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 글을 읽고 쓴다. 상당히 친근하여 평소 같으면 그의 방문을 반색할 사람도 그리 반갑지 않다. 그만큼 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지경에 처하여 내가 스스로 그 길에 빠져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진퇴양난이라는 말은 그래도 뒤돌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퇴로가 완전히 막혀 있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와야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행사의 날짜는 정해졌고, 그 둘 중의 한 필자가 나라는 것이 공지되었다.
다행히 몸살이 일찍 다녀가서 요즘의 내 체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멀리하고 오로지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렇게 대상을 연구하여 쓰는 글은 오랜 시간을 써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아주 적다. 그래서 주말에도 그에 매달려 산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
처음 충남문인협회에서 작고 문인에 대한 연구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기획하였을 때 참 좋은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책의 연구 대상으로 우리 지역 수필가 김영배 선생을 선정했다. 이는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옹색한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제 지역만을 주장하는 것은 몹쓸 짓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그리 정하였으니 감사히 받아들일 일이었다.
그런데 더욱 감사한 일은 그 집필자로 나를 지명한 것이다. 우선 나는 김영배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제자이고, 몇 년 전에 충남문인협회와 논산시가 힘을 모아 김영배문학비를 건립하기도 한 터여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김영배 선생께 큰 은혜를 입었다. 내가 강경상고 재학 시절에 선생께서는 나의 문재(文才)를 인정하시어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낭독할 기념 축시를 학생인 내게 쓰도록 하신 분이다. 당시에 나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고, 이때 얻은 힘이 나의 문학적 행보에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기회가 오리라 예측하여 연구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덥석 청탁을 수락한 내가 참 경망스럽다고 자책하였다. 자료를 소장하고 있을 법한 몇몇 문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땅히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인데 아무 것도 보관하고 있지 않아 섭섭하고 실망스러웠다. 또 어떤 이는 먼지 구덕의 책장을 뒤져 여러 권의 참고 자료를 서둘러 보내 주기도 하였다. 이 또한 그가 나에게 가진 애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매듭을 지어가는 때라서 그간 읽었던 글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내용을 음미해 보았다. 그중 하나가 「간신(諫臣)과 간신(奸臣)」이었다. 둘이 음은 같으나 그 뜻은 극과 극이다. 간신(諫臣)은 임금이 잘못을 저지를 때에 바른말로 이를 말리는 충신이다. 그런 행동은 왕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사약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니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나설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간신(奸臣)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임금의 비위를 맞추고 아양을 떠는 사람이다. 임금이 듣기에 좋은 말만 하는 간신배를 가까이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 그런데도 많은 왕들이 이를 경계하지 않아 나라를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끝내 망하게 한다.
한 사람만 있어도
한 사람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세 사람만 있으면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그가 죽은 것을 좋은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불행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누구의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 균형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측근 중에 아무도 그를 말리는 사람이 없거나, 말려도 그 사람을 불신하여 듣지 않는 경우에 생기는 일이다. 둘 다 불행한 일이다. 자신만의 불행이 아니라 그에 관련한 여럿이 골고루 불행을 나누어 겪어야 한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조선에서는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을 두었었다. 이렇게 이중 장치를 하여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였다. 오늘날에도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잘 지킨 정치인은 퇴임 후에도 국민의 숭앙(崇仰)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치욕을 당한다.
어떤 일이나 직책을 맡는 것에만 홀려 있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이들에게 바른말을 하는 사람 하나를 곁에 두기를 권한다. 세 사람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 그냥 한 사람이면 족하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요즈음 나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 글을 읽고 쓴다. 상당히 친근하여 평소 같으면 그의 방문을 반색할 사람도 그리 반갑지 않다. 그만큼 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지경에 처하여 내가 스스로 그 길에 빠져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진퇴양난이라는 말은 그래도 뒤돌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퇴로가 완전히 막혀 있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와야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행사의 날짜는 정해졌고, 그 둘 중의 한 필자가 나라는 것이 공지되었다.
다행히 몸살이 일찍 다녀가서 요즘의 내 체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멀리하고 오로지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렇게 대상을 연구하여 쓰는 글은 오랜 시간을 써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아주 적다. 그래서 주말에도 그에 매달려 산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
처음 충남문인협회에서 작고 문인에 대한 연구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기획하였을 때 참 좋은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책의 연구 대상으로 우리 지역 수필가 김영배 선생을 선정했다. 이는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옹색한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제 지역만을 주장하는 것은 몹쓸 짓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그리 정하였으니 감사히 받아들일 일이었다.
그런데 더욱 감사한 일은 그 집필자로 나를 지명한 것이다. 우선 나는 김영배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제자이고, 몇 년 전에 충남문인협회와 논산시가 힘을 모아 김영배문학비를 건립하기도 한 터여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김영배 선생께 큰 은혜를 입었다. 내가 강경상고 재학 시절에 선생께서는 나의 문재(文才)를 인정하시어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낭독할 기념 축시를 학생인 내게 쓰도록 하신 분이다. 당시에 나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고, 이때 얻은 힘이 나의 문학적 행보에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기회가 오리라 예측하여 연구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덥석 청탁을 수락한 내가 참 경망스럽다고 자책하였다. 자료를 소장하고 있을 법한 몇몇 문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땅히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인데 아무 것도 보관하고 있지 않아 섭섭하고 실망스러웠다. 또 어떤 이는 먼지 구덕의 책장을 뒤져 여러 권의 참고 자료를 서둘러 보내 주기도 하였다. 이 또한 그가 나에게 가진 애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매듭을 지어가는 때라서 그간 읽었던 글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내용을 음미해 보았다. 그중 하나가 「간신(諫臣)과 간신(奸臣)」이었다. 둘이 음은 같으나 그 뜻은 극과 극이다. 간신(諫臣)은 임금이 잘못을 저지를 때에 바른말로 이를 말리는 충신이다. 그런 행동은 왕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사약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니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나설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간신(奸臣)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임금의 비위를 맞추고 아양을 떠는 사람이다. 임금이 듣기에 좋은 말만 하는 간신배를 가까이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 그런데도 많은 왕들이 이를 경계하지 않아 나라를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끝내 망하게 한다.
한 사람만 있어도
한 사람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세 사람만 있으면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그가 죽은 것을 좋은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불행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누구의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 균형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측근 중에 아무도 그를 말리는 사람이 없거나, 말려도 그 사람을 불신하여 듣지 않는 경우에 생기는 일이다. 둘 다 불행한 일이다. 자신만의 불행이 아니라 그에 관련한 여럿이 골고루 불행을 나누어 겪어야 한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조선에서는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을 두었었다. 이렇게 이중 장치를 하여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였다. 오늘날에도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잘 지킨 정치인은 퇴임 후에도 국민의 숭앙(崇仰)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치욕을 당한다.
어떤 일이나 직책을 맡는 것에만 홀려 있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이들에게 바른말을 하는 사람 하나를 곁에 두기를 권한다. 세 사람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 그냥 한 사람이면 족하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