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가야곡면 산노1리] 산노리 부촌 명성, 교육으로 되찾는다

놀뫼신문
2020-04-08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가야곡면 산노1리 

산노리 부촌 명성, 교육으로 되찾는다



산노리는 한자로 山老里다. 은진군 갈마면였는데 선비들이 많이 은거하였던 고을로 “선비들이 늙어서 산에 묻혀 산다”하여 산노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동네 산이름이 1리는 바위산이요 2리는 갈마산(갈메산)으로 둘다 해발 150m이다. 산노1리는 자연부락으로 처음에는 보앗티, 금보리 등으로 불리다가 산노1리가 되었다. 둘다 ‘보’ 자가 들어 있는데, 탑정저수지 생기기 전에도 동네에 농업용수 보(洑)가 있었다. 천수답인 다른 동네가 가뭄으로 속이 타오를 때도 산노리는 물 걱정 없이 농사짓는 부촌이었다. 

그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켜 놓으니까 다들 대처(大處)로 떠나갔다. 어느 시골이나 노인층이 대부분이지만 산노리는 더 심하였다. 호남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산노리를 갈라쳤다. 산노2리 평매마을은 드넓은 저수지 물을 끼고 있어서 별천지 명소로 부상했지만, 산노1리는 은거되는 형국이었다. 

기자가 방문한다고 하니 김용훈 이장(75세)이 “시간 있는 주민들 몇 명 나와 주십사” 한 모양이다. 60대인 노인회 총무를 제외하고는 7080 고령층이었다. 땅콩밭 관리하다 나온 70대 이진선 구성회 부부는 그래도 청년층이다. 이 동네는 청년회 노인회 구분이 따로 없다 한다. 유모차 끌고 나온 이옥재, 강남선 씨는 80 동갑이고, 허리가 많이 굽은 김용조 할머니는 83세다. 김춘배 전 이장은 77세로 몸이 안 좋다 하는데, 83세인 권오순 전 노인회장은 동네떡보로 소문날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다. 


귀농인들이 일으키는 찻잔속 바람


이렇게 노인들 위주인 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귀농귀촌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면서부터이다. 

5년 전 동네한복판 한옥집을 사갖고 이 동네에 들어온 송경준 ‘식초카페 잇초’ 대표는 폭풍 전야 태풍의 눈처럼 변화를 꾀하고자 산노1리를 아름다운 마을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이끌고 있다. 

3년 전에 귀농한 원은호 씨도 노인회 총무일을 보면서 굳은 일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마을일에 앞장서줬다. 

이인구 씨는 농산물쇼핑몰 벤더인 전용복 씨가 이사 오도록 권하였다. 구입한 집은 예전 마을회관 바로 옆집이다. 구 마을회관은 폐쇄되지 않은 채다. 차 한 잔 마시면서 회의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마당 한가운데 분수를 설치한 이인구 씨는 지붕 한쪽에다가 다보탑을 쌓아올렸다. 거기까지 물을 끌어올린 다음 그 높아진 수압으로 분수물을 분출시키는 방식이다. 화수분 같다.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여서 들어가보니 아이들 소리가 요란하다. 어린이집에 맡기기에는 맘이 안 놓여서 할머니가 종일반 되어 돌봄교실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신풍속도이다. 아이들은 신났다. 옥상에 텐트를 쳐놓고 자기들만의 영토를 자기 마음대로 하니까 살판났다. ‘어린이자치나라’ 탄생이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마을자치회는 요즘 코로나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마을진입로 꽃길 조성사업을 하였다. 10월 23~24일 동네주민 4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마을회관 주변과 공터에 배추꽃, 야생화 화단을 조성하였다. 큰 공사는 125 그루 백일홍나무 심기였다.  이 나무들이 쑥쑥 자라 우리 동네를 백일홍마을로, 새빨갛게 작렬할 젊음과 정열의 마을로 탈바꿈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작년에는 이 마을자치회 사업과 아울러서 마을공동체의 결속과 내공 다지는 프로젝트 작업을 마쳤다. 그 결과 『2019 논산시 농촌현장포럼 마을발전계획서-가야곡면 산노1리』라는 제목으로 100여쪽 분량의 두툼한 책자가 탄생하였다. 

마을 주민들과 컨설팅 일환으로 참여한 충남농촌활성화지원센터가 함께 펴낸 이 책에는 마을의 온갖 자원이 총동원되었고, 말미에는 구체적, 세부적 발전계획도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이 동네에서 과연 누가 나서서 이런 과제를 수행, 추진해 나가는 것! 

현재 산노1리 인구는 90세대, 166명이 거주하고 남녀 비율은 엇비슷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은 서너 명뿐이었다. 

현재 추진위원장을 맞고 있는 송경준 잇초대표는 3년 사이에 공모사업을 응모하여 마을가꾸기 관련 사업을 6개 정도 따냈다. 액수는 대략 2700만 원 규모였으며, 마을초입 도로에 목백일홍 가로수 식재도 공모 사업 중 하나였다. 



마을가꾸기 교육에 열정 참여


이런 사업을 지속하려면 교육(敎育)이 최대 관건이다. 추진위원장의 권유로 다행히 동네 리더는 물론 주민들도 교육에 열의를 보여주었다. 

김용훈 이장, 부녀회 조병임 회장과 유청순 총무, 노인회 이강호 회장과 원은호 총무, 추진위 송경준 위원장과 이영재 총무, 청년회 이광래 회장 등 마을 리더들이 의기투합하여서 마을가꾸기 관련 교육과 선진지견학 등을 줄기차게 받았다. 

특히 이장, 부녀회회장과 총무, 노인회총무, 추진위원장과 총무 등 6명은 지차체에서 주관한 ‘2019년 논산시 농촌마을만들기 협의회 역량강화과정’ 36시간 교육과정 수료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선진형 주민협의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의 일환인 농촌현장포럼 교육과정’도 아산까지 오가며 모두 이수하는 등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다. 한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리더들이 함께 교육받은 경우는 처음이란다.

각자 생업이 바쁘다 보니 마을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하는데, 이제는 좀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다. 6·25후 이용예 씨가 땅을 내놓아서 설립된 함산국민학교가 이제는 폐교되어 방치 상태이다. 현재 그라운드 골프장으로만 활용되고 있지만 학교 건물과 시설, 오래된 나무 등은 입지 조건이 좋아서 장기적으로는 산노1리 주민들이 그 운영권을 확보하여 테마파크나 교육체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과 지차체에 협조를 구해보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산노리는 보얏티, 가는골 두 동네로 나누어졌다. 가능골을 세동이라고도 하는 걸로 보아 ‘가느다란’이 세(細)로 번역된 듯도 싶다. 세동쪽에서 고속도로 바로 옆길 따라 가메산을 마주보는 바위산으로 가다보면 버섯농장도 있고 양어장 물레방아가 잘도잘도 돌아간다. 산을 발딱 넘지 않고 우회하면 굴줄소류지(극동지)가 나온다. 함적리인데, 행정구역상 산노리와 나뉘었지만 살림살이는 함께 돌아가는 바로 옆동네이다. 큰 도로 옆에는 함적리와 산노리 한 자씩 딴 『함산』이 많다. 큰 길가의 ‘함산식물원’이 그러하고 함산국민학교 옆 함산보건지소가 그러하다. 함산식물원은 봄철이 되어서인지 손님이 인산인해, 주인장 부부는 입이 귀에 걸리는 함박꽃이다.  

동네한복판에 있는 게이트볼장은 코로나로 문이 닫혀 있다. 지역 어르신들 건강의 파수꾼인  보건소도 동네 한가운데 있다가 이전을 하여 현재 폐교 옆자리이다. 코로나 청정지역 논산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코로나 최일선에는 보건소가 있다. 2천 세대가 사는 가야곡에는 보건지소․진료소가 넷이다. 함산보건진료소는 그 중의 하나이다. 퇴근시간 다 되어서 들어가보니 오늘밤 유흥업소 순시라서 퇴근하지 않는 날이란다. 보건소 이야기는 박성철 총각 소장의 직접화법으로 들어본다. 


- 이진영 기자 







함산보건진료소 이야기


박성철 함산보건진료소장


덕은로 367에 있다. 부지 1152㎡에 총공사비 2억 6천만 원을 투입, 진료실, 건강증진실, 대기실, 진료원 숙소 등을 마련해 놓았다. 보건진료소 건강증진실내에는 자동혈압기, 손지압기, 진동매트, 원적외선치료기, 안마의자 등을 설치해 놓았다. 보건진료소란,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주민 등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리·동 관할구역을 기준으로 1981년부터 설립된 제도로, 약 40년간 국민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비 절감 등으로 국민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기여해온 곳이다.

함산보건진료소가 담당하는 행정구역은 8개 지역(산노1·2리, 함적1·2리, 목곡1·2리, 병암1·2리이며, 월평균 실인원 기준으로 약 200명의 주민이 이용중이다. 주로 고혈압과 당뇨를 포함한 만성질환 및 근골격계·호흡기·소화기 질환 등에 대해 일차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방문보건사업, 질병예방, 예방접종, 외상 및 응급 처치 등 포괄적인 지역사회 보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함산보건진료소는 추후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서 기본적인 보건의료문제 해결은 물론 주민의 새로운 건강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통상적인 질환관리 외에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활동을 포함한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둔다. 동시에 보건진료소운영협의회, 마을 통·반장 조직과 부녀회 등을 협력하여 지역주민의 참여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