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전문가와 함께 하는 휴먼토크쇼 3] 계룡면옥 이인환 대표

놀뫼신문
2019-11-20

[생활전문가와 함께 하는 휴먼토그쇼-3]

계룡면옥 이인환 대표

겨울의 진미 계룡냉면 ‘배달은 불가능’


11월 6일(수) 오후 시간, 새터산길4 계룡면옥에 13명이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이인환 사장(李仁煥·50세)을 일일 강사로 하여 진행, 기록 각 1명, 시민 10명이 모인 것이다. 계룡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의 일환으로 자치행정과에서 실시하는 “계룡시 생활전문가와 함께 하는 휴먼토크쇼” 자리이다. 



[진행 김명숙] 안녕하세요? 오늘은 계룡시의 대표 음식점인 계룡면옥을 찾았습니다. 계룡의 삼미(三味)라고 하면 팥, 엿, 그리고 냉면이라고 하더군요. “계룡에 웬 냉면?” 의아해하실 분들 있겠지만 전국각지, 그 중 평양에서 독립운동하러 온 분도 여기 스며들었고 6·25전쟁 후에 이북 피란민들이 이곳 신도안에 모여 살며 고향음식인 냉면을 자주 만들어 먹어 그렇다는 설도 있는 모양입니다. 계룡시에 냉면집이 여러 곳 있습니다만, 전통이 가장 오래된 데가 계룡면옥입니다. 동네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 어렸을 때 맛봤던 계룡 냉면의 맛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곳”이 바로 여기라는 평도 들어봤습니다. 여기는 냉면 말고 갈비탕으로도 유명합니다만, 오늘 우리는 계룡 3미를 좇아서 왔습니다. 우선 사장님 인사부터 해주시죠. 

[사장]  환영합니다. 우리 계룡면옥은 이 자리에서만 20년째 영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리원면옥’이라는 상호였는데, 중간에 ‘계룡면옥’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한 곳에서 한 장사를 계속 해온 것은 모두 우리 가게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찾아주신 손님들 덕분이지요. 



[진행] 처음에는 사리원면옥이었군요. 그럼 대전에 있는 그 유명한 사리원면옥과 무슨 연관이 있나요?

[사장]  네, 우리 이모님이 그 원조 사리원면옥의 대표이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조카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그 집에서 처음 냉면 만드는 법을 배웠고요. 23살 때였습니다. 우연히 이모 가게에 놀러갔다가 장사가 너무 잘 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모님께 “나도 냉면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 부탁해서 그 집에서 일하면서 배웠습니다.


[진행] 아주 이른 나이에 시작하셨군요. 그렇게 배우셔서 바로 이곳 계룡에 개업하신 겁니까?

[사장]  아닙니다. 그곳에서 한 2년 배우고 다른 냉면집 두어 군데 주방에서 더 일한 다음 대전 둔산동에서 사리원면옥을 개업했지요. 정말 잘 됐습니다. 그래서 냉면집 체인사업을 하려고 이곳 계룡에 육수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그 공장 옆에 직영으로 지금 이 냉면집도 오픈했지요. 체인사업은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만두었고, 지금은 이 냉면집만 하고 있습니다.


[시민1] 계룡면옥의 대표 메뉴는 역시 냉면이겠군요. 또 다른 메뉴도 소개 해주시죠.

[사장]  네, 물론 냉면이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고요, 겨울철에는 갈비탕도 많이 나갑니다. 저녁때는 고기도 많이 나갑니다. 정육도 함께 하고 있는데, 신선한 최상급의 구이용 한우를 매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시민2] 요새 요식업 하시는 분들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힘드신지요?

[사장]  장사가 잘 되면 잘 되는대로 몸이 고되고요, 장사가 안 되면 몸도 마음도 힘들겠지요. 요새 주위에 요식업 하시는 분들을 보면 덜컥 사업체만 차려놓고 주방부터 홀까지 모두 종업원을 씁니다. 사장은 카운터에 앉아 있고요. 그렇게 하면서 잘 되면 이상한 걸 겁니다. 남의 손에 의존해서는 잘 될 수가 없다고 봐요. 우리 집은 가족 기업이랄까요~ 제가 주방을 맡고요, 동생이 홀을 전담합니다. 그리고 아버님(이상철, 86세)이 우리 집에서 쓰는 채소를 밭에서 직접 키워서 공급해주십니다. 또 어머님(박미순, 73세)이 우리집 기본반찬을 만들어주시고요. 가족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고 봐요.

[시민3] 부산에 유명한 밀면집이 있는데, 저는 그곳 맛이 항상 그리웠어요. 계룡면옥의 담백하고 슴슴한 육수와 쫄깃한 식감의 물냉면을 먹어보니 그 옛 추억의 맛이 나더라고요. 그 맛의 비법 좀 알려주세요^

[사장]  네, 우리 집은 메밀에 전분을 약간 혼합해서 반죽을 합니다. 그래서 면이 좀 쫄깃한 편입니다. 그리고 육수는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과 고기육수를 섞어서 쓰고 있습니다. 우리 냉면에는 조미료나 첨가제를 절대 넣지 않습니다. 천연의 재료로만 만들기 때문에 맛도 좋을 뿐더러 건강한 음식입니다. 우리집 냉면은 조금만 지나면 면이 불어 버려요. 공장에서 나오는 면을 사용하는 집 냉면은 1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배달은 꿈도 못 꿔요. 육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새콤달콤한 육수나 비빔장을 좋아하는데, 그건 대부분 조미료와 첨가제 맛일 겁니다. 우리 집 육수나 비빔장은 투박스럽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옛 맛 잊지 못하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습니다.

[시민4] 하루에 냉면 몇 그릇 정도 나가나요? 매출액이 궁금해요^

[사장]  본래 냉면은 겨울음식인데, 요즘엔 여름 계절음식이 되어 버려서 계절에 따라 매출 차이가 좀 납니다. 구체적으로 금액을 알려드리긴 뭐하고요, 4~9월은 냉면 덕에 매출이 많고요, 해를 넘기는 12월과 1월에도 매출이 꽤 됩니다. 연말연시 단체 손님들 덕택이죠. 15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집이 계룡에는 거의 없을 걸요, 아마? 그래서 우리집엔 단체 손님들이 꽤 찾으세요들~

[시민5] 작년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 냉면 먹는 장면이 매스컴 탄 후 냉면 판매가 급증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사장]  네, 맞습니다^ 하루에 백여 그릇 나가던 게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삼백 그릇 이상씩 나갔으니까요. 작년 한 해 내내 냉면은 불티나게 잘 나갔습니다.

[시민6] 대도시 유명하다는 냉면집에 비해 이곳 냉면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올리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사장]  내 집에서 하니 집세도 안 나가고 가족끼리 힘과 맘을 합쳐서 하니 인건비 절약되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원가가 꽤 절감되지요. 그리고 계룡이라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매일 뵙는 단골들인데, 가격을 어떻게 올리겠어요?

[시민7] 우리 계룡에 20년 된 이 집이 30~40년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 이어갈 사람이라도 있나요?

[사장]  아직 제가 한창 일할 나이라, 한 2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제게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아들은 이번에 부사관시험에 합격했으니 그 길을 가야 할 것이고, 딸은 지금 애견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생각이 아직은 없는 모양입니다. 자식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 하겠다는 사람이 앞으로 나오겠지요. 그때에나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누구에게 선뜻 권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너무 힘들거든요. 잠은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 자는 편입니다. 나머지 18시간은 일하는 거지요.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 하나하나 일일이 손을 거치야 하거든요. 쉽게 하려면 공장 제품 다 사다가 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할 수야 없지 않겠어요?

[시민8] 손님들의 요구도 다양해지니 새 메뉴도 계속 개발해야겠네요?

[사장]  맞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메뉴들도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변화가 있지요. 여러 메뉴가 추가되고,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뭐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계속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요, 요식업에서 중요한 메뉴 외의 다른 요소에 대하여도 고민하고 노력중입니다.



[진행]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고 해야겠네요. 이제는 냉면 맛을 직접 봐야 할 시간 같아요^^ 이 집을 찾는 고객과 시민들에게 한마디 추가한다면요?

[사장] 우리집을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서 손님들께 내놓는 것이 그 감사함에 보답하는 길이겠지요. 우리집 냉면, 손님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온 가족이 살피겠습니다. 냉면 대령할 거이니, 잠깐 기다려 주세요~ㅎ~


사장님이 주방에 들어가 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손만두를 바로 만들어 내놓으셨다. 다소 쌀쌀한 날이었음에도 시원한 물냉면은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시원한 육수는 달큰한 육향과 톡 쏘는 동치미국물 맛 모두를 품고 있다. 면은 사장님이 말했듯이 전분이 약간 들어가 있어 다소 쫄깃한 식감이다. 그 면을 한 젓가락 감아 입 안에 넣어 씹으니 은은한 메밀향이 함께 올라온다. 두껍게 썰어 얹어놓은 편육은 너무 맛있어서 따로 수육 한 접시를 주문하고 싶을 정도다. 서울의 유명하다는 냉면집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는 맛이다. 동네사람들이 여기 냉면을 달리 계룡3미라 했겠는가? 


[기록] 전해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