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쳐가며 읽는 칼럼|소통공간] ‘권한’과 ‘권력’을 오판하는 반헌법적 발상

놀뫼신문
2024-02-15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유일하게 ‘권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조항이 바로 「헌법 제1조」다. 이후의 모든 조항에서는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다. 즉, 입법‧사법‧행정부를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의 모든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한정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가마다 헌법 제1조는 그 국가의 존립 목적과 운영에 관한 최우선 원칙을 담고 있다.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1791년 제정된 미국의 헌법 제1조는 의회가 표현, 출판, 집회 등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반면, 독일 헌법 제1조는 훼손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 나치에 대한 반성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시대정신으로 삼으며 국가가 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이 존재하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라고 하였다. 이는 상징적 ‘천황제’와 ‘국민주권’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시민의 주권을 묵살하는 계룡시장의 반헌법적 발상



본지의 ‘매장돼 버린 계룡시 송수관로 복선화사업 3보’ 기사가 인터넷에 보도된 다음 날인 지난 2월 5일 오전, 계룡시청 전략기획감사실 서무담당자는 각 실‧과 서무담당자에게 쪽지를 발송했다. “의회 및 타기관에 제공하는 모든 자료에 반드시 대외주의 표기 후 정보제공하라”는 내용이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계룡시가 시민을 위해 하고 있다는 일반 사무가 마치 정보부대 첩보 업무와 같이 대외비로 다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뒤가 구려서 밝혀지기를 두려워하는지 주권자인 시민의 알권리를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룡시민의 대표기관인 계룡시의회는 이응우 시장에게 ‘계룡시 물 관리 백년대계’를 위해 ‘계룡시 송수관로 복선화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146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룡시장은 최적의 공사를 위한 설계를 실시하고, 공사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 그러면서 계약된 일정과 설계 내용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땅속의 일이라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사항, 또는 피치 못할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시민과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 설계를 변경하고 예산을 증액해 공사를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사무와 그 지역 주민들의 복리 증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지역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시책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권한’을 집행해 나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응우 계룡시장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권력’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사람 같다.

작금, 이응우 계룡시장이 행사하고 있는 권한(권력)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최우선 원칙에 대한 위반이며 모욕이기 때문이다.

2015년 개봉한 주지훈, 김강우 주연의 ‘간신’이라는 영화가 있다. 연산군 재위시절 임사홍의 아들 임숭재에 관한 역사 드라마다. 영화에서 임숭재는 연산군에게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라고 무섭도록 소름끼치는 말을 했다. 

임숭재는 임금이 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기에 연산군은 ‘충신’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간신’이라고 적고 있다.


계룡시 사백여 공직자들이여!!

공무원은 일반 국민이기도 하지만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자이기에,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자’이며, ‘책임자’로 해석하고 있다.

어쩌다 임시 공직자가 된 자들이 시민이 준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해 이를 남용할 때 “아니다”라며 당당해 보아라. 

시장의 심기만을 경호하는 임숭재가 되기보다 시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친민관(親民官)이 되길 바란다. 

일찍이 남송의 시인 ‘양만리’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며 “영원한 권력은 없다”고 설파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