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무너진 히말라야, 인류가 연 ‘지옥의 문’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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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지난 5일 네팔 재난관리청은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사망자를 포함해 “사망자는 1천375명, 실종자는 5천53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대재앙이다.

2022년 11월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이를 ‘인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지구온난화와 식량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 경고가 먼 미래의 예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재앙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폭염과 가뭄, 산불과 홍수는 지금까지의 재난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히말라야의 붕괴, 자연이 보낸 최후통첩


최근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와 네팔을 덮친 대홍수 역시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기온 상승으로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빙하호 붕괴 홍수’가 발생했고, 산비탈이 무너지며 엄청난 진흙과 토사가 마을을 집어삼켰다.

히말라야는 본래 인간의 발길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던 신성하고 고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곳에 수많은 이정표를 세우고 ‘정복’을 외쳤다. 이제 인류는 기후위기가 녹여버린 빙하와 대홍수가 만든 진흙탕 속에서 끝없는 욕망의 대가를 마주하고 있다.

자연의 복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참사조차 거대한 재앙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인간이 지금의 삶과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히말라야의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다음 희생지가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무너진 히말라야 아래 세계 최빈국 네팔이 운다


네팔은 탄소 배출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기후재앙에는 가장 가까이 서 있다. 히말라야에서 무너져 내린 빙하가 초래한 대홍수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내몰린 네팔의 절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참사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산업국들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지구를 뜨겁게 만든 결과를, 정작 기후위기에 거의 책임이 없는 네팔 주민들이 떠안은 ‘기후 불평등’의 참혹한 단면이다.

네팔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산업화 이후 네팔의 누적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0.01%에 불과하다. 그러나 네팔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재앙의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네팔 당국이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 산업국은 네팔과 같은 기후 취약국에 보상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시혜나 자선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국가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책임이자 빚이다.


대한민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 역시 네팔의 재앙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우선 이번 사태로 인해 실종된 한국인 9명은 현재까지 생사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탄소프로젝트(GCP)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6%를 차지했다. 세계 인구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인 약 0.65%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더구나 한국은 막대한 전력과 물, 자본을 빨아들이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을 국가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성장의 과실만 취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의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산업 경쟁력을 말하려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비용도 함께 말해야 할 것이다.

네팔 정부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재난 지원을 더 이상 ‘자선’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그 피해는 네팔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갠지스강과 트리슐리강을 비롯한 히말라야 수계에 의존하는 남아시아 주민 20억 명 이상의 물 안보가 영구적으로 위협받게 된다. 네팔의 절규는 한 국가만을 살려달라는 호소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최후통첩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여전히 더 많은 생산과 소비, 더 빠른 개발과 성장을 좇고 있다. 탄소 감축을 외치면서 석탄과 석유를 태우고, 친환경을 말하면서 산과 강을 파헤친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그 원인을 만든 생활 방식과 산업구조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그 사이 히말라야의 빙하는 녹고, 가장 가난하고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경고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지금 인류는 스스로 ‘지옥의 문’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을 닫을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