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水), 맑은 물을 먹을 권리

놀뫼신문
2019-02-27


물(水), 맑은 물을 먹을 권리

수도시설 구축단계부터 검토해야


‘21세기는 물의 세기’. 이는 물에 대한 밝은 전망을 예측한 말이 아니다. 이말은 1995년 당시 세계은행 부총재 이스마일 세라겔딘(Ismail Serageldin)이 “20세기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라면 21세기는 물을 둘러싼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말에서 비롯됐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세라겔딘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구는 ‘물의 혹성’이라고도 불릴 만큼 물이 풍부하다. 그러나 WMO(세계기상기구)에 의하면, 지구상의 물은 97.5%의 해수와 2.5%의 담수로 구성되어 있다. 2.5%에 불과한 담수는 그나마 태반이 극지나 빙하의 물이고 기타 증기나 구름 등의 형태로 대기 중에 있다. 우리가 이용 가능한 물은 하천, 호수, 강우 등의 표류수(表流水)로 지구상 존재하는 물의 0.008%에 지나지 않는다. 물음 인간의 생명 그 자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맑은 물을 값싸게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다가 물을 공급하는 수도는 건강하고 쾌적한 시민생활과 산업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명줄이다.

맑은 물을 먹을 권리는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헌법상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맑은 물을 먹을 권리는 학설과 판례에 의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수도사업은 성장 위주로 확대 발전되어 2016년 기준으로 상수도 보급률은 98.9%로 국민 모두가 상수도 혜택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 상수도는 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급수지역 확대에 수도정책의 중점을 두어 왔으나 2016년 환경부가 수립한 2025년까지의 '제3차 전국수도종합계획'에서는 ※안전한 수돗물의 지속가능한 공급 ※안심하고 믿고 마시는 수돗물 공급 ※국민과 함께하는 건전한 수도사업 ※상수도 미래발전 주도 등을 4대 정책 목표로 하고 상수도 정책기조를 공급관리 수질관리 수도 운영의 효율화 물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도경제성장기를 지나 오면서 우리 상수도는 공중위생의 향상과 생활환경의 개선을 위한 수요에 부응하여 신설과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상수도 보급율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고도성장기에 구축된 수도시설의 대부분이 경년을 경과한 관로 노후화 문제 ※낮은 유수율과 낮은 요금 현실화로 상수도 적자 누적 문제 ※도시와 농어촌의 상수도 보급률 격차 및 지역별 수도요금 격차 문제 ※지진 등 자연재해를 대비한 수도시설 구축 문제 ※기후 변동 등으로 인한 수질악화와 상수원 오염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상수도 현안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방재정 상황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막대한 소요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1.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이후의 대책 마련


2017년부터 12년간 3조96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노후관로와 정수시설을 정비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이 환경공단과 K-water에 위탁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화사업의 목적이 지방재정 상황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지방상수도의 선순환 구조 정책에 있는 바, 1차적으로 계획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완료 후 사업 성과 유지와 지속가능성 문제는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현대화사업 이후 어떤 구조와 방법으로 성과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나라 상수도가 처한 중요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의 문제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깊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2. 수도 담당자의 전문화


우리나라 수도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공무원조직으로 구성된 지방공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수도사업 담당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향후 수도사업은 확장기의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 재구축과 유지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상된다. 자산관리제도의 도입이 확대될 것에 대비하여 수도사업 종사자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3. 상하수도 배관 국가자격증 제도의 도입


상하수도 관로 사고의 대부분은 현장의 시공 불량으로 발생되고 있는데 관로의 시공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않은 일반 인력으로 시공되고 있으며 시공지역이 광범위하여 관리 감독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시공 불량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부실공사로 관 파손, 누수 등의 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관로의 유지 보수와 신설 관로의 배관 시공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상하수도 배관 국가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가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교육이수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수도 시설 구성 자재의 적정화


수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이고 거대한 관망으로 구성된 장치산업이다. 특히 관망 자체가 지중에 매설되는 구조물이므로 관망구성 자재의 재질과 품질의 적정화는 수도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통해 정수장에서 생산된 높은 수질의 수돗물이 수도 관로를 통해 수송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관로상의 문제로 수질이 악화되어 음용되지 못하고 수송 도중 번번한 누수로 유수율이 저하되어 수도사업 수지악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질의 절반 이상이 화강암, 화강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상수원수의 수질은 대체로 알칼리도와 경도가 낮아 수도관의 부식관리에 불리한 수질 특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 수돗물의 부식지수는 -1.5 이상으로 수돗물 자체가 부식 인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형적으로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관재의 부식에 취약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관로의 부식과 수질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에는 '내식성 수도관의 경우에도 기존의 노후관에 비해 부식 속도를 늦출 수는 있으나 부식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으므로 효율적인 부식방지를 위해서는 원수 수질 특성 및 관망 재질 등 관리 여건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부식관리기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2015년 12월 환경공단의 지방상수도시설 노후도 실태평가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종 선정 시 현장여건에 부합되는 관종의 선정과 부적정 자재의 반입을 막는 우수인증제품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5. 주요 관로의 내진화


최근 경주지역과 포항의 지진을 겪으며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다. 지중에 매설된 관로는 지진에 의한 지반 변동으로 파손 등 손상을 입기 쉬우며 단수로 연결되어 시민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한다.

우리나라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 등 관계법규로 수도시설의 내진화에 대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중에는 내진 성능을 갖춘 수도관이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지만 관로 내진화에 대한 세부기준과 검증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 관로의 신설과 교체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관로에 대한 내진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6. 주요 관로의 복선화 추진


현행 우리나라 상수도시설 기준은 도·송수관의 광역상수도 관로에 대해서는 복선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선관로 구간에 관을 하나 더 추가하여 평상시나 재해 시, 관로 사고 등 비상시에 수돗물의 수송기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단선관로는 사고 시 복구할 때가지는 대체할 수단이 없으므로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수돗물의 단수는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상수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므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역상수도뿐만 아니라 지방상수도도 공급의 안정화와 단수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배수관로에 대한 복선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수도사업의 목표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응하고 수질기준에 적합한 물을 필요한 양,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합리적이 대가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호 ㈜고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