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상업지역 한복판에서 버젓이 성매매영업
탈성매매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시점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함께 병존해 온 전국의 주요 성매매집결지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폐쇄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강원도 춘천시 ‘장미촌’ ▲2010년 강원도 동해시 ‘동해부산가’ ▲2013년 춘천 ‘난초촌’ ▲2014년 부산시 ‘범전동 300번지’ 및 ‘해운대 609’ ▲2020년 인천시 숭의동 ‘옐로우하우스’ 및 학익동 ‘끽촌’, 대구시 ‘자갈마당’ ▲2021년 전북 전주시 ‘선미촌’,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경남 창원시 ‘서성동’, 서울 ‘청량리 588’ 등이다.
그리고 1970~1980년대 전성기엔 2000명이 넘는 여성이 일했던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집결지 부산 ‘완월동’ 역시 120년 묶은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완전한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된 배경에는 각 지방정부가 성매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도시 재개발과 재생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게 주효했다. 서울 ‘청량리 588’ 일대도 서울시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아파트를 지으면서 2021년 문을 닫았다. 전주 ‘선미촌’ 역시 전주시가 2014년부터 선미촌 정비 민간협의회를 발족해 폐·공가 매입을 통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1년 폐쇄되었다.
또한 부산시 충무동에 위치한 ‘달을 희롱하다’라는 의미의 ‘완월동(玩月)’도 46층 높이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건물 6동을 짓는 재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완전한 폐쇄를 앞두고 있다.
(※ 과거에는 '윤락가', '사창가', '집창촌' 등으로 불리워졌으나, 이들 모두가 부적절한 용어로 판단되어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성매매집결지'로 통칭하고 있다.)
1. 논산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소쿠리전’
대한민국에 산재했던 성매매집결지가 잇따라 문 닫는 상황과 달리 강경읍 대흥리 소재 성매매집결지 ‘소쿠리전’은 아직도 버젓하게 영업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불명예스러운 성매매집결지’가 될 수도 있다.
과거 논산의 성매매집결지는 연무읍 ‘안심리 208’과 논산역 인근에도 있었으나 모두 폐쇄되었다. 특히, 1970~1980년대 200명이 넘는 성매매 여성이 일했던 ‘안심리 208’도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규모가 크게 줄면서 지금은 모두 폐쇄되었다.
1960년대 하시장에 있던 죽제품과 소쿠리를 파는 가게와 노점들이 대흥리로 이전하였다. 이렇게 형성된 소쿠리전은 1970년대부터 술집과 숙박업소가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성매매집결지로 변질된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강경읍 중심부인 대흥리 10-88 일원에 위치한 ‘소쿠리전’은 일반상업지역으로 현재 총 48필지의 대지면적이 약 870여 평(약2,900㎡)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약 25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이중 23개소의 숙박업소가 등록되어 있다. 이곳의 토지주는 23명, 건축주는 22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들이 성매매에 직접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소쿠리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바로 인근에 학교, 상가 및 재래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청소년 보호에서부터 도시 재정비가 절박한 실정이다.
이에 논산시는 지난해 8월 부서별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세부추진계획에 따라 단속, 순찰,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 종사자의 자활교육과 일자리제공 등 지원방안 마련과 누구나 갈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공간 및 지역주민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익적 공간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공공시설 토지이용계획 수립 등 정비방안을 구상하여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행정절차 이행 및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1단계 총괄 주관부서인 복지정책과는 여성인권 현장상담소 운영 및 성매매 여성 사회정착 프로그램 등을 구성하고, 심리적 압박을 통한 자진폐쇄를 유도하여 정비의 추진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2단계 총괄 주관부서인 지역개발과는 기본구상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정비방안을 마련해 관련부서와 함께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2. 강경 ‘소쿠리전’의 역사
강경장은 윗장터인 상시장과 아랫 장터인 하시장 두 곳에서 열렸다. 상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포화상태가 되자 1910년 쯤 하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상시장은 지금은 사라진 강경극장 뒤편인 홍교리와 옥녀봉이 있는 북옥리에 섰고 하시장은 강경 구 연수당 건재약방이 있는 중앙리 일원과 배우 강부자 씨가 살았던 집 근처에 섰다.
하시장이 더 늦게 형성되었지만, 장의 규모가 상시장의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윗장터와 아랫장터에서 거래되는 물품이 달랐다. 윗장터는 주로 곡물과 가축, 옹기 등이 아랫장터에서는 포목, 잡화, 주물솥, 죽제품 등이 거래되었으며, 연수당 건재약방과 남일당 등 한약방이 있었다. 또한, 배가 들어오는 뱃전이라는 곳에서는 생선과 건어물 등을 팔았다.
연수당 건재약방 앞길 건너에 죽제품 가게와 ‘소쿠리전’, 가마솥전(주물소) 등이 있었고 우측 길 건너에는 농악기를 파는 꽹과리집이 있었다. 홍교리 쪽에서 내려오는 길에 옷 가게와 비단가게, 사기그릇 가게가 있었다. 후에 사기그릇에서 놋그릇으로 그리고 1960년대에는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품목이 바뀌었다. 후에 상권을 분산하기 위해서 김공평 강경읍장이 죽제품 가게와 소쿠리전을 대흥리 쪽으로 이전하였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술집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유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1942년 강경성당 골목에서 태어나 중앙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사한 후 현재까지 그곳에 거주하시는 김무길 씨의 구술 내용을 정리한 것임.)
3.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적 장소적 특성
‘성매매집결지’는 여성을 고용하여 성매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말한다.
성구매자들이 ‘구매상품’인 ‘여성들’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전시된 유리방이나 유리문이 설치된 업소 또는 유흥접객원 고용 및 음주가무가 허용된 유흥주점과 숙박업(여관, 여인숙)으로 허가된 업소로 ‘성매매 영업’을 ‘전업’으로 하는 업소이다.
[역사적 특성]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적 기원은 일본의 유곽에서 유래되며,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 개항된 부산, 원산, 인천항에서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면서 국내에 유곽이 설치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공창제도를 도입하고, 일본인 거류민단 주거지를 중심으로 유곽을 형성했다.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들여온 성산업은 조직적이고 정책적 제도화를 통해 현재 한국내의 성매매집결지와 성산업 전반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1946년 미군정에 의해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공창제’가 공식적으로 폐기된다. 박정희 정부는 1961년 사회질서 확립의지와 개혁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하여 성판매여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보호시설을 설립하여 여성들을 수용했다.
그러나 정부는 1962년 6월 성매매 영업이 가능한 104개 특정지역을 허용하는 공동지침을 발표하고 내무부, 법무부, 보건사회부가 특정지역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이는 성매매가 미군과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핵심 자원으로 보고, 식품위생법과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등록·검진을 강화하여 관리가 지배되고 금지가 보완되는 방식으로 양자 타협의 제도화가 된 것이다.
[장소적 특성]
성매매집결지는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외부인의 일상생활 공간과 분리되어 존재한다. 대부분 행정적 제한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지방경찰청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으로 블록화되어 폐쇄적인 공간구조를 갖고 있어 일반시민들과 학생들이 집결지 공간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다.
성매매집결지는 대체적으로 집결지로 구획되어 해당 권역내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다. 영업시간대가 야간시간에 집중되므로 낮 시간대에는 일상적 소통이 적은데다가, 여성들에게도 가능한 집결지 밖으로 이동하는 외부 출입을 줄이는 패턴 강화로 외부와 더욱 단절된 폐쇄적인 공간성을 지속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의 성매매집결지 폐쇄정책에 맞선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은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6년 6월 30일 <성매매 장소 제공 처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집창촌 지역 내의 전업형 성매매의 고질적인 병폐 및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의 성매매를 근절하여 집창촌을 폐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이 단기적으로 침해되는 청구인들의 사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성매매 장소를 해석하였다.
4. 탈성매매를 위한 공동체의 ‘사회적 안전망’은 있는가?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폐쇄가 지난날 집창촌을 형성하고 유지해온 역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단지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성매매로 부를 편취한 업주들에게 오히려 장기간 영업에 대한 면죄부는 물론 재산권자로서의 권리를 옹호하고 개발로 인한 부동산 이익까지 거머쥘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반면, 성매매 여성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무작정 또 어디론가 장사가 되는 다른 업소로 이주해야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방임과 묵인 아래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이곳을 찾는 구매자들 그리고 성매매집결지라는 생태계에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온 수많은 이해집단 속 사람들 중에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성매매집결지의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자갈마당 폐쇄를 앞장섰던 대구여성인권센터 관계자에 의하면,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가장 시급한 일정은 지자체의 ‘자활지원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구 ‘자갈마당’, 전주 ‘선미촌’, 아산 ‘장미마을’, 인천 ‘옐로우하우스’, 부산 ‘완월동’ 등에서 성매매집결지의 여성들에게 폐쇄를 앞두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상하는 자활지원사업을 시행했다”고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시간과 그동안 성매매집결지로 유입되었던 많은 여성들의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조명하고 그 여성들에 대한 인권을 화두로 자활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의미를 가져야 할 것이다.
5. 성매매집결지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성매매집결지는 여성의 몸을 거래한 돈으로 이루어진 생태계이고 먹이사슬의 정점엔 여성이 있다. 이러한 성매매집결지의 먹이사슬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안의 모든 ‘돈’의 흐름은 성매매 여성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수익구조는 다단계인데, 업주 외에도 직접적인 관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현관이모’(나까이)인 것이다. ‘현관이모’는 손님과 흥정을 하고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수익은 여성이 버는 돈의 10%였다. 하지만 최근엔 월급제처럼 주인에게서 직접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 중 많은 수가 과거 성매매 여성이었다. 현관이모는 간혹 성매매를 직접 하기도 한다. 이들 현관이모의 경험은 때론 여성들을 더 압박하기도 하고 때론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업주와의 사이에서 중간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수익이 여성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더 많은 돈을 벌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집결지 안 여성들을 둘러싼 먹이사슬은 집요할 만큼 빈틈이 없다. 여성들이 짐을 빼서 성매매집결지를 나오려 하면 세탁소와 옷가게 등의 가게 업주들이 자신들의 외상값을 갚고 나가라며 기세등등하게 붙는다. 물론 이들의 돈벌이는 여성들에 의한 것이지만, 이들이 장사가 가능하려면 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타나지 못하는 업주를 대신해 여성들의 발목을 붙잡는 역할을 착실히 하는 것이다. 이런 가게들 중에는 애견학교까지 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마음과 정을 붙이는 이들의 마음은 다시 비용으로 청구되어 돌아온다. 성매매 거래를 통한 모든 수익은 일단 일차적으로 업주들에게 들어간다. 업주는 건물주일 수도 있고, 임대 업주일 수도 있다. 2002년경엔 건물주가 모두 실제 업주였고 이들의 수익은 막대했다. 여러 집을 동시에 소유한 업주들이 많았고, 가족들이 모두 들어와서 몇 개의 업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건물주들은 임대업주에 넘기거나 명목상 계약관계를 맺고 자신들은 일차적 관계를 벗어났다. 임대업주들도 단속을 당할 때는 자신들은 빠지고 현관이모를 업주로 내세운다. (이 내용은 대구여성인권센터에서 발간한 「자갈마당 폐쇄 및 자활지원사업 백서」의 내용을 인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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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이번에 취재하고자 하는 주요 관점 역시 바로 이 점이며, 가장 주요한 과제는 바로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본지는 성매매집결지(소쿠리전)을 취재하면서 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성도덕이나 지역의 개발이익도 존재하겠지만, 성매매 여성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함께 되길 바란다. 그래야 제2, 제3의 ‘소쿠리전’이 거듭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영주 편집장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함께 병존해 온 전국의 주요 성매매집결지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폐쇄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강원도 춘천시 ‘장미촌’ ▲2010년 강원도 동해시 ‘동해부산가’ ▲2013년 춘천 ‘난초촌’ ▲2014년 부산시 ‘범전동 300번지’ 및 ‘해운대 609’ ▲2020년 인천시 숭의동 ‘옐로우하우스’ 및 학익동 ‘끽촌’, 대구시 ‘자갈마당’ ▲2021년 전북 전주시 ‘선미촌’,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경남 창원시 ‘서성동’, 서울 ‘청량리 588’ 등이다.
그리고 1970~1980년대 전성기엔 2000명이 넘는 여성이 일했던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집결지 부산 ‘완월동’ 역시 120년 묶은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완전한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된 배경에는 각 지방정부가 성매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도시 재개발과 재생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게 주효했다. 서울 ‘청량리 588’ 일대도 서울시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아파트를 지으면서 2021년 문을 닫았다. 전주 ‘선미촌’ 역시 전주시가 2014년부터 선미촌 정비 민간협의회를 발족해 폐·공가 매입을 통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1년 폐쇄되었다.
또한 부산시 충무동에 위치한 ‘달을 희롱하다’라는 의미의 ‘완월동(玩月)’도 46층 높이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건물 6동을 짓는 재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완전한 폐쇄를 앞두고 있다.
(※ 과거에는 '윤락가', '사창가', '집창촌' 등으로 불리워졌으나, 이들 모두가 부적절한 용어로 판단되어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성매매집결지'로 통칭하고 있다.)
1. 논산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소쿠리전’
대한민국에 산재했던 성매매집결지가 잇따라 문 닫는 상황과 달리 강경읍 대흥리 소재 성매매집결지 ‘소쿠리전’은 아직도 버젓하게 영업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불명예스러운 성매매집결지’가 될 수도 있다.
과거 논산의 성매매집결지는 연무읍 ‘안심리 208’과 논산역 인근에도 있었으나 모두 폐쇄되었다. 특히, 1970~1980년대 200명이 넘는 성매매 여성이 일했던 ‘안심리 208’도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규모가 크게 줄면서 지금은 모두 폐쇄되었다.
1960년대 하시장에 있던 죽제품과 소쿠리를 파는 가게와 노점들이 대흥리로 이전하였다. 이렇게 형성된 소쿠리전은 1970년대부터 술집과 숙박업소가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성매매집결지로 변질된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강경읍 중심부인 대흥리 10-88 일원에 위치한 ‘소쿠리전’은 일반상업지역으로 현재 총 48필지의 대지면적이 약 870여 평(약2,900㎡)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약 25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이중 23개소의 숙박업소가 등록되어 있다. 이곳의 토지주는 23명, 건축주는 22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들이 성매매에 직접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소쿠리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바로 인근에 학교, 상가 및 재래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청소년 보호에서부터 도시 재정비가 절박한 실정이다.
이에 논산시는 지난해 8월 부서별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세부추진계획에 따라 단속, 순찰,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 종사자의 자활교육과 일자리제공 등 지원방안 마련과 누구나 갈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공간 및 지역주민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익적 공간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공공시설 토지이용계획 수립 등 정비방안을 구상하여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행정절차 이행 및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1단계 총괄 주관부서인 복지정책과는 여성인권 현장상담소 운영 및 성매매 여성 사회정착 프로그램 등을 구성하고, 심리적 압박을 통한 자진폐쇄를 유도하여 정비의 추진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2단계 총괄 주관부서인 지역개발과는 기본구상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정비방안을 마련해 관련부서와 함께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2. 강경 ‘소쿠리전’의 역사
강경장은 윗장터인 상시장과 아랫 장터인 하시장 두 곳에서 열렸다. 상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포화상태가 되자 1910년 쯤 하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상시장은 지금은 사라진 강경극장 뒤편인 홍교리와 옥녀봉이 있는 북옥리에 섰고 하시장은 강경 구 연수당 건재약방이 있는 중앙리 일원과 배우 강부자 씨가 살았던 집 근처에 섰다.
하시장이 더 늦게 형성되었지만, 장의 규모가 상시장의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윗장터와 아랫장터에서 거래되는 물품이 달랐다. 윗장터는 주로 곡물과 가축, 옹기 등이 아랫장터에서는 포목, 잡화, 주물솥, 죽제품 등이 거래되었으며, 연수당 건재약방과 남일당 등 한약방이 있었다. 또한, 배가 들어오는 뱃전이라는 곳에서는 생선과 건어물 등을 팔았다.
연수당 건재약방 앞길 건너에 죽제품 가게와 ‘소쿠리전’, 가마솥전(주물소) 등이 있었고 우측 길 건너에는 농악기를 파는 꽹과리집이 있었다. 홍교리 쪽에서 내려오는 길에 옷 가게와 비단가게, 사기그릇 가게가 있었다. 후에 사기그릇에서 놋그릇으로 그리고 1960년대에는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품목이 바뀌었다. 후에 상권을 분산하기 위해서 김공평 강경읍장이 죽제품 가게와 소쿠리전을 대흥리 쪽으로 이전하였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술집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유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1942년 강경성당 골목에서 태어나 중앙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사한 후 현재까지 그곳에 거주하시는 김무길 씨의 구술 내용을 정리한 것임.)
3.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적 장소적 특성
‘성매매집결지’는 여성을 고용하여 성매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말한다.
성구매자들이 ‘구매상품’인 ‘여성들’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전시된 유리방이나 유리문이 설치된 업소 또는 유흥접객원 고용 및 음주가무가 허용된 유흥주점과 숙박업(여관, 여인숙)으로 허가된 업소로 ‘성매매 영업’을 ‘전업’으로 하는 업소이다.
[역사적 특성]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적 기원은 일본의 유곽에서 유래되며,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 개항된 부산, 원산, 인천항에서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면서 국내에 유곽이 설치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공창제도를 도입하고, 일본인 거류민단 주거지를 중심으로 유곽을 형성했다.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들여온 성산업은 조직적이고 정책적 제도화를 통해 현재 한국내의 성매매집결지와 성산업 전반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1946년 미군정에 의해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공창제’가 공식적으로 폐기된다. 박정희 정부는 1961년 사회질서 확립의지와 개혁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하여 성판매여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보호시설을 설립하여 여성들을 수용했다.
그러나 정부는 1962년 6월 성매매 영업이 가능한 104개 특정지역을 허용하는 공동지침을 발표하고 내무부, 법무부, 보건사회부가 특정지역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이는 성매매가 미군과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핵심 자원으로 보고, 식품위생법과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등록·검진을 강화하여 관리가 지배되고 금지가 보완되는 방식으로 양자 타협의 제도화가 된 것이다.
[장소적 특성]
성매매집결지는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외부인의 일상생활 공간과 분리되어 존재한다. 대부분 행정적 제한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지방경찰청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으로 블록화되어 폐쇄적인 공간구조를 갖고 있어 일반시민들과 학생들이 집결지 공간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다.
성매매집결지는 대체적으로 집결지로 구획되어 해당 권역내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다. 영업시간대가 야간시간에 집중되므로 낮 시간대에는 일상적 소통이 적은데다가, 여성들에게도 가능한 집결지 밖으로 이동하는 외부 출입을 줄이는 패턴 강화로 외부와 더욱 단절된 폐쇄적인 공간성을 지속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의 성매매집결지 폐쇄정책에 맞선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은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6년 6월 30일 <성매매 장소 제공 처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집창촌 지역 내의 전업형 성매매의 고질적인 병폐 및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의 성매매를 근절하여 집창촌을 폐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이 단기적으로 침해되는 청구인들의 사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성매매 장소를 해석하였다.
4. 탈성매매를 위한 공동체의 ‘사회적 안전망’은 있는가?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폐쇄가 지난날 집창촌을 형성하고 유지해온 역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단지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성매매로 부를 편취한 업주들에게 오히려 장기간 영업에 대한 면죄부는 물론 재산권자로서의 권리를 옹호하고 개발로 인한 부동산 이익까지 거머쥘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반면, 성매매 여성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무작정 또 어디론가 장사가 되는 다른 업소로 이주해야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방임과 묵인 아래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이곳을 찾는 구매자들 그리고 성매매집결지라는 생태계에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온 수많은 이해집단 속 사람들 중에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성매매집결지의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자갈마당 폐쇄를 앞장섰던 대구여성인권센터 관계자에 의하면,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가장 시급한 일정은 지자체의 ‘자활지원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구 ‘자갈마당’, 전주 ‘선미촌’, 아산 ‘장미마을’, 인천 ‘옐로우하우스’, 부산 ‘완월동’ 등에서 성매매집결지의 여성들에게 폐쇄를 앞두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상하는 자활지원사업을 시행했다”고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시간과 그동안 성매매집결지로 유입되었던 많은 여성들의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조명하고 그 여성들에 대한 인권을 화두로 자활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의미를 가져야 할 것이다.
5. 성매매집결지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성매매집결지는 여성의 몸을 거래한 돈으로 이루어진 생태계이고 먹이사슬의 정점엔 여성이 있다. 이러한 성매매집결지의 먹이사슬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안의 모든 ‘돈’의 흐름은 성매매 여성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수익구조는 다단계인데, 업주 외에도 직접적인 관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현관이모’(나까이)인 것이다.
‘현관이모’는 손님과 흥정을 하고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수익은 여성이 버는 돈의 10%였다. 하지만 최근엔 월급제처럼 주인에게서 직접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 중 많은 수가 과거 성매매 여성이었다. 현관이모는 간혹 성매매를 직접 하기도 한다.
이들 현관이모의 경험은 때론 여성들을 더 압박하기도 하고 때론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업주와의 사이에서 중간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수익이 여성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더 많은 돈을 벌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집결지 안 여성들을 둘러싼 먹이사슬은 집요할 만큼 빈틈이 없다. 여성들이 짐을 빼서 성매매집결지를 나오려 하면 세탁소와 옷가게 등의 가게 업주들이 자신들의 외상값을 갚고 나가라며 기세등등하게 붙는다. 물론 이들의 돈벌이는 여성들에 의한 것이지만, 이들이 장사가 가능하려면 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타나지 못하는 업주를 대신해 여성들의 발목을 붙잡는 역할을 착실히 하는 것이다.
이런 가게들 중에는 애견학교까지 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마음과 정을 붙이는 이들의 마음은 다시 비용으로 청구되어 돌아온다.
성매매 거래를 통한 모든 수익은 일단 일차적으로 업주들에게 들어간다. 업주는 건물주일 수도 있고, 임대 업주일 수도 있다. 2002년경엔 건물주가 모두 실제 업주였고 이들의 수익은 막대했다. 여러 집을 동시에 소유한 업주들이 많았고, 가족들이 모두 들어와서 몇 개의 업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건물주들은 임대업주에 넘기거나 명목상 계약관계를 맺고 자신들은 일차적 관계를 벗어났다. 임대업주들도 단속을 당할 때는 자신들은 빠지고 현관이모를 업주로 내세운다.
(이 내용은 대구여성인권센터에서 발간한 「자갈마당 폐쇄 및 자활지원사업 백서」의 내용을 인용한 것임)
본지가 이번에 취재하고자 하는 주요 관점 역시 바로 이 점이며, 가장 주요한 과제는 바로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본지는 성매매집결지(소쿠리전)을 취재하면서 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성도덕이나 지역의 개발이익도 존재하겠지만, 성매매 여성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함께 되길 바란다. 그래야 제2, 제3의 ‘소쿠리전’이 거듭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