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어제와 다른 해〔太陽〕가 돋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날과 똑같은 해〔年〕가 아니다. 새해에 돋는 해는 새로운 해이다. 그러므로 어제와 똑같은 마음이어서는 안 된다. 늘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아니 제자리에 서 있다고 하는 생각은 착각이다. 강물은 저만치 흘러갔는데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그만큼 뒤떨어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은 어리석은 자의 교만이다.
신중한 선택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다. 큰 문제도 있고, 아주 하찮은 것 같은 것도 있다. 그러나 하찮은 것은 없다. 90도 회전도 하지만 1도, 다시 또 1도의 선택은 모르는 사이에 삶의 방향을 바뀌게 한다. 90도를 회전할 때는 오래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1도쯤이야, 가볍게 생각하고 길을 가면서도 살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돌아설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작은 것도 신중하게 선택하고자 한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첫째는 그가 겸손한 사람인가 따져 보려고 한다. 겸손은 성찰하게 하고, 성찰은 분발로 이어진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와 같아서 경계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아니면 속에 품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인가를 따져 보려 한다.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은 시민을 섬기지만, 영달을 꾀하는 사람은 시민 위에 군림한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함으로써 이런 사람을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발전을 멈추게 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마음을 가볍게
새해에 내 마음에 박힌 못을 뽑아내려고 한다. 내 마음에는 큰 못은 아니지만, 아직도 못이 여러 개 박혀 있다. 나도 남에게 못을 박았고, 그들도 내게 못을 박았다.
그 못을 빼지 못하면 앞으로도 오래 못이 주는 쓰라림을 견뎌야 할 것이다. 앞으로 그 통증이 더 커질지도 모르고, 나중에는 뽑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루속히 뽑아내야 한다.
다른 도리가 없다. 그저 참고 용서하는 수밖에는. 지난날의 잘못을 들추어 멀리하고 미워한다고 해서, 그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내가 크게 기쁜가. 아니다. 그 일을 생각하면 나도 우울해지고,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나도 손해다. 그러니 내가 덜 손해 보기 위해서는 그가 싫어도 그냥 용서하든가, 아니면 무관심하여 내 마음에서 지워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하는 길이다.
시간의 소중함
새해에 내가 조심할 것 중 하나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있고, 낮은 산에 가볍게 오를 수 있고, 밭에서 채소를 가꿀 수도 있다. 그러나 곧 나는 이런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는 경악했다. 아, 이제 나는 책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꼴좋다. 눈이 좋을 때 헛짓만 하고 다니더니, 어쩔래. 아찔했다. 그러고 나서 깊이 반성했다. 책을 읽는 기쁨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쾌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고심 끝에 책 읽는 기쁨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허송세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천에 미흡했다. 요즘 책을 읽는 시간을 많이 늘려가는 중이다. 돈 한 푼 들지 않고 시간만 쓰면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음으로 내가 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겠다. 무슨 자리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 분명 허풍이 될 것이다. 가능한 한 규정대로 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
이것은 누구와의 약속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안다. 내가 나를 평가할 때 ‘당신은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아쉬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성실하게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 올해는 좀 더 천천히 우둔하게 살자. 그 길이 나의 길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어제와 다른 해〔太陽〕가 돋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날과 똑같은 해〔年〕가 아니다. 새해에 돋는 해는 새로운 해이다. 그러므로 어제와 똑같은 마음이어서는 안 된다. 늘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아니 제자리에 서 있다고 하는 생각은 착각이다. 강물은 저만치 흘러갔는데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그만큼 뒤떨어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은 어리석은 자의 교만이다.
신중한 선택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다. 큰 문제도 있고, 아주 하찮은 것 같은 것도 있다. 그러나 하찮은 것은 없다. 90도 회전도 하지만 1도, 다시 또 1도의 선택은 모르는 사이에 삶의 방향을 바뀌게 한다. 90도를 회전할 때는 오래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1도쯤이야, 가볍게 생각하고 길을 가면서도 살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돌아설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작은 것도 신중하게 선택하고자 한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첫째는 그가 겸손한 사람인가 따져 보려고 한다. 겸손은 성찰하게 하고, 성찰은 분발로 이어진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와 같아서 경계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아니면 속에 품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인가를 따져 보려 한다.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은 시민을 섬기지만, 영달을 꾀하는 사람은 시민 위에 군림한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함으로써 이런 사람을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발전을 멈추게 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마음을 가볍게
새해에 내 마음에 박힌 못을 뽑아내려고 한다. 내 마음에는 큰 못은 아니지만, 아직도 못이 여러 개 박혀 있다. 나도 남에게 못을 박았고, 그들도 내게 못을 박았다.
그 못을 빼지 못하면 앞으로도 오래 못이 주는 쓰라림을 견뎌야 할 것이다. 앞으로 그 통증이 더 커질지도 모르고, 나중에는 뽑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루속히 뽑아내야 한다.
다른 도리가 없다. 그저 참고 용서하는 수밖에는. 지난날의 잘못을 들추어 멀리하고 미워한다고 해서, 그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내가 크게 기쁜가. 아니다. 그 일을 생각하면 나도 우울해지고,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나도 손해다. 그러니 내가 덜 손해 보기 위해서는 그가 싫어도 그냥 용서하든가, 아니면 무관심하여 내 마음에서 지워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하는 길이다.
시간의 소중함
새해에 내가 조심할 것 중 하나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있고, 낮은 산에 가볍게 오를 수 있고, 밭에서 채소를 가꿀 수도 있다. 그러나 곧 나는 이런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는 경악했다. 아, 이제 나는 책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꼴좋다. 눈이 좋을 때 헛짓만 하고 다니더니, 어쩔래. 아찔했다. 그러고 나서 깊이 반성했다. 책을 읽는 기쁨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쾌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고심 끝에 책 읽는 기쁨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허송세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천에 미흡했다. 요즘 책을 읽는 시간을 많이 늘려가는 중이다. 돈 한 푼 들지 않고 시간만 쓰면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음으로 내가 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겠다. 무슨 자리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 분명 허풍이 될 것이다. 가능한 한 규정대로 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
이것은 누구와의 약속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안다. 내가 나를 평가할 때 ‘당신은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아쉬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성실하게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 올해는 좀 더 천천히 우둔하게 살자. 그 길이 나의 길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