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이야기] 미키마우스와 하얀쥐띠 2020년

놀뫼신문
2020-01-10

[쥐 이야기]

미키마우스와 하얀쥐띠 2020년


논산 삼전리의 쥐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쥐 설화는 꽤 많다.  ‘쥐의 변신’ 이야기가 또 있다. 처녀 때 손톱, 발톱을 함부로 버려서 쥐가 그것을 먹고 결혼한 후에 똑같은 신랑으로 변신해서 진짜 신랑을 쫓아낸다. 진짜 신랑은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를 얻어 쥐 신랑을 내쫓게 된다. 또 어느 선비가 손톱, 발톱을 깎아서 버린 것을 쥐가 먹고 그 선비로 변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그 후 고양이를 데리고 와 쥐 신랑을 밝혀내는 민담도 있다.

서양의 이솝우화에 나타난 쥐는 대부분 약자며 어리석다.〈사자와 쥐〉에서만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쥐일지라도 쓸모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피 동물 1호이다. 우리 나라에서 쥐띠나 뱀띠 등은 자랑스레 내세우기 좀 뭣할지도 모르겠다.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찌 비칠지 몰라서이다. 이런 선입관들을 한 방에 날려버린 사람들이 있다. 디즈니랜드는 생쥐를 내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쥐는 더 이상 징그러운 동물이 아니라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동고동락 귀요미 ‘미키마우스’이다. 컴퓨터의 분신인 ‘마우스’도 쥐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mouse이다. 


왜 하얀 쥐인가?


쥐처럼 인간과 애증(愛憎) 관계인 동물도 드물 것이다. 조선 시대 선조 임금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못생긴 쥐가 십이간지 중 첫 자리에 있는 까닭을 물었다. 유희춘의 대답하였다. “밤 열 두시는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생기는 때인데, 쥐는 한 몸뚱이에 음양이 상반되는 짐승으로 쥐의 앞발 넷은 음기, 다섯 개인 쥐의 뒷발은 양기로 이어져서입니다.” 한 몸에서 음기와 양기가 이어지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음양오행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런 설명과 사례는 관념의 영역이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쥐는 인류의 은인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쥐는 병을 옮기고, 식량을 훔쳐먹고 생김새도 혐오스럽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의약 실험에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동물이 다름 아닌 흰쥐이다. 

황금돼지? 하얀 쥐? 띠에 왜 색깔이 들어갈까? 노란색의 황금돼지해 2019년이 가고 하얀 쥐띠해인 2020년이다. 2020년 경자년은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경(庚)’과 쥐에 해당하는 지지 ‘子(자)’가 만나서 흰 쥐이다. 색깔은 10개의 천간에 따라 해석한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으로 그 가운데 흰 쥐는 우두머리를 상징한다. 

경자년 쥐띠 해 특별전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 그대로 [쥐구멍에 볕 든 날]로 전시중인데, 3월 1일까지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곱돌로 만든 쥐(蠟石製子像)’ 등 유물과 영상 6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온양민속박물관에는 생활력 강한 쥐 그림이 있다. 쥐는 생존을 위해 자기 체중의 20% 이상의 양을 늘 먹어야 하는데, 민들레 잎을 먹은 쥐(鼠齧花葉)는 20세기 초 작품이다. 열매를 갉아 먹고 있는 쥐(鼠齧果實)도 같은 시기의 작품이다. 앞니는 끊임없이 자라기 때문에 무엇이든 쏠지 않으면 너무 자라 죽게 된다.


쥐 관련 속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조국 수사 결과를 보고 청와대가 내놓은 경구이다. 우리말 속담으로는 ‘산이 들썩한 끝에 쥐새끼 한 마리’인데, 쥐의 해 코앞에서 만난 쥐의 한자는 서鼠이다. 생활 가운데서 가끔 접하는 서목태鼠目太(쥐눈이콩), 서생원鼠生員에서 보다시피, 쥐 서는 인간 성씨 하나인 서씨와 연관짓기도 한다. 

인간이 원하지 않지만, 반려동물처럼 쥐는 늘 인간 곁에 있어서, 쥐 관련 속담이 상당히 많다. 고양이와 큰 사물, 동물들과 대비시켜 약자로, 쥐구멍, 쥐꼬리 등 왜소로, 남의 것을 훔쳐먹는 도둑으로, 작고 재빨라 약삭빠른 것 등으로 표현되었다. 쥐 관련 속담을 총망라해본다. 

  • 쥐 잡듯
  • 고양이 만난 쥐
  • 고양이 앞에 쥐걸음
  • 쥐구멍 찾는다.
  • 덫 안에 쥐, 독 안에 쥐
  • 쥐가 쥐꼬리를 물고.
  • 쥐꼬리만 하다.
  • 쥐도 새도 모르게
  • 쥐 죽은 듯
  •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 쥐뿔도 모른다.
  • 쥐뿔도 없다.
  • 쥐도 한 구멍을 파야 수가 난다.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늙은 쥐가 독 뚫는다.
  • 약은 쥐가 밤눈 어둡다.
  • 쥐구멍으로 소를 몰려 한다.
  • 쥐구멍 틀어막으려고 대들보 들이민다.
  • 쥐구멍에 홍살문을 세우겠다.
  • 쥐구멍이 소 구멍 된다.
  • 쥐 굴레 쓴 것 같다.
  • 쥐 뜯어 먹은 것 같다.
  • 물에 빠진 생쥐 꼴.
  • 쥐 먹을 것은 없어도 도적 맞을 것은 있다.
  • 소 뒷걸음치다 쥐잡기, 소발에 쥐잡기
  • 구멍 파는 데는 칼이 끌만 못하고, 쥐 잡는 데는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
  • 쥐 안 잡는 고양이는 둬도 일 않는 사내 둬서 뭘 하나.
  • 쥐가 고양이를 불쌍해한다.
  • 나라에는 도둑이 있고, 집안에는 쥐가 있다.
  •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
  • 곳간 쥐 쌀 고마운 줄 모른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