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유보통합 기반 생태유아교육 ‘생태놀이를 말하다’ 4

2026-07-11

[2026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유보통합 기반 생태유아교육 ‘생태놀이를 말하다’ 4

몸짓과 손끝으로 배우는 자연

절약·절제가 놀이가 되고, 자연건강이 배움이 되다


생태기관탐방 선재어린이집, 연무어린이집






아이들은 자연을 교과서로 배우지 않는다. 몸으로 움직이고, 손으로 만지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며 자연을 배운다. 논산에는 생태유아교육을 지향하며 ‘아이살림’을 함께 실천해 온 어린이집들이 있다. (사)중부권생태공동체 논산지부 소속 기관들이다.

그중 연무어린이집과 선재어린이집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생태교육이 특별한 행사나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아침 인사에서 산책, 명상, 놀이, 쉼까지 이어지는 ‘삶 그 자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한 원에서는 버려진 우유갑과 상자가 숲속 캠핑장이 되고, 다른 원에서는 비 오는 날의 산책과 목련차 한 잔이 몸과 마음을 살리는 배움이 된다.

절약과 절제, 움직임과 고요, 자연과 공동체가 아이들의 하루 속에 어떻게 스며 있는지 두 어린이집의 프로그램 실천을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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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유아교육, 하루 일과 속에서 자라다


생태유아교육은 ‘아이살림·농사살림·생명살림’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한 흐름이다. 임재택·김은주·하정연 외 연구자들이 정리한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은 생태유아교육의 체계를 한 그루의 ‘생명나무’로 설명한다. 생명의 원리에 뿌리를 내리고, 아이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살리는 여러 프로그램이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구조다.

이 생명나무에는 산책, 텃밭 가꾸기, 손끝놀이, 몸짓놀이, 세시풍속, 명상, 절제·절약, 바른 먹을거리, 세대교류 등이 함께 놓인다. 중요한 것은 이 활동들이 따로 떨어진 특별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의 하루일과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번 탐방에서 주목한 두 가지 축도 여기에 있다. 하나는 몸짓놀이와 산책, 명상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의 리듬을 살리는 ‘자연건강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생활 태도를 놀이로 익히는 ‘절제·절약 프로그램’이다.

선재어린이집은 3H 행복실천, 뇌 깨우기 몸체조, 룸비니 공원 산책명상, 목련차 다도명상과 몸 두드리기 등을 통해 자연건강 프로그램을 일상화하고 있다. 연무어린이집은 산책에서 만난 여름 숲을 교실로 옮기고, 버려진 상자와 우유갑, 병뚜껑과 휴지심을 활용해 숲속 캠핑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절약과 절제의 가치를 놀이로 풀어내고 있다.


선재어린이집, 웃음으로 만나고 몸짓으로 하루를 깨우다


선재어린이집의 하루는 ‘웃으며 친구와 만나기’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현관에서 친구와 교사를 만나 미소로 인사하고, 하루를 준비한다. 선재어린이집이 실천하는 3H, 곧 행복한 미소 짓기(Happy Smile), 행복한 칭찬하기(Happy Talk), 행복한 마음 실천하기(Happy Mind)가 아침의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흐른다.

아이들이 교실에 함께 모이면 ‘몸짓놀이’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손끝으로 머리를 두드리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몸의 감각을 깨운다.

몸을 움직이는 이 시간은 단순한 체조가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고, 신체 리듬을 깨우며, 마음을 여는 시간이다. 생태유아교육에서 몸은 배움의 도구이자 배움이 일어나는 자리다.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며 집중하고, 함께 움직이며 공동체의 리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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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밖으로, 빗소리도 배움이 되다


생태기관은 비가 온다고 산책을 멈추지 않는다. 우비를 입고 공원으로 나섰다. 비 오는 날의 자연은 맑은 날과 다른 표정으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공원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하고, 나뭇잎 위에 맺힌 물방울을 살펴본다. 손끝으로 잎을 살짝 흔들어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우산과 우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어본다.

걷다가 멈추고, 듣다가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을 ‘관찰 대상’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나뭇잎 위의 물방울, 흙냄새, 빗소리는 모두 살아있는 교재가 된다. 아이들은 찻잔 앞에 앉아 향을 맡고, 천천히 차를 마신다. 찻잔의 따뜻함을 두 손으로 느끼고, 차의 향을 맡고, 자신의 몸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법을 익힌다. 생태유아교육이 말하는 몸살림과 마음살림이 일상 속에서 실천되는 장면이다.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을 주민과 만나는 장면도 이어졌다. 주민은 아이들에게 강낭콩과 애호박, 가지, 오이 등을 건넸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숲과 공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 사람의 손에서 건네지는 제철 먹을거리와 이웃과의 상호작용 또한 생태교육의 일부다. 아이들은 그 만남 속에서 자연과 사람, 마을이 이어져 있음을 배운다.

3H 행복실천과 명상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아이들의 변화는 눈에 보이게 나타났다. 웃으며 인사하는 습관, 고운 말과 칭찬이 생활화되면서 친구와 교사에게 배려를 표현하는 말이 늘었고, 활동에 몰입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자기 조절력도 함께 자랐다.

한미옥 선재어린이집 원장은 "따로 가르친 게 아니라 매일 웃고, 걷고, 차 한 잔 마시는 하루를 꾸준히 반복했을 뿐"이라며 "그 사이 아이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내가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이 부쩍 늘었다. 그 자신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선재어린이집의 자연건강 프로그램은 거창한 장비나 특별한 공간에 기대지 않는다. 웃으며 만나고, 몸을 깨우고, 비 오는 공원을 걷고, 목련차를 마시며 몸을 쓰다듬는 하루의 리듬이 곧 프로그램이다.


연무어린이집, 여름 숲을 교실로 옮기다


연무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모아 온 상자와 종이, 다양한 재활용품을 꺼내 놓고 교실 숲 만들기를 시작했다.

택배 상자에 담겨 왔던 충전재는 나뭇가지가 되고, 스펀지는 물감을 찍어 숲의 나무를 표현하는 도구가 됐다. 휴지심은 작은 나무가 되어 교실 벽면에 걸렸다. 아이들은 "여기에 곤충도 살 것 같아요", "나무가 있어서 진짜 숲 같아요"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함께 교실 한쪽을 여름 숲으로 바꾸어 갔다. 버려질 뻔한 재료들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손끝을 거치며 새로운 배움의 공간으로 살아난 것이다.

아이들의 눈길은 여름 숲에 사는 곤충으로 향했다. 산책에서 만난 매미와 개미를 병뚜껑, 상자, 종이, 솜 등 재활용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자 상자와 택배 박스는 개미가 사는 땅속으로 변신했다. 까맣게 물든 솜은 개미의 머리와 가슴, 배가 되어 땅속 일개미가 됐다. 병뚜껑과 박스로 만든 매미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숲속 나무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매미 소리가 맴맴맴 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만든 숲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아이들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통에서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고, 어떻게 표현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상상하며 버려질 물건의 새로운 쓰임을 찾아냈다.

유영애 연무어린이집 원장은 "절약·절제 교육은 아이를 검소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며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생태시민교육"이라며 "절약은 아끼는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고, 절제는 참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다. 어린 시절의 작은 습관이 환경을 지키고, 아이를 생태민주시민으로 자라게 한다"고 말했다. 연무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모아 온 상자와 종이, 다양한 재활용품을 꺼내 놓고 교실 숲 만들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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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의 캠핑장, 놀이가 절약을 가르치다


완성된 교실 숲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여기에서 캠핑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곧 놀이가 됐다. 커다란 상자와 커피 캐리어, 우유갑, 요플레 통, 과자봉지 등 다양한 재활용품이 숲속 캠핑장을 만드는 재료가 됐다.

아이들은 "선생님, 이것도 씻을까요?", "이걸로는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버려지는 물건을 곧바로 쓰레기통에 넣기보다 다시 사용할 방법을 먼저 떠올리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제 아이들에게 재활용품은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재료였다.

상자와 우유갑은 텐트가 되고, 커피 캐리어는 캠핑장 시설물이 됐다. 요플레 통과 반짝이는 과자봉지는 텐트 주변을 밝혀 주는 캠핑 조명으로 꾸며졌다. 상자와 우유갑으로 만든 텐트는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크기였지만,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한 공간이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물건이 이렇게 멋진 텐트가 되다니!"

"선생님, 이제 이건 쓰레기가 아니죠?"

아이들의 말 속에는 절약과 절제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아껴 쓰라고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놀이가 아이들에게 물건의 새로운 생애를 보여주고 있었다. 버려질 뻔한 것들은 아이들의 손길과 상상력을 만나 숲속 캠핑장의 소중한 놀잇감으로 다시 태어났다.


캠핑 놀이 속 환경 캠페인


연무어린이집 아이들은 산책에서 출발해 숲을 구성하고, 곤충을 만들고, 캠핑장을 꾸미고 숲속 캠핑장 텐트 안으로 친구를 초대하며 역할놀이가 시작됐다. “쓰레기는 꼭 다시 가져가요.” “아무데나 버리지 마세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생각해야한다는 아이들의 생각이다

캠핑놀이에서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힘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원하는 것을 바로 갖기보다 기다리고 나누는 경험을 통해 환경 캠페인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생태교육 흐름이다. 자연을 보고, 재료를 살리고, 놀이로 표현하고, 다시 정리하는 전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원의 순환과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다.


어느 원에서든, 어느 가정에서든 시작할 수 있다


선재와 연무의 하루가 보여주는 것은 값비싼 교구나 특별한 시설이 아니다. 생태유아교육의 핵심은 하루 일과의 흐름 안에 생태적 원리를 심는 데 있다.

아침에 웃으며 친구를 만나는 일, 짧은 몸체조로 몸을 깨우는 일,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빗소리를 들어보는 일, 따뜻한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받쳐 마시는 일은 모두 자연건강 교육이 될 수 있다. 또한 우유갑과 휴지심을 씻어 모아두는 일, 버리기 전에 “다시 쓸 수 있을까?”라고 묻는 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도록 기다리는 일은 절약·절제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연무의 캠핑장은 어른이 미리 정해준 결과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선재의 산책 명상 역시 자연을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비와 바람, 나뭇잎과 물방울을 직접 느끼는 시간이었다. 생태교육은 자연에 대해 많이 아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하는 교육이다.


유보통합 시대, 아이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유보통합 시대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아이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선재어린이집과 연무어린이집의 일과는 그 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재의 하루에는 웃음으로 친구를 만나고, 몸을 깨우고, 비 오는 공원을 걸으며, 목련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쓰다듬는 시간이 있었다. 연무의 하루에는 여름 숲을 교실로 옮기고, 버려진 물건으로 곤충과 텐트와 캠핑장을 만들며, 환경을 지키는 약속을 놀이로 실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은 생태유아교육이 말해 온 생명나무의 가지들이 논산의 어린이집 일과 속에서 실제로 꽃피고 있음을 보여준다. 놀이가 곧 배움이고, 일과가 곧 교육과정인 하루다. 그리고 그 하루는 한 기관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실천을 나누는 교사 공동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생태기관들이 서로 기대어 숲을 이룰 때 가능해진다.


- 여병춘, 여재민 공동취재 

- 도움말 유향란 인동어린이집 원장 (유아교육학 박사)

(이 기획기사는 2026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