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유리천장을 깨트리는 최국락 의원을 만나서

놀뫼신문
2024-04-28

[특별대담] 계룡시의회 최국락 의원

유리천장을 깨트리는 최국락 의원을 만나서






여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며 여성 임금근로자가 지난해 천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한국 남녀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지난 4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도 여성 임금근로자 수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997만 6천 명에 달한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당시와 비교하면 17.4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여성 임금근로자 비중은 45.7%까지 증가하며 남성과 대등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여성 경제활동은 늘어나고 있지만, 남녀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중에서 여성은 고작 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CEO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스타 여성 CEO가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 현실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양라운드스퀘어(구 삼양식품그룹) 김정수 대표이사에 대해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수 대표이사는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아이들 엄마였다. 그러나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에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닭 1,200마리와 소스 2톤을 투입한 연구개발 끝에 2012년 불닭볶음면(까르보불닭)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해외 매출 8천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까르보붉닭은 미국 월마트 아마존 등의 대부분 소매점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현재 김정수 대표이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억 7천만 명이다.

우리지역 계룡시에도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여성 CEO로 그리고 한술 더 떠 여성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해가며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남녀 격차를 줄여 경제 정치 및 사회 선진화에 기여하는 선구자가 있다.

바로 계룡시의회 최국락 의원이다.





■ 안녕하세요 최 의원님, 의원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륵사와 세종대왕릉이 있는 경기도 여주가 고향입니다. 7남매의 6번째로 태어나 여주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지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계룡에 온 후 2대‧3대‧6대 계룡시야구연합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제법 했습니다. 그래서 여주여고에 입학할 수 있었지요. 어디 가도 티가 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매사 야무진 일처리로 ‘강단이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의 공무원 동료이셨던 분 소개로 지금 남편을 만나게 되어 1년 정도 교제하고 1984년 결혼해 아들만 둘 있습니다.


■ 여성 CEO, 정치인 등으로 활동하면서 경영 목표나 정치 지향점 등에 대한 의원님만의 특별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어떤 것인지요?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호흡을 합니다. 이러한 숨을 내쉬고 들이마신다는 뜻의 <호흡>은 숨을 마신 후에 내쉬는 것이 아니라, 내신 후에 마시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기가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되겠죠. 욕심을 부려 많이 마시려고 해서 마셔지는 것이 아닙니다.

힘을 빼고 몸 안의 공기를 밖으로 다 내보내고 나면 그 후에 자연스럽게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흡호>가 아니라 <호흡>인 겁니다. 하나의 단어에 생명의 숨 쉬는 원리를 이토록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많이 가지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순간 원했던 것들을 오히려 놓치게 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미 가득 찬 것을 더 채우려고 해 봐야 채워질 리 만무하겠죠.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울 일입니다. 숨도 인생도 비워야 채워지는 법입니다.

이렇게 <호흡>은 개별 생명의 중요한 생존 활동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교감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호흡을 맞춘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에 하나가 망하면 다른 하나도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평소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인연을 중시하라는 이 메시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매사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뿐만 아니라, 주위와 호흡을 맞추는 함께하는 것”이 저의 삶의 지향점이자, 삶 그 자체입니다.



■ 최 의원님께서는 제2대 계룡시기업인협의회장을 하셨더라구요. 계룡에는 언제 오셨고, 어떻게 기업인협의회장을 맡게 되셨는지? 


제 시댁은 서울 구로동에서 전기전자콘덴서를 만드는 제조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하면서 시부모님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죠. 그런데 생산이 커지면서 공장도 비좁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1993년 계룡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계룡으로 이전을 하면서 바쁜 신랑의 일을 도와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일을 함께 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산업단지에 입점하면서 새 공장을 지으며 회사 상호도 ‘남양산업’에서 ‘보명테크’로 바꿨습니다. 그게 월드컵 4강 신화가 있었던 2002년도입니다.

제 남편은 콘덴서 만드는 그 분야의 제조에 관해서는 일류입니다.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라 일에 대해서 끊고 맺는 결단성은 F학점입니다. 마냥 좋기만 하고 남의 사정 다 들어주니, 회사 운영이 힘들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회사 초창기엔 의견 충돌이 많았습니다.

저는 품질, 납기 등 고객과의 약속은 철두철미하게 지키지만,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이곳 충청도에 와서 경영을 해보니 지역 특성이 있어서 그런지, “그려~”하면서 대충 넘어가려는 습성이 있더라구요. 저는 ‘거시기’와 ‘그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콘덴서 제조분야에서 우리 보명테크를 우수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전국여성경제인협회 특별부회장, 대전충남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여성 경제 활동의 마중물 역할로 여성 근로자 1천만 명 시대에 일조했지요.

또한, 우리지역에서는 안봉인 회장에 이어 제2대 계룡시기업인협의회장을 역임하다가 길산스틸의 정길영 회장에게 바톤을 넘겨 드렸죠. 그리고 주민자치협의회장을 맡아 열심히 봉사도 했고,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야구 발전을 위해 계룡시야구연합회장은 3번씩이나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떤 일을 맡을 때마다 ‘첫 여성’이라는 부사가 붙으며 첫 번째였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간 길을 따라올 많은 여성분들을 위해 제가 지나왔던 과정을 더 손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일이 여자로서 마지막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 총선이 끝났습니다. 거대 양당의 틀 안에서 달음질하는 이들도 있고,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이합집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두 경세가를 자처합니다. 최 의원님은 어떤 정치를 꿈꾸고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으신지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매사 ‘시민들과 함께 호흡을 맟추는’ 그런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여기서 ‘풀이 바람에 누웠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풀을 눕히고자 하는 바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시민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으니까요.

저희와 같은 지방의회의 생활정치도 그렇겠지만 특히 중앙정치에서는 무지한 영역과 무시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무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고, 무시는 알지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도적인 무지’, 즉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된 무시가 무지보다 더 무섭다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테두리에 갇혀, 다음번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받기 위해서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제약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성장을 위한 기술과 장비에 대한 투자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과 환경, 그리고 문화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그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시민에게 전달되는 행복을 만드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문화 그리고 환경이 개선되고 변화하며 성장하는데는 시간과 신념이 필요하기에 묵묵히 풀과 호흡하며 바람을 막어내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 의원님은 경제인 출신입니다. 계룡시 지역발전을 위해서 어떤 묘안을 갖고 계신지?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소상공인분들께서 “IMF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 정책이 큰 금융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폭발 직전의 자영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시장에서 축출되거나 퇴각한 노동자들로 자영업 인구가 폭증했습니다. 음식점 절반이 1년 이내에 문을 닫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영업은 중산층 몰락의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직장인이 많은 계룡시도 자영업의 어려움은 매한가지입니다. 우선 화요장이 계룡시와 계룡시민 그리고 계룡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계룡시장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 후 시와 의회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정비작업에 착수해야겠지요.

도시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크기도 아니고, 경제 규모도 아닙니다. 도시의 수준, 즉 도시의 품격은 그 도시의 문화와 이야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그 비근한 예를 보면 전라도 광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명 뒤에 ‘정신’이라는 단어를 붙여 ‘광주정신’을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잇고,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고, 지역의 정체성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계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영업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의회에서는 ‘계룡시 자연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발전방안’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중 입니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며칠 있으면 ‘2024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늘 진실과 자비의 마음이면 시민 여러분들께서 서 있는 곳이 바로 ‘극락’입니다.

불교의 기본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때문에, ‘자기’라는 환상을 제거하면 깨끗한 본성이 나오는 것이죠. 그 깨끗한 마음이 바로 부처의 본성과 동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부처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 때문에 바로 보지 못할 뿐이지요. 이를 바로 보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이고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주려고 오셨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은금의 순도는 불에 넣어 보면 알 수 있고, 사람의 순수함은 조금만 이름이 나면 알 수 있다”는 선각자의 말처럼 ‘자기가 한 일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불행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실상을 통찰하고, 주변의 이야기들을 귀담아듣고,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직시하고, 그 위기를 헤쳐 나갈 실천적 지혜를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역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세우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서 있되 거리를 두겠습니다. 그래서 하늘 바람이 우리 사이에서 춤추게 하겠습니다.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을 사랑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서로 구속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보다 시민 여러분과의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겠습니다. (칼린 지브란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