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집] 선거에 관한 몇 개의 편견

2026-06-04


유혹을 이겨야 산다


세상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것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자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이 아니라 쌓아놓기 위해 돈을 악착스레 버는 사람이 있다. 전에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돈을 빨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스펀지는 깨끗한 물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흙탕물이든 썩은 물이든 가리지 않고 빨아들인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런다면 이해가 가지만 쌓아두기 위해서 그러니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쌓아놓은 돈더미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다. 

돈 다음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권력이다. 칼을 손에 쥐고 휘두르지 않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순하던 사람도 칼을 쥐게 되면 마음이 변하여 망나니가 된다. 칼을 쥐게 되면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여럿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어떤 직책을 맡는 것은 그를 통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보려는 것이 아니다. 그 직책을 통해 권력을 얻어 마음껏 칼을 휘둘러 보겠다는 야심만으로 자리를 꿰찬 것이다. 염불은 하지 않고 잿밥에만 정신이 쏠려 있으니 어찌 되겠는가. 

한 사람이 성공적인 생애를 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절제에 달려 있다. 사람이 평생 앞만 보고 곧은 길만 걸을 수는 없을 것이다. 먼 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 핀 꽃이 아름다워 걸음이 더뎌지기도 할 것이고, 더러는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꽃을 꺾어서도 안 될 것이요, 그늘에 벌렁 누워서 코를 골아서도 안 된다. 

많은 사람이 절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것이 절제의 힘이다.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다 어렵다. 나는 그중에 하지 않는 일이 조금 쉽다고 생각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생각지 못하면 그는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제 다시 허리를 젖힐 텐가


선거 전날 저녁 무렵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여럿이 나와 행인들에게 허리를 지나치게 굽혀 절을 하고 손을 흔들었다. 며칠 전부터 있는 일이지만, 그를 보는 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았다. 이제 곧 그들 중 누구에게 우리는 허리를 굽혀 절을 해야 하리라. 선거운동 기간에 굽었던 허리는 다시 본래대로 뒤로 젖혀질 터이다. 우리는 또 4년간 그들을 경배하여야 하리라. 

어느 땐가 ‘초심(初心)’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무슨 광고에도 초심으로 하겠다 했고, 또 초심을 지키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심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마음은 마치 논 뭉치 같아서 처음에는 단단하다가도 햇볕을 받으면 곧장 녹아 버린다. 이를 두고 너무 한탄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 본성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현실은 우리의 이상을 늘 배반한다.

이제 다시 절을 해도 좋다. 그러나 ‘당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은 잊지 말기로 하자. 다 지키지 못해도 좋다. 그를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더라도 우리는 당신의 배신에 분노하지 않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부디 나를 배신의 분노에 빠지지 않게 해 주기를 부탁하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그 꽃에서는 향기가 풍기는가. 전적으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성이 마비된 사회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그 결과가 늘 최선일 수는 없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의 출마, 인물보다 그 소속 집단을 선택하는 투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감성 100%의 선택이 그렇다. 

꽃은 꽃이로되 그 향기가 썩 좋지는 않다. 그러면 어쩔 텐가. 별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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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