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을 가르는 시위소리, 신도정(新都亭)

놀뫼신문
2019-02-27

[계룡산을 가르는 시위소리, 신도정(新都亭)]

“활쏘기, 부부가 함께하면 만년신혼^”


신도정(新都亭)은 신도안면 무궁화동산 위쪽에 있다. 1997년 봄 창립된 이래 올해로 23살 성년이다. 매서운 추위도 물러가고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2월의 끝자락에 찾은 신도정은 마침 월례회날이었다. 정순 경기가 열리는 날, 신도정은 50여명의 사원(회원)으로 북적였다. 3군 본부 군사지역 내에 있고 일반 시민들도 많지만 예비역, 현역군인 비중도 높은 편이다.

사대에서 활시위를 힘껏 당기며 과녁을 응시하는 모습은 동장군을 몰아내는 매의 눈들이다. 신사(신입회원)이 많이 참석하여 모처럼 작대가 3대까지 편성되었다. 2위는 김경희 사우, 3위 오봉근 사범였다. 1위는 신임접장인 김윤규 사우가 차지하였는데, 김윤식 사우가 지난 해 달성한 5시5중 몰기패 증정식도 이날 함께 거행하였다. 


박봉춘 사두

부부궁사 조동형 부사두와 민혜정 사원


신혼같은 부부궁사 이야기


다른 활터에 비하여 신임이나 젊은 사우도 많은 편이지만, 여무사도 일곱 명이다. ‘부부궁사’도 세 쌍이나 된다. 그 중 조동형(은산) 부사두와 민혜정(소암) 사원을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두 부부는 결혼한 지 35년째이고, 아내인 민혜정 씨가 국궁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12년째라고 한다. “국궁은 남편이 먼저 시작했어요. 그때 나는 둘째 아들 병간호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아들이 완치된 뒤 대학으로 진학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죠. 큰 일을 치루고 나니 갑자기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뭔가 찾다가, 남편이 먼저 시작한 국궁을 따라하게 된 경우죠.” 뒤늦은 부창부수 이야기다. 

조동형 부사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궁 4단이다. 지난 2016년 강경젓갈축제에서 열린 전국 대회에서 2위 성적을 거두는 등 그 동안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이전에는 골프를 즐겼는데, 궁도를 접하고는 활에 더 빠져버린 경우이다. 

부부가 함께 궁도해서 좋은 점을 묻자, 민혜정 씨는 신혼부부처럼 이야기한다. “늦게까지 남편과 둘이 밥내기를 하고, 저녁도 함께 먹다 보니 데이트하는 시간이 연장돼요~” 건강전도사, 국궁홍보대사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도중에 어깨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잠깐은 쉬었지만, 재활 치료에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의사의 의견도 있고 해서 다시 활을 잡았습니다. 재활 치료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요실금까지 치료가 된 거 같아요. 여성이 궁도를 하면 괄약근 좋아져서 사랑 더 받는다고도 하잖아요(웃음). 평소 생활할 때 자세도 상당히 유연해진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 국궁체험장


계룡시국궁협회장 박봉춘 사두님에게는, 국궁의 어떤 점이 현대인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예로부터 궁도는 우리 전통 무예 예술로서 호국의 무예잖아요~ 이제는 호신술로서라기보다 정신수양에 좋은 운동이겠지요. 또, 상대가 있어야 되는 운동이 아니라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요.” 국궁에 대한 애정어린 설명이 이어졌다.

활터에서 고요하게 활을 내는 순간 세상의 모든 생각을 잊을 수 있는 멘탈 스포츠임을 강조한다. 145m 멀리 있는 과녁을 바라보며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활과 함께 근심걱정까지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정신 운동이라는 것이다. 현재 계룡시에는 국궁체험장이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와 호연지기를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이 활쏘기라면서 체험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궁은 배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설명도 챙긴다. 처음에는 그냥 가도 된다. 처음에 들어오면 사대에 올려 보내지 않는다. 3개월 정도는 오봉근 사범의 지도에 따라서 자세 연습만 반복한다. 수년간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는 오사범의 1:1 지도는 무료이다. 이 시습 기간을 거친 후 비로소 자기 몸에 맞는 활을 준비하면 된다. 한달 회비는 2만원선이다. 

바둑에서 기가10훈(碁家十訓)이 있듯 궁도는 9계훈이다. 신도정에 걸려 있는 9계훈은 활쏘기가 전통과 예절을 중시하는 도(道)의 무예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1. 인애덕행(仁愛德行)  어질게 사랑하고 덕을 행하라. 

2. 성실겸손(誠實謙遜)  성실하고 겸손하라. 

3. 자중절조(自重節操)  스스로 무게있게 절조를 지키라. 

4. 예의엄수(禮儀嚴守)  예의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5. 염직과감(廉直果敢)  청렴하고 강직하며 과감하라. 

6. 습사무언(習射無言)  활쏘기를 할 때는 말을 삼가라. 

7. 정심정기(正心正己)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바르게 하라. 

8. 불원승자(不怨勝者)  승리한 자를 원망하지 마라. 

9. 막만타궁(莫灣他弓)  타인의 활시위는 당기지 마라. 


[신도정 안내] 신도안면 정장리 940 ☏042-551-5511


- 김명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