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초대석] 김봉숙 논산시낭송회 회장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 입니다 "

놀뫼신문
2023-02-21






산과 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이른 봄, 천양희 시인의 <이른 봄의 시>를 낭송하는 논산시낭송회 김봉숙 회장의 목소리에서 '봄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봉숙 회장은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이기에, 入春이 아니고 立春이라 쓰인다"며, “그래서 동토를 녹이고 올라서는 입춘이 1년 중 가장 뜨거운 첫 번째 절기”라고 이야기한다. 

시낭송회 김봉숙 회장은 인문학이 경시되는 사회에서 “지성인은 줄고 지식인만 늘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인문학이 폄훼되면서 사고(思考)하는 힘이 줄어들수록, 외모는 번듯하더라도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해 내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계묘년 입춘(立春)이 일어서듯, 다같이 코로나의 악령은 떨쳐버리고 “힘차게 박차고 일어나자”는 김봉숙 회장을 만나본다. 




■ 이순(耳順)의 '문학소녀'


학창시절 국어를 유난히 좋아해 달과 별과 꽃과 바람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것이 없었던 문학소녀가 어느덧 이순(耳順)의 시 낭송인이 되어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하고 있다. 

그녀의 시 낭송 원칙은 사랑과 이별, 환희와 슬픔 등 시인의 내면을 공감하며 시를 읊는 것이다. 그렇게 '원작 시인의 마음을 품는 공감력'이 내재하기 때문에 그녀의 시 낭송에 '남다른 울림'이 있었던 이유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나이 60세, 즉 이순(耳順)이 되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녀는 이미 지천명(知天命)에 이순(耳順)의 이치를 터득한 모양새다. 

본래 김봉숙 회장은 서예가 출신이다. 2004년 한국서가협회 대전‧충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초대작가 반열에 올랐고, 2012년 대한민국서도협회 국전 한글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서예를 하다가 10여 년 전 우연히 시낭송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2017년 광주 빛고을 전국시낭송대회에서 신석정의 시 '곡창의 신화'로 대상을 수상했다. 

김 회장은 “조선의 여성 시인 허난설헌(본명 허초희)의 시를 좋아하며, 특히 '감우'를 애송한다”고 이야기한다.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렇게도 향기럽더니/ 가을바람 한번 헤치고 지나가니 슾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 아파져 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김봉숙 회장은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은 사회활동이 자유로워 문재를 뽐내는 것이 가능하던 황진이 같은 기생도 아니었고, 신사임당처럼 부덕을 상징하는 여인도 아니었다”며, “오로지 자신의 시로서 그 이름을 남겨, 훗날 그녀의 시가 많은 문인과 지식인들에게 격찬을 받으며 애송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으니, 여자로 태어난 것과 조선에서 태어난 것 하필이면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니...>라는 시는 27살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불행한 삶의 비통함을 읊은 시로 언제나 가슴을 애틋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서는 “권선옥 시인(현 논산문화원장)의 시가 본인의 감성에 잘 맞는다”며, “특히, <비단강 흘러 이리로 오네>라는 우리 금강을 노래한 시의 매력에 흠뿍 빠져들어 애송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단강 흘러 이리로 오네 

                        -  권선옥 

 

저 고운 강물 흘러 이리로 오네

깊은 산 우거진 숲 돌아 돌아

비단길 수 놓으며 이리로 오네

푸른 나무 지나 너른 벌판 사이로

곱게곱게 강이 흘러

우리 마음 물빛처럼 살라고

비단강 흘러 이리로 오네

따뜻한 가슴 가진 사람들,

둘레둘레 모여서 살라고

깊은 강물 흘러 이리로 오네

한평생 마주 보며

강물처럼 살라고

저기 저 강 흘러 이리로 오네

비단강 흘러 이리로 오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을 묻자, 30여 명 되는 시낭송회 회원들과 단합해, “전국규모의 시낭송대회를 꼭 논산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그녀의 각오가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그녀의 결기를 보니 올해에는 '전국에서 내놓으라는 시낭송가들이 논산에 모두 모일 것 같다'는 기쁜 소식이 곧 전해질 것 같다.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