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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곧 브랜드> 맛있는 내러티브 식당이나 점포 등의 진정한 품격은 매장의 크기나 매출의 규모가 아니다. '이야기' 즉 맛있는 내러티브가 그 핵심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맛있는 내러티브로 쌓이면서, 공유되고 전파되며 대중과 상호작용하여 점점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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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국물에 담긴 인생 이야기 ‘토종 선지 뼈다귀 해장국’

“맛있는 이야기에는 깊은 국물이 있다”
1925년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등장한다.
도성의 밤을 술로 지새운 양반들이 새벽 4시 통금 해제와 동시에 배달시켜 먹던 음식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효종갱(曉鐘羹)’으로, 직역하면 ‘새벽종에 맞춰 먹는 국’이란 뜻으로, 오늘날의 해장국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북촌 지역에서 유행했다 하여 ‘북촌갱’으로도 불린 이 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속풀이와 위안의 상징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충남 계룡시 엄사리에 그 효종갱의 정서를 오롯이 품고 있는 ‘토종 선지 뼈다귀 해장국’(이하 토종 해장국)이라는 노포가 있다.
단지 맛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한 사람의 인생이 국물처럼 우러난 이곳의 '맛있는 내러티브'를 소개한다.
토종 해장국, ‘전설이 된 국밥집’
계룡시 엄사면 번영로 12에 자리한 ‘토종 해장국’은 입소문 하나로 20년을 버텨온 노포(老鋪)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은 웬만한 미식 레스토랑이 따라올 수 없다.
대표 메뉴인 선지해장국은 깊고 묵직한 한우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선지, 된장으로 간을 맞춘 우거지, 그리고 손맛이 느껴지는 양념이 조화를 이룬다.
그 맛을 받쳐주는 김치와 깍두기, 특히 깍두기 국물은 단골들에게는 ‘해장국의 완성’이라 불린다. 이 깍두기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8.15 계룡대 방문 당시 식탁에 오른 바도 있다. 대통령에게도 인정받은 깍두기, 이제는 계룡의 자부심이 되었다.
‘토종 해장국’의 국물 맛에는 '박득수'라는 이름의 레시피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박득수 사장이라는 한 인간의 삶의 내공이다.
서울 서빙고동이 고향인 박 사장은 1980년 대전 판암동에서 염색공장을 운영하며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술 하나로 큰돈을 벌었고, 염색 디자인을 담당하러 온 미대 졸업생(현 부인)과 결혼까지 하며 삶은 무르익었다.
하지만 대형 공장들의 등장과 가격 경쟁 속에서 작은 공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공장을 정리하고 제과회사 영업사원으로 다시 시작했지만,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퇴사.
이후 폐수처리약품 공장을 시작했으나 납품처가 사라지며 6년 만에 문을 닫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차린 대형 삼겹살집도 동업의 한계에 부딪혀 폐업.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20년,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던 그의 삶 속에 “이젠 마지막이다”라며 붙잡은 희망이 바로 ‘토종 해장국’이었다.


두 번의 결심이 만든 진짜 맛
"‘토종 해장국’의 맛은 두 번의 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절대 맛을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박득수 사장의 이야기다.
박 사장은 매년 4월, '제주 월동무 200박스(약 4톤)'를 사들여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다. 10월 가을무가 출하되기 전까지 깍두기의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이 집의 김치, 깍두기는 계절을 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둘째, 절대 가게 문을 닫지 않겠습니다.”
2004년 9월 4일 개업 후 3년 전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지금도 설날과 추석 이틀만 문을 닫는다. 장사의 기본은 꾸준함이라 믿는 그의 철학은 그 자체로 레시피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 해장국이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장님, 해장국 생각나서 집사람 데리고 왔어요~” 계룡대에서 군 생활했던 군인, 용남고·계룡고 졸업생들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와 남기는 인사다. 박 사장은 그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말한다.
“그때 그 결심이 빛을 보는 순간 같아요.”
이제는 '가업으로 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노하우를 물려주고 있다.
맛은 결국 ‘이야기’에서 나온다 해장국은 국물 하나로도 속을 풀어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진짜 힘은, 그 국물에 이야기가 담겨 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토종 해장국’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인생을 국물처럼 우려낸 '모두의 노포'다.
가게를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곧 브랜드’라는 말이, 이 집만큼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 이정민 기자
<이야기가 곧 브랜드> 맛있는 내러티브
식당이나 점포 등의 진정한 품격은 매장의 크기나 매출의 규모가 아니다. '이야기' 즉 맛있는 내러티브가 그 핵심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맛있는 내러티브로 쌓이면서, 공유되고 전파되며 대중과 상호작용하여 점점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한 그릇의 국물에 담긴 인생 이야기 ‘토종 선지 뼈다귀 해장국’
“맛있는 이야기에는 깊은 국물이 있다”
1925년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등장한다.
도성의 밤을 술로 지새운 양반들이 새벽 4시 통금 해제와 동시에 배달시켜 먹던 음식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효종갱(曉鐘羹)’으로, 직역하면 ‘새벽종에 맞춰 먹는 국’이란 뜻으로, 오늘날의 해장국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북촌 지역에서 유행했다 하여 ‘북촌갱’으로도 불린 이 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속풀이와 위안의 상징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충남 계룡시 엄사리에 그 효종갱의 정서를 오롯이 품고 있는 ‘토종 선지 뼈다귀 해장국’(이하 토종 해장국)이라는 노포가 있다.
단지 맛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한 사람의 인생이 국물처럼 우러난 이곳의 '맛있는 내러티브'를 소개한다.
토종 해장국, ‘전설이 된 국밥집’
계룡시 엄사면 번영로 12에 자리한 ‘토종 해장국’은 입소문 하나로 20년을 버텨온 노포(老鋪)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은 웬만한 미식 레스토랑이 따라올 수 없다.
대표 메뉴인 선지해장국은 깊고 묵직한 한우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선지, 된장으로 간을 맞춘 우거지, 그리고 손맛이 느껴지는 양념이 조화를 이룬다.
그 맛을 받쳐주는 김치와 깍두기, 특히 깍두기 국물은 단골들에게는 ‘해장국의 완성’이라 불린다. 이 깍두기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8.15 계룡대 방문 당시 식탁에 오른 바도 있다. 대통령에게도 인정받은 깍두기, 이제는 계룡의 자부심이 되었다.
‘토종 해장국’의 국물 맛에는 '박득수'라는 이름의 레시피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박득수 사장이라는 한 인간의 삶의 내공이다.
서울 서빙고동이 고향인 박 사장은 1980년 대전 판암동에서 염색공장을 운영하며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술 하나로 큰돈을 벌었고, 염색 디자인을 담당하러 온 미대 졸업생(현 부인)과 결혼까지 하며 삶은 무르익었다.
하지만 대형 공장들의 등장과 가격 경쟁 속에서 작은 공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공장을 정리하고 제과회사 영업사원으로 다시 시작했지만,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퇴사.
이후 폐수처리약품 공장을 시작했으나 납품처가 사라지며 6년 만에 문을 닫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차린 대형 삼겹살집도 동업의 한계에 부딪혀 폐업.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20년,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던 그의 삶 속에 “이젠 마지막이다”라며 붙잡은 희망이 바로 ‘토종 해장국’이었다.
두 번의 결심이 만든 진짜 맛
"‘토종 해장국’의 맛은 두 번의 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절대 맛을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박득수 사장의 이야기다.
박 사장은 매년 4월, '제주 월동무 200박스(약 4톤)'를 사들여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다. 10월 가을무가 출하되기 전까지 깍두기의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이 집의 김치, 깍두기는 계절을 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둘째, 절대 가게 문을 닫지 않겠습니다.”
2004년 9월 4일 개업 후 3년 전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지금도 설날과 추석 이틀만 문을 닫는다. 장사의 기본은 꾸준함이라 믿는 그의 철학은 그 자체로 레시피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 해장국이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장님, 해장국 생각나서 집사람 데리고 왔어요~” 계룡대에서 군 생활했던 군인, 용남고·계룡고 졸업생들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와 남기는 인사다. 박 사장은 그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말한다.
“그때 그 결심이 빛을 보는 순간 같아요.”
이제는 '가업으로 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노하우를 물려주고 있다.
맛은 결국 ‘이야기’에서 나온다 해장국은 국물 하나로도 속을 풀어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진짜 힘은, 그 국물에 이야기가 담겨 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토종 해장국’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인생을 국물처럼 우려낸 '모두의 노포'다.
가게를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곧 브랜드’라는 말이, 이 집만큼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