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어르신들의 인생노트가 활짝~펼쳐집니다

놀뫼신문
2019-03-27


본지 『놀뫼신문』에서 이번호부터 지역 어르신들의 일대기를 담은 ‘인생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시민기자들이 지역어르신을 찾아뵙고, 그 동안 살아오신 이야기를 받아적는다. 그 애환이 앨범 속의 사진과 함께 매주 한 편씩 펼쳐질 것이다. 그리하여 50편 정도가 되면 단행본으로도 엮어낼 계획이다. 

본지가 인생노트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는 이유가 몇 있다. 어느 누구가 되었든 인생(人生)은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 당위성을 굳이 거론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노트의 대상은 소위 성공했거나 잘나갔던 사람으로만 특정짓지 않는다. 논산시민 누구나다. 다만, 한정된 시간과 장소인지라서 처음에는 한글대학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한다. 이제 시작이므로, 향후 타천은 물론 자천(自薦)도 열려 있다. 

일기(日記) 형식의 일대기를 외부에 공표, 공유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로 역사이다.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작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한 사람의 일생은 개인사이도 하지만 동네의 역사이자 현대사의 편린들이다. 소설가 이병주는 장편소설 『지이산(智異山)』을 자기 개인 관점의 현대사라 규정하였다. 우리 대부분은 거창한 사건을 소재로 하여 길게 쓸 수가 없다. 그저 나와 내 주변의 일만 기록해두어도 최상급이다. 소중한 개인사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 나라 역사의 금자탑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라면, 우리 장례문화에 조용한 변화를 몰고 오고자 함이다. 인생노트는 대한민국 실버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 동안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어르신들의 한글학교, 나아가 자서전쓰기까지 진도를 많이 나갔다. 자서전 사업을 자발적으로 추진한 개인, 모임, 단체도 많다. 그 중 빛나는 사례는 1년 전 시작한 옥천의 ‘은빛자서전 프로젝트’이다. 은빛자서전에 담겨진 콘텐츠는 해당 어르신이 별세하면 ‘조문보(弔問報)’로 변신하여 장례식장에 비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요즈음 장례식 풍속도는, 대개 조문하고 영정사진을 보는 데에서 그친다. 좀더 나아가면, 상주에게 고인의 연세나 사인을 묻는 정도이다. 옥천에서는, 고인의 생전 신문에 나왔던 사진과 기사를 실사 출력하여서 걸어놓겠다는 계획이란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의 동공(瞳孔)에, 고인의 일생을 압축한 화폭이 한 가득 담기도록.


논산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일대기는 남이 써 주는 게 관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이 직접 쓸 수도 있다. 옥천에서는 청소년들과 함께 어르신을 찾아뵙는 ‘구술 생애사’ 동아리를 비롯, 출향 자녀까지 참여하는 ‘자서전 글쓰기 교실’과 ‘부모님께 감사편지 쓰기’도 병행할 모양이다.

논산이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한글대학 중에서 동급 최강이 논산이다. 2년 전 논산시에 100세행복과가 야심차게 출범한 이래 어르신 한글 백일장은 두 번 치러졌다. 2017년 9월, 국민체육센터 3층에는 마을별 한글대학 학습자 중 대표들이 뽑혀나와서 자웅을 겨뤘다. 총 244명이 겨룬 결과는 “오늘도 나는 한글대학에 간다”는 책자에 고스란히 수록되었다. 시화 65, 수필 59, 글씨쓰기 114, 이렇게 총 238명의 저자로 망라된 단행본이 다음해 2월 빛을 본 것이다. 읍면동 행정순으로 시화, 수필, 글씨쓰기 순으로 수록되었다. 

2018 어르신 한글 백일장은 한글대학 참여 경로당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였다. 302개소 한글대학 참여 어르신 3천 여명 중 희망자로 대폭 확대하였다. 그 결과 2,325명이 대거 참여하였다. 12월에 “살맛난다, 내 인생”이란 제목으로 출판하였는데, 분량이 방대하여서 읍면동별로 분권하여서 총 12권으로 발간하였다. 12권 1세트인 이 책은 저자가 총 2308명이니 가히 기네스북감이다. 시화 406, 수필 483, 그리기 710였다. 글씨쓰기는 709명인데 전년도처럼 지문이 동일한 관계로 참가자 프로필을 수록하였다. 배부대상으로는 작품집 저자가 1순위였다. 2308명 집집마다 본인의 작품과 프로필/사진 실린 책이 배포가 된 것이다. 이름 없이 지방에 살던 노인이 어느날 공동저자로서 자리매김되어 있는, 꿈과도 같은 현실이다. 

우리 『놀뫼신문』은 이 사업을 좀더 내실있게 다져나가고자 한다.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하여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임하고자 한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유명세를 타더니만, 이제는 영화로도 나와 있다. 주인공인 알란 칼손은 양로원에서 100세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창문을 넘어서 탈출한다. 그는 100년 근현대사를 비극적으로, 때로는 유쾌·상쾌·통쾌하게 관통해 나간다. 본지는 작년도 5월 20일자로 “강경컴퓨터반 100세동급생 축하연”을 상세히 중계한 적이 있다. 이번호부터 펼쳐질 이웃들의 ‘인생노트’ 파노라마에 논산시민 모두가 동참한다면, 논산만의 진하고도 징한 역사가 하나둘씩 복원되면서, 한민족 청사(靑史)에도 길이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