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축제 톺아보기] 논산딸기는 여전히 목마르다, 딸기이야기가

놀뫼신문
2024-03-25


논산딸기축제는 일요일밤, 불꽃축제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3월 21~24일 나흘에 걸친 잔치는 빨갛게 끝났다. 45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현장 판매 딸기는 물경 128톤이란다. 돈으로 치면 12억 3천여만 원치다. 작년 35만 관객동원에 이은 연 히트로서, 논산세계딸기산업 엑스포를 향한 고지가 한참 가까워졌다. 

축제가 끝난 다음에도 텐트에서 자리를 뜨지 않는 사람들이 좀 되었다. 축제장을 종횡무진 둘러본 기자에게는, 그런 아쉬움 못잖은 아쉬움이 한켠에 남는다. 

요약하자면 축제의 주인공인 ‘딸기’ 자체가 툇방 늙은이처럼 밀려 있다는 느낌이랄까. 작년에는 딸기관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올해는 그 방을 내준 기분이다. 올해 논산청정딸기 산업특구관이 자리잡은 곳은 시민공원에 인접한 상록원이었다. 돔하우스라서 안정적이긴 하지만, 접근성이 좀 떨어진 감이다. 들어가 보니 딸기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어 좋았다. 다만, 아쉽게도 딸기의 역사, 딸기스토리 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은 꼬리를 문다. 요즘 축제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체험이다. 딸기체험은 대개 수확체험, 즉 농장에 가서 딸기를 직접 따보는 일이다. 그보다 더 귀한 체험이 있다면, 그것은 딸기를 직접 키워보는 체험이리다. 이번 축제 캐치프레이즈는 “논산딸기와 사랑에 빠지다”다. 딸기와 사랑에 빠지는 지름길은, 딸기를 화분에 직접 키워보는 체험이다. 그리할 때 딸기대부인 최숙례 할머니처럼 “파란딸기가 밤새 이슬 먹고 새색시볼 되다니....” 이런 감탄시가 저절로 나오면서 찐사랑에 빠질 수 있을 거 같다. 

사랑, 딸기와의 사랑! 사랑에 방점을 두었다면 딸기와의 사랑은 물론 자연사랑, 이웃사랑, 나라사랑, 인류애로 사랑의 띠를 늘여나가는 사랑의 물결이 그려졌다. 군사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켜가는 것은 현실적 당위성이다. 그럼에도 축제 잔치판에 군사적 요소를 속속 배치하는 듯한 인상은 덜 주면 어땠을까도 싶다. 엑스포로서는 선배격인 2022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의 테마도 <K-Military, 평화의 하모니>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올해 딸기축제도 2027년 논산세계딸기산업 엑스포를 향한 디딤돌이자 점프다. 이제 논산딸기의 눈은 세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번 딸기축제에는 21개국이 논산을 방문했고, 그들은 국가 차원에서 논산의 세계엑스포 개최를 지지하며 응원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인 차원에서 논산을 찾은 외국인이 있다. 그는 22일 3시 30분에 <김홍신의 딸기토크쇼>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고, 김홍신문학관을 찾아왔다. 다음은, 기자가 그와 딸기주스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이다. 미니 인터뷰다. 


김홍신문학관 카페에서


본인 소개, 간단하게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논산딸기 이야기 수집가’ 나맹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및 한국문화연구를 전공하는 중국인 유학생입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중국 고향에 있는 딸기밭에서 딸기 따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좇아서 딸기의 고장 논산에 찾아왔어요.


이번 논산딸기축제에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였는지요?

현대한국의 농경과 농촌을 박사논문의 주제로 선정하여 논산에서 필드워크를 하러 왔습니다. 논산에는 작년 9월에 한번 와 봤고요, 이번에는 3월 중순에 도착했어요. 먼저 작년에 도움을 주셨던 농가 분들께 인사를 드렸고, 이번 딸기축제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딸기축제 며칠간 쭉 둘러보니까 어떤지요? 좋아 보이는 점, 그리고 아쉬운 점.... 

상상치도 못한 성황였어요! 먹거리와 체험도 다양하고, 공연과 불꽃놀이도 화려하며, 무엇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한 마당에서 서로 어울리며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옛날에 강릉단오제 같은 데에 가 봤지만, 이만큼 다채로운 지역축제는 처음이에요.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은, 다들 많이 칭찬하는 피크닉존의 텐트인 것 같아요. 인산인해 속에서도 편안한 개별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이 디자인은 아주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요. 약간 아쉬운 점도 있는데, 딱 하나만 얘기하고 싶어요. 축제장에서 보니까 구매한 딸기를 든 채로 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하거나 공연 보는 분들이 많던데, 그 과정에서 딸기가 햇빛을 받아 맛과 질이 떨어질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딸기판매장을 분산시킨다든가 관람순서를 안내한다든가 하면, 관광객으로서는 더 완벽한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논산시 청년네트워크와 함께

논산청정딸기 산업특구관

축제 마친 후 박상구 농학박사(중앙)와 지진호 논산시관광문화재단 대표(우)와 함께


명함에 보니까 현재 본인이 하는 일을 “논산딸기 이야기 수집가”로 명시했군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랄지 계기라면?

첫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유학했을 때 맛있는 논산 딸기를 많이 먹어본 제 개인적인 관심입니다. 두 번째는 인류학자로서 오늘날의 농촌 생활의 고락과 농가들의 인생 경험을 수집하여 기록하기 위해서예요. 수많은 전문가와 실무가, 귀농인을 포함한 농가들의 대대적인 노력으로 인해, 이제 농촌지역은 새로운 미래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중에서도 논산 딸기는 한국농업에 관한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청사진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보입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한국의 딸기 농업의 발전을 부정하는 의견이 종종 나오는데, 제가 기록한 역사적 사실과 인정미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서 양국 민간에서도 소통을 좀 하려고 합니다.


이 일을 착수하고서 그동안 논산딸기 이야기는 어떻게 수집했나요? 어느 정도 수집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작년에 논산 처음 왔을 때 논산청년네트워크 관계자분들의 도움으로 시장실에서 시장님과 면담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와 딸기연구소에도 방문하여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하우스 농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어요. 정말 필드워크라는 이 작업을 하면 할수록 논산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요. 아직 많이 수집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2년 동안에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직 청년농부분들과의 교류가 부족한데, 앞으로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열린 <김홍신 딸기토크쇼>와 책자(『논산딸기의 쌍두마차 손창식/ 박상규』 – 나무상자에 담은 딸기, 리어카로 끌고) 가 도움이 되겠는지요?

당연히 큰 도움이지요. 사실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을 때 논산 딸기의 재배역사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너무 아쉬워했는데요. 이렇게 상세하게 원로 두 분의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자료는 저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보물이에요. 이 중요한 작업을 담당하신 작가님과 선생님 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 책자는 주로 초창기 때 얘기들인데, 1960~70년대 이후의 이야기(논산딸기 변천사)는 어떻게 수집할 계획인가요?

앞으로는 논산딸기의 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하시는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여쭤보면서 계속하여 농업인들과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수집할 계획이에요. 사람마다 시점이 다를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생각과 기억이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연락과 방문이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민 여러분의 이해를 바라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논문완성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러자면 한국에 몇 번 더 들러야 할텐데, 논산에 머무는 동안 숙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민박과 모텔에 숙박하고, 음식은 그냥 사서 먹고 있어요. 앞으로는 친근한 농가의 집에 입주하여 몸과 마음을 다해 딸기 농부의 생활을 체험할 계획입니다. 다행히 그런 분이 계셔서 이제 숙식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이 밖에 논산딸기에 대하여 이야기하거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두 번의 방문을 통해 미래를 향하는 논산시민분들의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2027년 세계딸기산업엑스포의 성공을 응원합니다. 


문학관을 방문해 주어서 반갑습니다. 논산농업기술센터, 논산딸기연구회, 논산딸기축제추진위원회, 딸기연구소 등지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기 바라겠습니다. 


[대담]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