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마스크 너머 선한 미소

놀뫼신문
2022-08-06

마스크 너머 선한 미소

정향만리행(情香萬里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때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덜 마주치기 위해 30리 정도 떨어진 시골 어느 쌀가게로 쌀 사러 갔다.

논과 도로변 사이에 위치한 쌀가게는 크지도 작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조용한 농촌 마을 풍경에 잘 어울리는 그저 소박한 모습의 평범한 가게였다.

쌀 한 포대를 사고 지역화폐를 꼼꼼히 세서 쌀값을 건넸다.

논산시 지역화폐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5% 할인 구매할 수 있고 명절 등 특별한 행사가 있는 기간에는 10% 까지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서민에 대한 배려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으로 실시하는 지역화폐 제도라고 생각한다.

쌀값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데 가게 사장님이 “잠깐만요, 여기요” 하면서 만 원권 지역화폐 한 장을 손에 들고 흔드신다.

“왜요?”하고 뭘 잘 못 계산이라도 했나 하고 멈칫했는데 지역화폐 한 장이 더 간 모양이다.

“신권은 한 장씩 붙어 올 수도 있어요”라고 하시면서 눈가에 웃음과 눈빛에서 말하는 마스크 너머의 선(善)한 미소를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침울한데 사장님의 미소는 마음 한구석을 훈훈하게 감싸줬다.

돌아오는 길에 사장님의 ‘마스크 너머 선한 미소’를 떠 올려보니 평소 내가 갖고 있었던 인간의 본성을 주로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했던 것이 마냥 부끄러웠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시는 분이 자연스럽게 아니 자동으로 나오는 그 선한 행동은 평소에 착한 마음이 생활화되었을 터이고 그 착한 마음에 따라 익숙해진 행동·습관이 “좋은 인성”을 갖게끔 하셨겠구나를 미뤄 생각해 보니까 나의 양심(兩心) 즉, 두 마음 중에 양심(良心)이란 녀석이 가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선과 악의 카드를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던 내가 쌀가게 사장님의 선한 마음을 접해보고 나니 앞으로 나의 남아 있는 삶에 선한 카드만 사용해도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에 깜짝 놀라움이 든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시쳇말로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의 이른 바 3척을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언제나 선한 카드만 사용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과의 좀 더 나은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나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는 위선의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이웃 쌀가게 사장님의 선한 미소를 마음속 깊이 거울삼아서 과감하게 나의 잘난 페르소나를 벗어 던져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쌀 가게 사장님의 선한 미소가 정향만리행(情香萬里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이라는 교훈과 같이 우리 고장 여기저기에 퍼져서 코로나19로 우울해지고 위축된 사람들의 마음에 생활 활력소의 엔도르핀이 되어주기를 희망해 본다.


- 은진면 채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