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초대석] 박민규, 김세욱 부부
논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청년부부의 삶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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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詩 ‘가지 않는 길’은 서양시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 중 하나일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행로에서 필연적인 선택의 갈림길을 맞닥뜨리게 되면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의 현실이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노란 숲속의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들의 걸었던 자취가 적은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피하는 길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 길을 택하겠다’는 것은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의 중요성,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에 대해서 소박하지만 인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시이기에 선택의 용기를 이야기할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갑진년 새해 첫 번째 [표지초대석]에서는 작년 12월 중순 화지중앙시장에 순대를 이용한 볶음요리전문점 ‘볶음연구소’를 창업한 박민규‧김세욱 부부를 만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그들만의 ‘발상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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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만이 강의 흐름을 따른다
1992년생 박민규와 1996년생 김세욱은 2018년 6월 전주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다. 당시 박민규는 중국 산동사범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취업을 준비 중이었고, 김세욱은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세욱은 “저희 두 사람의 첫 만남을 한 문장으로 함축하면, <젠틀한 중국 유학파와 방황하던 임용고시생의 만남>이었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김세욱은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가?”라며 고민하던 중 ‘20대 후반 청년이라기엔 너무나도 진중하고 일 처리가 야무진 박민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게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시작된 썸(some)은 서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되면서, 언제든 ‘워킹홀리데이’를 함께 떠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집중해서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한국도로공사에서 주관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던 그들은 취업과 임용고사가 아닌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이 바뀌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 ‘발상의 전환’
박민규는 “우리 부부의 삶이 주변의 기대치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서 180도의 인생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1도의 관점 전환과 1%의 행동 변화만으로도 인생의 성취감과 행복지수가 더 좋아질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그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조합한 것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2018년 10월, 박민규와 김세욱 부부는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서 관리하는 호남고속도로 노선에 위치한 휴게소에 창업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여러 심사를 거쳐 벌곡휴게소(하) 운영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과 논산시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인생의 첫 번째 ‘워킹홀리데이’를 논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2018년 12월, 두 사람은 우선 양가의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그저 먹는 것을 좋아했던 유학파와 임용고시생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365일 연중무휴 하루 12시간 소떡소떡, 핫바와 겨뤄가며 순대볶음, 순대튀김, 순대강정을 만들었던 그 시절이 바로 두 사람의 꿈과 희망의 돛을 힘차게 올리는 순간이었다.
온몸으로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
두 사람이 운영하는 ‘돈(豚)그라미’는 순대볶음, 순대튀김, 순대강정을 만들어 파는 조그마한 고속도로휴게소 내 간식코너 매장이다. 겨울에는 눈이 들이치고, 여름에는 유증기의 온도로 기온이 45°C에 육박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직격으로 감당해야 했다.
김세욱은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부족했지만 저희 음식에 웃어주고,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 ‘돈그라미’에서 연구하고 개발했던 순대볶음이 현재 ‘볶음연구소’의 모태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2020년 2월,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으며, 끝나지 않는 영원한 ‘워킹홀리데이’를 약속했다. 그리고 누구나 가는 신혼여행을 누구나 가지 않는 곳으로 택하였다.
두 사람은 유럽인들에게는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곳인 아프리카 남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무렵, 한국에서 두바이를 거쳐 모리셔스 수도 포트루이스 공항에 도착하자 중국과 일본 관광객은 모두 입국시키면서 한국 관광객 17쌍의 신혼여행객에게는 ‘코로나 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여권을 회수하고 3일간 수용소에 격리시켰다가 모두 출국시겼다.
비행기만 타고 왔다갔다한 신혼여행이었으나, 두사람은 시련을 극복하는 인내와 기다림을 경험하며 한층 더 성숙한 부부가 되어 돌아왔다.
박민규와 김세욱은 어느새 ‘워킹홀리데이’가 그들의 삶 자체가 되었다.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면서 배우고 성장했던 청년창업 기간은 끝나고, 고속도로휴게소 내에서 코로나 기간에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 업체가 전국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이기에 그들의 꿈과 용기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화지중앙시장에 ‘볶음연구소’를 창업하며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
두 사람은 “도로공사와 청년창업 계약 기간이 끝나는 무렵, 그동안 개발해 왔던 돈그라미의 순대볶음 및 관련 메뉴들을 더 이상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며, “그즈음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다”고 볶음연구소 창업 배경을 설명한다.
박민규와 김세욱은 “처음 순대를 이용한 창업을 시작한 이유는 젊은 연령대부터 높은 연령대까지도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특히, 장년층의 이용률이 높은 기존 전통시장의 특성과 논산시의 화지중앙시장 홍보 및 야시장 개최 등으로 인한 청년층 및 가족 단위 이용객의 유입을 고려할 때 세대를 어우르는 먹거리 아이템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순대 튀김과 강정은 간식으로, 순대볶음은 식사와 안주로 다양한 연령대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소스 개발 및 볶음‧튀김 등의 요리에서부터 인테리어, 시설, 집기류 등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비용적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청년의 열정과 패기로 본 사업의 취지에 맞게 기존 시장 상인분들과의 교류는 물론 상인회 가입 등을 통해 시장 활력 증진에 적극 협조하여 화지중앙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피력한다.
볶음연구소 현재모습(위)과 이전 점포 모습(아래)
현재 볶음연구소 내부 모습(위), 메뉴들(아래)
볶음연구소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
[‘볶음연구소’라는 네이밍은 누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돈(豚)그라미’에서 저희가 직접 만든 소스를 발전시키고, 그 음식들과 레시피에 무엇을 더 추가하면 좋을까?, 그리고 어떻게 조리하면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그 과정들이 ‘연구소의 연구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소라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주력 메뉴인 순대볶음의 볶음을 합성하여 ‘볶음연구소’가 되었습니다.
[식당 내에서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창업 과정에서 경험 외의 전문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아내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개업 전까지 두 달 정도 둘이서 기존 메뉴를 보완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레시피를 바탕으로 불맛을 위한 웍질 포함 주된 조리 과정은 남편이, 고객 응대 및 포장 업무는 아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볶음연구소' 운영계획은?]
매장 시범운영을 거쳐 현재는 어느 정도 분업 및 체계화가 되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논산 시내 배달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추후 별도의 가공 시설을 마련하여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볶음연구소 밀키트’를 출시하는 것이 장기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한, 논산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활용하여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 역시 중장기 목표 중 하나입니다.
[향후 비전은?]
창업 과정을 거치면서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라는 막막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희망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것은 저희가 겪어온 시간과 경험이었고, 옆에 있는 서로였습니다.
지금의 경험이 언젠가 또 다른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현재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논산에서 아이를 낳고 정착하여 더 큰 우리가 되어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즐겁게 웃으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논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 구석구석 골목에 청년들이 더 들어와 다양한 업종으로 서로 교류하고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추후 화지시장에도 함께 먹고, 공연하며 즐길 수 있는 광장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지원도 좋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현장위생교육, 식품관리, 논산의 특산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자재 유통, 그리고 논산시 고유의 배달어플 등 금전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필요한 교육과 플랫폼이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저희가 ‘동네고양이 보호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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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지중앙시장 강현진 회장은 “온라인 및 현지 시장조사 결과, 현재 논산시에서 순대를 주력 메뉴로 판매 중인 업체는 약 45개 정도이며, 대부분 순대국밥만을 취급하였고 소수의 점포만이 전골 혹은 볶음을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중 ‘화지중앙시장’과 ‘순대’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갈 수 있는 순대전문 매장은 1개이며, 나머지는 순대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는 분식 점포나 노점이기에, ‘수제소스를 활용한 새로운 순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사와 간식이라는 가치와 경쟁력은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산시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내 빈 점포를 활용하여 39세 이하 청년상인 및 55세 미만 중장년에게 상인회를 통해 창업 교육,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컨설팅, 마케팅 등을 지원해 전통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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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주 편집장
[표지초대석] 박민규, 김세욱 부부
논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청년부부의 삶과 꿈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행로에서 필연적인 선택의 갈림길을 맞닥뜨리게 되면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의 현실이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노란 숲속의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들의 걸었던 자취가 적은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피하는 길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 길을 택하겠다’는 것은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의 중요성,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에 대해서 소박하지만 인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시이기에 선택의 용기를 이야기할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갑진년 새해 첫 번째 [표지초대석]에서는 작년 12월 중순 화지중앙시장에 순대를 이용한 볶음요리전문점 ‘볶음연구소’를 창업한 박민규‧김세욱 부부를 만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그들만의 ‘발상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죽은 물고기만이 강의 흐름을 따른다
1992년생 박민규와 1996년생 김세욱은 2018년 6월 전주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다. 당시 박민규는 중국 산동사범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취업을 준비 중이었고, 김세욱은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세욱은 “저희 두 사람의 첫 만남을 한 문장으로 함축하면, <젠틀한 중국 유학파와 방황하던 임용고시생의 만남>이었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김세욱은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가?”라며 고민하던 중 ‘20대 후반 청년이라기엔 너무나도 진중하고 일 처리가 야무진 박민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게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시작된 썸(some)은 서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되면서, 언제든 ‘워킹홀리데이’를 함께 떠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집중해서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한국도로공사에서 주관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던 그들은 취업과 임용고사가 아닌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이 바뀌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 ‘발상의 전환’
박민규는 “우리 부부의 삶이 주변의 기대치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서 180도의 인생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1도의 관점 전환과 1%의 행동 변화만으로도 인생의 성취감과 행복지수가 더 좋아질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그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조합한 것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2018년 10월, 박민규와 김세욱 부부는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서 관리하는 호남고속도로 노선에 위치한 휴게소에 창업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여러 심사를 거쳐 벌곡휴게소(하) 운영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과 논산시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인생의 첫 번째 ‘워킹홀리데이’를 논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2018년 12월, 두 사람은 우선 양가의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그저 먹는 것을 좋아했던 유학파와 임용고시생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365일 연중무휴 하루 12시간 소떡소떡, 핫바와 겨뤄가며 순대볶음, 순대튀김, 순대강정을 만들었던 그 시절이 바로 두 사람의 꿈과 희망의 돛을 힘차게 올리는 순간이었다.
온몸으로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
두 사람이 운영하는 ‘돈(豚)그라미’는 순대볶음, 순대튀김, 순대강정을 만들어 파는 조그마한 고속도로휴게소 내 간식코너 매장이다. 겨울에는 눈이 들이치고, 여름에는 유증기의 온도로 기온이 45°C에 육박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직격으로 감당해야 했다.
김세욱은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부족했지만 저희 음식에 웃어주고,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 ‘돈그라미’에서 연구하고 개발했던 순대볶음이 현재 ‘볶음연구소’의 모태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2020년 2월,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으며, 끝나지 않는 영원한 ‘워킹홀리데이’를 약속했다. 그리고 누구나 가는 신혼여행을 누구나 가지 않는 곳으로 택하였다.
두 사람은 유럽인들에게는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곳인 아프리카 남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무렵, 한국에서 두바이를 거쳐 모리셔스 수도 포트루이스 공항에 도착하자 중국과 일본 관광객은 모두 입국시키면서 한국 관광객 17쌍의 신혼여행객에게는 ‘코로나 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여권을 회수하고 3일간 수용소에 격리시켰다가 모두 출국시겼다.
비행기만 타고 왔다갔다한 신혼여행이었으나, 두사람은 시련을 극복하는 인내와 기다림을 경험하며 한층 더 성숙한 부부가 되어 돌아왔다.
박민규와 김세욱은 어느새 ‘워킹홀리데이’가 그들의 삶 자체가 되었다.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면서 배우고 성장했던 청년창업 기간은 끝나고, 고속도로휴게소 내에서 코로나 기간에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 업체가 전국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이기에 그들의 꿈과 용기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화지중앙시장에 ‘볶음연구소’를 창업하며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
두 사람은 “도로공사와 청년창업 계약 기간이 끝나는 무렵, 그동안 개발해 왔던 돈그라미의 순대볶음 및 관련 메뉴들을 더 이상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며, “그즈음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다”고 볶음연구소 창업 배경을 설명한다.
박민규와 김세욱은 “처음 순대를 이용한 창업을 시작한 이유는 젊은 연령대부터 높은 연령대까지도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특히, 장년층의 이용률이 높은 기존 전통시장의 특성과 논산시의 화지중앙시장 홍보 및 야시장 개최 등으로 인한 청년층 및 가족 단위 이용객의 유입을 고려할 때 세대를 어우르는 먹거리 아이템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순대 튀김과 강정은 간식으로, 순대볶음은 식사와 안주로 다양한 연령대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소스 개발 및 볶음‧튀김 등의 요리에서부터 인테리어, 시설, 집기류 등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비용적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청년의 열정과 패기로 본 사업의 취지에 맞게 기존 시장 상인분들과의 교류는 물론 상인회 가입 등을 통해 시장 활력 증진에 적극 협조하여 화지중앙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피력한다.
볶음연구소 현재모습(위)과 이전 점포 모습(아래)
현재 볶음연구소 내부 모습(위), 메뉴들(아래)
볶음연구소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
[‘볶음연구소’라는 네이밍은 누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돈(豚)그라미’에서 저희가 직접 만든 소스를 발전시키고, 그 음식들과 레시피에 무엇을 더 추가하면 좋을까?, 그리고 어떻게 조리하면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그 과정들이 ‘연구소의 연구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소라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주력 메뉴인 순대볶음의 볶음을 합성하여 ‘볶음연구소’가 되었습니다.
[식당 내에서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창업 과정에서 경험 외의 전문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아내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개업 전까지 두 달 정도 둘이서 기존 메뉴를 보완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레시피를 바탕으로 불맛을 위한 웍질 포함 주된 조리 과정은 남편이, 고객 응대 및 포장 업무는 아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볶음연구소' 운영계획은?]
매장 시범운영을 거쳐 현재는 어느 정도 분업 및 체계화가 되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논산 시내 배달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추후 별도의 가공 시설을 마련하여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볶음연구소 밀키트’를 출시하는 것이 장기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한, 논산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활용하여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 역시 중장기 목표 중 하나입니다.
[향후 비전은?]
창업 과정을 거치면서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라는 막막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희망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것은 저희가 겪어온 시간과 경험이었고, 옆에 있는 서로였습니다.
지금의 경험이 언젠가 또 다른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현재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논산에서 아이를 낳고 정착하여 더 큰 우리가 되어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즐겁게 웃으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논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 구석구석 골목에 청년들이 더 들어와 다양한 업종으로 서로 교류하고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추후 화지시장에도 함께 먹고, 공연하며 즐길 수 있는 광장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지원도 좋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현장위생교육, 식품관리, 논산의 특산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자재 유통, 그리고 논산시 고유의 배달어플 등 금전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필요한 교육과 플랫폼이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저희가 ‘동네고양이 보호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화지중앙시장 강현진 회장은 “온라인 및 현지 시장조사 결과, 현재 논산시에서 순대를 주력 메뉴로 판매 중인 업체는 약 45개 정도이며, 대부분 순대국밥만을 취급하였고 소수의 점포만이 전골 혹은 볶음을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중 ‘화지중앙시장’과 ‘순대’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갈 수 있는 순대전문 매장은 1개이며, 나머지는 순대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는 분식 점포나 노점이기에, ‘수제소스를 활용한 새로운 순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사와 간식이라는 가치와 경쟁력은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산시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내 빈 점포를 활용하여 39세 이하 청년상인 및 55세 미만 중장년에게 상인회를 통해 창업 교육,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컨설팅, 마케팅 등을 지원해 전통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