른 하늘을 보고 송림 우거진 숲을 본다. 조급하게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다. 내 몸 쉬게 해주는 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는다.

육십대 후반기에 접어들어 나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즐거움을 앞으로 얼마나 더 누릴 수 있을까. 그런 즐거움을 오래 유지하려면 건강과 체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십 년 후에도 이런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이 나의 꿈이다. 노는 즐거움을 오래 누리려면 필요한 것은 돈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돈 안들이고 즐기는 여행은 없을까?” 있다. 분명히 있다. 걷기 여행이다. 돈은 덜 들고 체력을 키우는 최고의 여행이다. 이렇게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것, 그것이 진짜 여행의 고수이다.


문희봉(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