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계룡시 재정운용 톺아보기 "비상금 '600억'은 어디로 갔는가"

2025-11-22


지방자치의 성패는 결국 ‘재정’으로 드러난다. 

정책은 말로 만들지만, 정책의 성과와 시민의 삶은 예산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재정이 어려워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의 숨통을 틔워주는 장치가 바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16조에 근거해 설치되는 이 기금은, 회계연도 간 재정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입·지출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재원이다. 쉽게 말해, 가계로 치면 '비상금 통장'이다.

그런데 최근 계룡시에서 이 ‘비상금 통장’이 급속도로 바닥나고 있다.

계룡시의회 이청환 의원이 5분 발언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계룡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2022년 714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5년 1회 추경 기준으로 이를 248억 원까지 소진했으며, 2026년 본예산에 편성된 추가 사용 계획까지 감안하면 내년 말에는 100억 원 정도만 남게 된다.

즉, 이응우 시장의 4년 임기 동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약 600억 원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용처다. 단순히 기금이 줄었다는 사실보다 ‘어디에’, ‘어떤 판단 기준에 따라’, ‘어떤 미래전략을 담아’ 사용되었느냐가 핵심이다.


“교부세가 줄었다”로 설명할 수 없는 '재정낭비의 흔적'


윤석열 정부 이후 교부세 감소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지방세 수입과 교부세가 감소하고 전기·건설자재·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면서 곳곳의 지자체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비상 수단으로 꺼내 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계룡시의 문제는 단순한 ‘교부세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시정 운영 방향, 단기성과에 몰두한 정책 구조, 그리고 행정의 원칙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도시 이미지 개선을 내세워 추진된 계룡대로 삼군통합마크 경관조명 ▲누구도 체감하지 못하는 하늘소리길 조성 ▲애국가 정원·괴목정 경관조명 등 반복적 경관 사업 ▲농소천 주변 조경 사업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 군문화축제 등 이 모든 사업은 "필요성·타당성·효과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군문화축제는 2024~2025년 예산만 1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단 1년 행사에 수십억 원이 들어가지만, 축제가 끝나면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관광 매출이 증가했는지, 지속가능한 문화 자산이 만들어졌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사업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계룡시는 중요한 정책투자 재원을 잃어버렸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말하는 경고"


중앙정부조차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2025.9.)’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분명히 밝힌다.

"2026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고, 생산연령 인구 감소, 무역환경 변화, 양극화 등 구조적 위기가 확대된다. 불가피한 지출수요 증가가 예상되므로 재정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모든 재량지출 사업에 대해 전면 재점검을 실시하고, 낭비성·관행적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며, 절감한 재정은 AI 대전환, 초혁신경제, 미래복지·교육 등 핵심 분야에 투자한다."

하지만 계룡시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계룡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축제, 더 많은 경관조명, 더 많은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다. 오히려 ‘전면 재점검과 구조조정’에 가까운 재정혁신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정의 바닥은 더 빨리 드러나고, 도시 미래는 더욱 빈약해질 것이다.


"정작 필요한 현안들은 방치되고 있다"


600억 원을 쓸 때, "계룡시는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었는가?"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중심에 놓았는가? 안타깝게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엄사리 화요장 개선·폐지 문제는 수년째 표류 중이며, ▲이케아 부지 처리 문제는 시민들의 불편과 지역경제 침체를 초래하며 외면되고 있다. 또한 ▲군문화축제 비용 대비 실효성 검토는 제대로 이뤄진 적 없다.

▲베이비부머 은퇴 대비 ‘액티브 시니어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며, ▲청년 창업·정착 지원은 구호만 있고 실천은 미흡하다. ▲대실지구와 엄사지구 간 지역격차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대중교통·보육·정주여건 개선 같은 생활밀착형 정책은 뒷전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600억 원을 쓰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여지는 없었단 말인가? 도시는 변화하는데, 행정은 멈춰 있다. 시민의 삶은 요구하는데, 시정은 귀를 닫고 있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다만 맞지 않는 옷만 있을 뿐이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존재하는 않는다. 다만, 날씨에 맞지 않는 복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인구 구조가 변하고, 경제 생태계가 변화하고, 지방소멸 위기는 코앞이다. AI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파도가 밀려오고, 중앙정부조차 재정 효율성을 강조하며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계룡시는 여전히 과거의 옷, 낡은 방식의 정책,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맞지 않는 복장’만 고집하고 있다.

이응우 시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시민들에게 위안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가 행정을 덮고, 판단이 아닌 이벤트가 시정을 채우며, 미래 준비 대신 당장의 선심성 예산이 우선되는 현실에 대한 냉소다.

600억 원의 빈자리, 그것이 말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계룡시는 이제라도 선택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재정 정상화와 혁신에 나설 것인가.

이제 시민들은 눈앞의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에 진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지 못하는 시정은 더 이상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제 계룡시는 변해야 한다.”



- 전영주 편집장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