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는 바쁘게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행적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어떤 일은 바로 잊어버리지만, 또 어떤 일은 오랜 뒤에도 잊지 못하고 생각을 되풀이하게 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옳지 못한 것이어서 후회하게 한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곧장 잊어버리는데, 잘못한 일은 두고두고 생각하며 후회를 거듭하게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오해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몸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 누구에게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기 민망한 ‘몸만 교인’이다. 그날 나는 겨우 예배 시간에 맞추어 교회에 갔다. 일찍 서둘러 교회에 나온, 신앙심이 돈독한 교인들이 이미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나오는 사람이라 이중 주차를 하고 교회에 들어갔다.
얼마 후에 내 차량 번호가 뜨면서 차를 옮겨 달라는 메시지가 영상 화면에 떴다. 나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 차 가까이 갔을 때 어떤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같은 교인이라 예배 중에 불러냈으니 미안하다고 하려나 보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 내가 차를 빼 주자 유유히 출발했다. 아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예배 중인 사람을 불러내고도 그냥 가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내 전화기를 보니 모르는 번호에서 발신한 전화번호가 찍혀 있고, 교회 사무실에서도 전화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루어 생각하니 처음 번호는 그 차주이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사무실에 연락하였고,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으니 영상으로 요청한 것이었다. 차주의 번호로 추측되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예배 중에 나와 차를 빼 달라고 하였으면 마땅히 사과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일로 나는 몇 번이나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사과를 할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나였다. ‘그렇게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늘 이중 주차하는 구역에 주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다. 어쨌든 이중 주차를 한 것은, 내 차가 가로막고 있어 그 여인의 차는 출발을 늦춰야 했다. 그러니 피해로 치자면 그 여인이 피해자였다. 나는 가해자이면서도 오히려 피해자에게 사과받으려 한 것이다. 교회 주차장에서 같은 교인끼리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서로 생면부지의 남남인 시중에서야 오죽하겠는가.
남을 횡재하게 하는 실수
자주 들르는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였다. 음식은 맛도 맛이려니와 좋은 사람과 같이 먹어야 더욱 맛이 난다. 식사가 끝난 뒤에 가려고 하니 낯선 주인이 계산대로 갔다. 음식을 미리 주문하였으므로 들어갈 때 이미 계산을 마쳤다고 하니 주인은 어정쩡 수긍하였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하는 시간인데도 바빠서 기억하지 못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날 사용한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10만 원이 결제되어 있었다. 그렇게 비싼 음식이 아니었는데, 그 사이에 값이 많이 올랐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으나 그 식당에 확인하기가 쑥스러워 그냥 말았다.
다음 날, 함께 자리했던 분을 다시 만났다. 엊그저께 식당에서 음식값을 결제하지 않았다고 전화하여 찾아가 값을 치렀는데, 조금 후에 다시 전화하여 이중 계산되었다며 결제를 취소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제에 음식값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를 결제했었느냐 물었더니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10만 원을 받았다 했더니, 그 음식값은 5만 원이라고 했다. 고의는 아니지만 5만 원짜리 음식을 먹고 15만 원을 결제할 뻔했다.
이제 나는 5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동안 비싼 음식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식당 주인의 거듭된 실수로 나는 뜻밖에 5만 원을 횡재(橫財)하게 되었다. 실수라도 이런 실수는 꽤 괜찮은 실수가 아닌가.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긴 추석 연휴는 바쁘게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행적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어떤 일은 바로 잊어버리지만, 또 어떤 일은 오랜 뒤에도 잊지 못하고 생각을 되풀이하게 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옳지 못한 것이어서 후회하게 한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곧장 잊어버리는데, 잘못한 일은 두고두고 생각하며 후회를 거듭하게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오해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몸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 누구에게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기 민망한 ‘몸만 교인’이다. 그날 나는 겨우 예배 시간에 맞추어 교회에 갔다. 일찍 서둘러 교회에 나온, 신앙심이 돈독한 교인들이 이미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나오는 사람이라 이중 주차를 하고 교회에 들어갔다.
얼마 후에 내 차량 번호가 뜨면서 차를 옮겨 달라는 메시지가 영상 화면에 떴다. 나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 차 가까이 갔을 때 어떤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같은 교인이라 예배 중에 불러냈으니 미안하다고 하려나 보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 내가 차를 빼 주자 유유히 출발했다. 아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예배 중인 사람을 불러내고도 그냥 가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내 전화기를 보니 모르는 번호에서 발신한 전화번호가 찍혀 있고, 교회 사무실에서도 전화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루어 생각하니 처음 번호는 그 차주이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사무실에 연락하였고,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으니 영상으로 요청한 것이었다. 차주의 번호로 추측되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예배 중에 나와 차를 빼 달라고 하였으면 마땅히 사과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일로 나는 몇 번이나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사과를 할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나였다. ‘그렇게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늘 이중 주차하는 구역에 주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다. 어쨌든 이중 주차를 한 것은, 내 차가 가로막고 있어 그 여인의 차는 출발을 늦춰야 했다. 그러니 피해로 치자면 그 여인이 피해자였다. 나는 가해자이면서도 오히려 피해자에게 사과받으려 한 것이다. 교회 주차장에서 같은 교인끼리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서로 생면부지의 남남인 시중에서야 오죽하겠는가.
남을 횡재하게 하는 실수
자주 들르는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였다. 음식은 맛도 맛이려니와 좋은 사람과 같이 먹어야 더욱 맛이 난다. 식사가 끝난 뒤에 가려고 하니 낯선 주인이 계산대로 갔다. 음식을 미리 주문하였으므로 들어갈 때 이미 계산을 마쳤다고 하니 주인은 어정쩡 수긍하였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하는 시간인데도 바빠서 기억하지 못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날 사용한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10만 원이 결제되어 있었다. 그렇게 비싼 음식이 아니었는데, 그 사이에 값이 많이 올랐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으나 그 식당에 확인하기가 쑥스러워 그냥 말았다.
다음 날, 함께 자리했던 분을 다시 만났다. 엊그저께 식당에서 음식값을 결제하지 않았다고 전화하여 찾아가 값을 치렀는데, 조금 후에 다시 전화하여 이중 계산되었다며 결제를 취소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제에 음식값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를 결제했었느냐 물었더니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10만 원을 받았다 했더니, 그 음식값은 5만 원이라고 했다. 고의는 아니지만 5만 원짜리 음식을 먹고 15만 원을 결제할 뻔했다.
이제 나는 5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동안 비싼 음식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식당 주인의 거듭된 실수로 나는 뜻밖에 5만 원을 횡재(橫財)하게 되었다. 실수라도 이런 실수는 꽤 괜찮은 실수가 아닌가.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