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초대석] 김홍신문학관 전용덕 대표 "김홍신문학관 뚜벅걸음으로 세계문학 한복판까지"

놀뫼신문
2024-04-25






맑고 순결한 오월의 초하루, 김홍신문학관은 온통 영롱한 영산홍 꽃대궐이다. 문자 그대로 ‘꽃길을 걷는’ 논산의 핫플 김홍신문학관이 어느덧 개관한 지 5년이 되었다. 

개관하자마자 출발은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에서 출범했지만, 2년 전부터 시민강좌와 문화교육 등 다양한 문화행보를 펼쳐가며 지역사회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는 오월 김홍신문학관에 들어서니 대한민국 솟대명인 조병묵 작가의 ‘희망 솟는 솟대전’이 5월초까지 열리고, 5월 22일(수)에는 김홍신 작가가 작시한 ‘논산아리랑’의 서막이 열린다.

여기, 이 모든 일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사령탑이 있어 이번호 [표지초대석]에서 만나본다. 바로 전용덕(田溶德) 김홍신문학관 대표이다.




‘지역 속으로’라는 기치 아래


현재 (재)홍상문화재단 이사이며 아이디앤에치에스 주식회사 사장인 전용덕 대표는 제20회 세무사고시 학과시험을 통과한 세무전문가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경력 또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화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감가는 그의 이력은 강경상고를 졸업했고, 그의 부친이 논산군수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논산의 DNA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문학관 운영에 대한 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용덕 대표의 대답은 명료하다. ‘지역 속으로’라는 지역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문학관 대외 행사로 주력한 부문은 시민강좌였습니다. 그 주제는 문학뿐 아니라 시사 교양 등을 포괄한 생활문화 전반이었죠. 올해부터는 초점을 지역사회에 좀더 모아보려 합니다. 이번 딸기축제 때 진행한 <김홍신의 딸기토크쇼>에서는 논산딸기의 원로 두 분 부부를 동시에 모시고 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경청하며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논산아리랑이나 다른 행사도 ‘지역 속으로’라는 기치 아래 지역성을 염두에 둔 기획들입니다. 강사분도 지역에서 좀더 발굴하고자 귀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올해 개관 5주년 행사에는 귀하신 분을 강사로 모신다”며, “김홍신 작가와 동고동락해 오신 법륜 스님에게 어려운 발걸음을 부탁드려, 우리 가락 흥겨운 어울렁더울렁 분위기 속에서 중생의 삶을 위한 ‘즉문즉답의 시간’도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전 대표는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이후 사업차 해외근무도 많이 한 편이다. 그래서 그는 “역설적으로 고향을 떠나있으니까 고향 생각이 더 나더군요. 뿌리니까요. 제가 문학관 대표를 맡게 된 것도, 지역사회를 우선시해보려는 시도 역시 제게 주어진 운명이요 천리인가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음악에서부터 문화예술까지


전용덕 대표의 아들은 독일에서 유학하며 현악기 중에서 가장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였다. 며느리도 함께 유학하며 플롯을 전공해 음악가족을 이루었다. 

전 대표도 원래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부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다른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20대 중반에 세무사고시 학과시험에 합격하여 회계 업무를 시작하였고, 3년 후에는 세무연수원 최우수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정보처리기사뿐 아니라 토목, 토목시공, 품질관리기사, 건축기사 자격증으로 사업을 해왔기에, 일견 음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악기 먼지도 털고 문학관 사업에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신경쓰고 있다. 

전 대표는 “코로나 와중에도 김홍신문학관은 나름 활동을 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 제작이였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 산 너머>와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청년모험가 시각에서 접근한 <탄생>이 그때 제작된 영화였다”고 회상한다.

 “영화제작자인 남상원 회장님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로마교황청을 영화인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두 영화의 촬영지 상당수가 논산입니다. <저 산 너머>는 비록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화 전반을 흐르는 영상미만큼은 수작(秀作)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준다. 

전용덕 대표는 “김홍신 작가의 작품 배경도 화지 우시장, 기찻길, 난장판 등 대부분이 논산과 일대입니다. 건양대 슬로건 글로컬(glocal)처럼, 우리는 로컬이 곧바로 글로벌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잖습니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기에 138권을 집필하신 김홍신 작가의 향토색 짙은 작품 번역과 국제적인 수상 등을 목표로 하면서 문학관 아카이브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한참 바쁜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건양대와 반야산이 이웃지간인 김홍신문학관은, 논산 문화와 아울러 세계문학의 한복판이 되고자한다”며, “올가을에는 스웨덴 한림원 비행기표를 여러 장 예매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건넨다.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