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재희 논산시 언론홍보팀장 "세모(歲暮)에 온 ‘미스터 선샤인’의 편지"

놀뫼신문
2023-12-12

[인물] 논산시 홍보협력실 김재희 언론홍보팀장

세모(歲暮)에 온 ‘미스터 선샤인’의 편지

 





안녕하세요. 논산시 홍보협력실에서 언론홍보팀장으로서 우리시 홍보는 물론 지역사회 언론매체와의 상생을 위해 일하고 있는 김재희입니다. 환경 직렬인 저는 1996년 논산시청 환경과로 초임 발령을 받고 어느덧 27년째 나랏밥을 먹고 있습니다. 

놀뫼신문 독자님들에게 제 경험과 공직관을 직접 전한다니 다소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저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의지를 다져볼 수 있어 벅차기도 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7년의 공직 생활 동안의 발자취와 앞으로 각오를 이 글을 빌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 환경직 공무원, 27년간의 현장 행정, 소중한 경험치


제가 학생이던 1980년대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몰두했던 시기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도시ㆍ농촌 구분 없이 양적 팽창과 개발에 힘썼습니다. 

그래서인지 1961년도 이희승 선생이 편집한 국어대사전(민중서관 발행)은 최초로 우리말을 가장 질서있게 정리한 사전인데, ‘공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당시는 '공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안타깝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도 그랬던 것이 당시는 생수를 사서 마시던 시기도 아니었고, 미세먼지란 녀석이 있는지도 몰랐던 ‘자연이라면 변함없이 깨끗한’ 때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공직에 발을 내딛었던 1990년대 초반은 지구촌이 민주화와 세계화로 접어들며 문화적 다양성이 확장하면서 숨어있던 의제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산 좋고 물 좋은’ 제 고향 논산 역시 환경보호에 관한 사회적 고민이 안팎으로 퍼져나오기 시작했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일선 공직자로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그 생각이 환경직 공무원이라는 현실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초임지에서의 기억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우여곡절 속 환경직 공무원이 되어 지내던 중 2000년 가을쯤이었을까요? 부적면 감곡리 석재단지에 무려 4,500톤의 산업폐기물이 3년째 방치되어 있어, 이에 대한 신고를 받고 조치에 나서게 됩니다. 

강력한 행정조치는 물론 검찰측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3개월 만에 폐기물 전량을 ‘적법’하게 처리했습니다. 이때 당시 주민대표께서 “숙원을 해결해 줘서 고맙다”며 주신 감사패와 격려의 막걸리 한잔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환경에 대해 막연한 고민만 안고 시작한 공직 생활에 실제적인 ‘보람’ 한 방울이 똑 떨어져 제 마음에 퍼진 것입니다.

그 뒤로도 여러 환경행정의 현업을 거쳤고, 2012년에는 연무읍사무소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연무읍사무소의 내부 사정상 저는 환경업무가 아닌 농정ㆍ농업재해 업무를 맡게 되었지요. 

해마다 오는 태풍, 폭설에 분투하며 일선 행정의 노고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돌이켜보면 포괄적 행정 체험을 할 수 있는 계기였고, 저조차 몰랐던 역량을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 선샤인랜드의 처녀 팀장이 되다… ‘미스터 선샤인’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가을, 지금은 논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선샤인랜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선샤인랜드 운영을 도맡은 TF의 팀장이라는 나름의 중책(?)을 맡게 됩니다. 처음 생겨난 곳인 만큼 저와 팀원들 모두가 겪어보지 못했던 애로사항에 맞닥뜨리기도 했습니다.

개관 초기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지며 수많은 관광객이 선샤인랜드를 찾았습니다. 주차장, 쉼터 등 관광객 편의 시설은 부족했고 팀원 7명은 휴식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주차관리부터 시설 운영, 민원 대응까지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습니다. 주말을 반납하고 모두가 일에만 열중했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선샤인랜드는 논산의 명실상부한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첫해에만 무려 340만 명이 다녀간 관광명소였지요. 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다시 찾고 싶은 100대 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리며 논산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러한 희로애락 속에 어느새 팀원들은 가족과도 같은 사이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추억을 공유하는 오랜 전우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기억과 추억이 떠오릅니다. 선샤인랜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사뭇 다른 모습이거니와, 저 역시도 선샤인랜드의 사무실 책상을 치운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한 것은 당시 제 마음에 일었던 ‘소명 의식’과 ‘배워가는 것에 대한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은 바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샤인랜드를 세트 배경으로 찍은 드라마 중 가장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그 안의 대사를 비틀어 제 소명을 밝혀보자면,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배, 불란서 양장, 각국의 박래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나의 낭만은 오로지 시장님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논산을 새롭게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불철주야 애쓰는 것 뿐이요!” 





■ 시정 홍보의 최일선에서… ‘글의 힘을 믿으며’

 

시간은 또 흘러 2023년 1월 초하룻날, 저는 언론홍보팀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이후 1년간 논산의 핫이슈를 언론인들의 ‘펜의 힘’을 빌려 시민사회에 전달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민선 8기 초기임에도 논산시는 마구 끓는 용광로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들이 생겨났고, 크고 작은 성과물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속한 홍보협력실은 이런 소식들을 지역사회 안팎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특히나 일방적 외침이 아닌 시민사회와 가깝게 호흡하는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대 매체 환경은 ‘상호작용성이 강한 대화’를 기저에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메시지를 막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참여하는 지금입니다. 저희 홍보협력실 역시 이에 초점을 두고 언론사부터 포털 사이트, SNS와 SNS서포터즈, 유튜브와 카카오톡, 유관 기관 공보담당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홍보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민 삶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러한 쌍방향 소통ㆍ홍보 시대에는 더 더욱 시정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 시각, 뼈 있는 조언이 많아지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언론홍보팀장으로서의 기대하는 역할이 바로 이와같은 '소통의 극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행정과 함께 고민하며 중추적인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인들의 쓴소리와 조언이 반석이 되어 시정 곳곳을 받쳐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작금의 제가 하여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논산의 등대가 되어주신 기자분들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합니다.

정책과정 안에서 홍보의 영역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일지라도 시민들이 알지 못하고, 시장님의 비전과 시정 방향을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책 과정 안에서 홍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정과 언론의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상호 건강한 긴장감은 유지하되, 한층 성숙해지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익에는 공익으로, 정파성에는 보편타당성으로, 거짓에는 사실로, 감정에는 이성으로 천박에는 품격으로 대응하며 시민 여러분의 알 권리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결과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프라하의 봄’이라고 일컫는 1968년 여름, 보슬비에 젖은 프라하 거리에는 ‘압도적이지만 무력한 탱크’와 ‘무력하지만 압도적인 언론’이 대치했습니다. 프라하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탱크들조차도 그 존재를 정당화하는 일만큼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언론은 작지만 위대한 존재가치를 발휘하며 봄을 지켜냈던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미래의 동력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고 계신 시장님을 필두로 논산의 전 공직자는 '논산을 새롭게 시민이 행복하게' 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뛰고 있습니다. 저 역시 언론홍보팀장으로서, 지역의 현실을 냉철히 살피며 언론과 행정이 함께 호흡하고 상생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2023년이 저물고 있네요. 다가오는 2024년 '청룡의 해'에도 행정과 언론과 시민이 함께하는 살아 숨쉬는 '소통의 뉴스'를 만들겠습니다. 시선을 떼지 말아주십시오. '무력하지만 압도적인 글의 힘'을 믿으면서, 여러분들의 일상이 평안하길 바라며, 청룡의 상서로움이 깃드는 한해를 희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