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한유진 원장 철학-1] 공무원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놀뫼신문
2023-03-27

고담 정재근


2022년 5월 말 기준, 대한민국 공무원 수는 116만 2,597명이다. 통계청이 추계한 대한민국 총인구 5,162만 명을 기준으로, 전 국민의 2.25%가 공무원인 셈이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은 "1년에 600조가 넘은 국가 예산을 쓰기 위해 국민이 뽑은 사람이 바로 110만 명의 공무원"이라며, "공무원은 그 돈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공무원이 돈을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좋은 일 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라며, "일선 읍면동에 가면 7급, 8급, 9급 공무원 중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한 사람이 대략 수십 명의 주민복지를 담당한다. 그들은 통상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아파서 보건소나 병원을 챙겨 드려야 하는 분, 기초노령연금 받으시는 분,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공무원 한 사람이 일 년에 10억 또는 20억 원의 예산을 쓴다. 대한민국에서 좋은 일 하는데 일 년에 10억, 20억 원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정 원장은 "공무원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돈을 써야 국민도 행복하고 공무원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 대한민국 공무원,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정재근 원장은 헌법 제7조 1항을 인용하며 "공무원의 정체성은 공적가치를 지닌 특수한 국민, 즉 '공적가치인'으로 함축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그러나, 정작 '공적가치인'에 대한 현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며, "국민과 공무원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공무원 정체성에 대한 혼돈은 '당위와 현실 사이의 괴리'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정 원장은 "이 괴리를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된다"고 설명한다.

"첫째, 공무원이 '공적가치인'으로 살아야 하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려고 함으로써 나타나는 괴리이다. 둘째, 국민은 '공적가치인'으로서의 공무원을 기대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과 같은 일반 국민으로 살고있는 공무원을 만나는 괴리이다. 셋째, 공적가치인으로서 공무원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공무원과 국민 사이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괴리이다"

공무원은 그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에서 소확행을 꿈꾸며 일반 국민처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려고 공직을 택했는데, 국민은 공직인으로서의 솔선수범과 희생을 요구하는 극명한 인식의 차이에 대해 정재근 원장은 명료한 해법을 제시한다. 

"공무원이 사적 행복의 추구를 위해 공직을 시작했다 할지라도, 공직은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조직이고 공무원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공직 가치를 지녀야 하는 특수한 국민'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할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사람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때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사적 행복의 추구라면,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 공적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을 조화시켜서 행복한 공무원이 되는 것은 공무원 정체성에 대한 국민과 공무원의 인식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공무원의 행복은 국민에 대한 의무


"명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명품을 만들기 어렵듯,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공무원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어렵다. 행복한 공무원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이야기 한다. 

정 원장은 "그러므로 공무원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라고 일갈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은 '스스로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유학의 가르침이고 선비의 삶"이라며, "공무원들은 공적 분야에서 이미 치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비의 반(半)은 한 것이다. 따라서 치인을 먼저 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치인을 하면서 본인 공부와 수양, 수기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수준의 봉급을 받는 8, 9급 공무원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공적 가치를 수행하기 위해 당신의 사적 행복을 양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잔인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선호와 무관하게 누군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로서 통상 우리가 공익이라고 하는 것과 연관된 일들"이라고 전제한다.

"우리는 개인의 만족을 위해 무엇을 할 때도 행복하지만 공익을 위한 일을 할 때도 만족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공적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 즉 공익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공적 행복은 사적 행복과 결합해 행복을 완성한다. 여기서 사적 행복이 개인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면 공적 행복은 충분조건"이라고 설명하며,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의 결합을 강조한다.


■ 공무원은 좋은 일 하는 데 돈을 쓰는 사람, 그래서 존경받는 부자


정재근 원장은 "공무원은 돈을 쓰면서 봉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봉사한다고 봉급까지 준다. 이처럼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데 돈을 쓰는데, 그것도 한 해 600조 원 이상 쓴다. 논산시의 경우 1,000여 명의 공직자가 한 해 1조 원의 예산을 쓴다. 그럼 1명의 논산시 공무원이 한 해 10억 원의 돈을 좋은 일 하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공무원은 '존경받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원장은 "공무원이 아닌 그 누가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사회의 행복을 위해 일 년에 수억 원씩, 수십억 원씩을 쓸 수 있을까?" 반문하며, "그래서 나는 공무원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자, 아니 존경받는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부자가 되려거든 공무원이 되라"고 일갈한다.

정재근 원장은 "이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살아남으려 하지 말고, 진정 국민이 맡긴 돈을 어떻게 해야 잘 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공무원이고 집행하는 것도 공무원이니 부자가 될 것이냐, 아니냐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