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동고동락] 코로나 대안, 찾아보면 꼭 나오게 마련

놀뫼신문
2020-05-13


[코로나19와 동고동락]

코로나 대안, 찾아보면 꼭 나오게 마련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바꾸어 놓았다. 직격탄을 맞은 곳 중의 하나가 마을회관이다. 동고동락 마을경로당 폐쇄는 불가피한 행정명령이었다. 와중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후속조치의 부재이다. 단란했던 지역 공동체가 어느날 갑자기 단절됨에 따라 우울증 등 예측치 못한 부작용들이 속출하였다. 경로당 폐쇄는, 시청이나 읍면동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완결한 종결(終決形) 행정이 아니었다. 동고동락의 초심과 철학은 간단없이, 세심히 이어져야 했다. 후속행정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음을 웅변해주는 코로나 관련글들을 싣는다. - 편집자 주


급격한 동고동락 중단으로 인하여 문제들이 생겨났다. 해결책 일환으로 반찬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는데, 부인2리 부녀회에서 노력 봉사를 한다.


반찬꾸러미로 동고동락 틈새 메우기 


코로나19를 통과하는 동안 우리 마을공동체에서의 경험을 기록해둡니다. 우리 마을의 경험이 현 코로나정국은 물론 차후 이어질지 모를 2차, 3차 펜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공유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을공동체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논산시 행정과 정책에 참고, 반영되면 좋겠습니다. 


[2월 27일] 동고동락프로그램을 이용하는 10명의 주민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이 폐쇄되었습니다. 며칠 후면 돌아올 거라는 그들의 기대,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립니다.


[3월 14~15일] 마을 내 쓰레기 투척지를 정비하여 꽃길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4~5명의 임원이 작업하는데 한 주민이 유모차를 끌고 구경 나오셨습니다. 작업을 마칠 때까지 유모차에 앉아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다음날, 그 주민은 유모차를 끌고 또 나오셨습니다. 유모차에 앉아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건넸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수다를 떨어서 그런지 저녁에 불안하지 않고 잘 잤어!” 작업을 마치고 독거어르신들(52가구 중 19가구)께 여쭤 보니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마을임원과 상의 끝에, 볼거리와 소통거리를 제공하고 마을 경관도 정비할 겸 꽃길과 꽃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작업을 진행했고, 노인분들도 삼삼오오 마스크를 쓰고 구경하며 수다도 늘어놓으셨습니다. 자연스레 운동도 하게 되고요. 어르신들 말씀을 듣다보니 평일에도 유모차를 밀며 동네 한바퀴 돌다 작은 꽃밭에 모여 말씀을 나누신다고 합니다. 

독거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먹거리에 관심이 갔습니다. 회관에서 함께 숙식을 하다 혼밥을 하니 영양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시작한 것이 ‘반찬꾸러미사업’입니다. 반찬꾸러미사업의 가장 큰 장애는 비용 문제입니다. 넉넉하지 못한 마을기금, 항목을 배정하지 못하는 보조금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3월 28일] 반찬꾸러미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마을에서 처음 하는 일이라 음식 만드는 주민도, 받는 주민도 낯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마을 임원들이 뜨악한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경한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밭두레텃밭’에 감자, 고구마, 쌈채소, 옥수수를 심어 반찬거리 재료로 삼는다.


4월부터 ‘지밭두레텃밭’을 조성했습니다. 자그마한 텃밭에 감자, 고구마, 쌈채소,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뭘 심는 거여?” 물어 보십니다. “쌈채소가 자라면 삼결살데이를, 감자가 자라면 감자데이를, 옥수수가 자라면 옥수수데이를, 고구마가 자라면 고구마데이를 한다”는 대답이 금세 마을에 퍼졌습니다.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믿음은 독거노인분들께 조그마한 울타리가 된 것 같습니다.


[5월 2일] 제2회 반찬꾸러미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반찬꾸러미를 준비해 15가구에 제공했습니다. 반찬꾸러미를 보며 미소를 머금은 독거노인들의 얼굴엔 코로나19로 생채기가 난 마음이 조금은 힐링이 된 듯 보입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새로운 연결방법인 언택트, 우리 마을공동체에서는 꽃길과 반찬꾸러미, 그리고 두레텃밭을 통해 단절된 공동체를 다시 새롭게 연결하고자 합니다. 공동작업으로 가꾸는 두레텃밭은 비용 걱정 없이  독거노인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완성된 반찬을 나누어주기 전, 간만에 모여서 한 컷. 

유모차 끌고나와 그간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던 때에, 담장 안의 독거노인들에게 마스크는 필요했지만, 좋아하는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좋아했던 것은 예전의 삶이었습니다. 이웃과 연결되어 공존하던 공동체, 그들에게 마을회관의 폐쇄는  코로나19보다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코로나19, 지방소멸은 블랙스완이 아닙니다. 이미 예견된 문제였지만 경제적 관심이 지나쳐 간과했을 뿐입니다. 통계를 보면 코로나19에 취약한 4계층이 있습니다. 노인, 농어민, 장애인 그리고 저소득층. 제가 사는 농촌마을공동체는 이 문제를 다 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을공동체의 문제점을 직시하게 되었고 그 해결방법을 찾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쌓여 우리마을공동체의 대응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질병x를 넘고, 지방소멸을 넘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논산시의 ‘동고동락, 사람이 꽃피다’는 하나의 구두선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네 삶 자체입니다. 


- 서동석(부인2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