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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산시의회 김종욱 의원은 본지의 ‘정재근 원장에게 인의예지 선비의 길을 묻다’ 기사를 읽고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듯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비가 그치자마자 토요일을 반납하며 14km에 이르는 탑정호 선비길을 한나절에 걸쳐 탐사하고, 그 내용과 느낌을 본지에 기고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한 김의원은 평소부터 '논산만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번 '탑정호 선비길'은 시의원으로써뿐만 아니라, 문화인의로써, 그리고 한 명의 논산시민으로써 '논산만의 콘텐츠'로 꼭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생적 문제의식에 상인의 현실감각'을 조화롭게 풀어간 김종욱 의원의 기고를 소개한다. - 이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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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정호에 선비의 혼(魂)을 담자
2022년 9월 1일 한국기록원은 탑정호 출렁다리를 <길이 592.6m, 넓이 2.2m>라고 공식기록으로 인증했다.
동양 최장의 출렁다리는 탑정호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 탑정호 호반을 감싸는 데크길, 딸기향 농촌테마파크 등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웰니스파크', 신풍리와 종연리에 펼쳐지는 '탑정호 근린공원', '산노리 문화예술촌', 종연리에서 신흥리까지 이어지는 '순환 보행로', 충곡리의 '대동누리 청년군자마당'과 종연리의 '복합휴양관광단지' 등이 2025년에서 2026년이면 완공되면서 탑정호 관광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눈은 즐거운 데, 젓가락이 가지 않는 뷔페식당 메뉴 같다. 여기에 논산만의 '시그니처 메뉴' 하나쯤을 추가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4월 8일(토) 아침 광석에서 행사를 마치고 걷기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간밤에 인터넷으로 탐방 코스를 확인했다. 돈암서원을 출발해 고정산터널을 지나 충곡서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딸기 테마파크를 끼고 탑정호 데크길로 출렁다리를 넘어 박범신 집필관, 조정서원을 거쳐 종착지 효암서원에 이르는 코스로 총 13.7km에 이른다.
만수의 탑정호, 그러니까 3,500만 톤의 생명수가 바로 발밑에서 찰랑인다. 이제 곧 오월이면 한껏 수문을 열고 논산뜰 곳곳을 누비며 생명창고의 젓줄이 될 것이다. 연한 녹색의 새잎도 오월이 지나면 어느새 검푸른 녹음으로 짙어질 것이다. 나는 오늘 생명이 돋는 사월을 걷고 있다.
[忠-충곡서원, 孝-효암서원, 禮-돈암서원]
우리 논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돈암서원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기호유학의 대표적인 서원이다. 예학의 종장인 사계 김장생 사후에 그의 제자들과 유림들이 창건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우리나라 예학의 산실이 되었다.
한국의 서원은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닦는 동시에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일도 겸했다. 이것을 '존현양사(尊賢養士)'라고 한다. 이는 학업이나 과거 합격이 주목적이었던 성균관이나 학당, 향교와의 차이점이다. 또한, 중국의 서원과도 현저한 차별성을 지닌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서원은 기본적으로 관료양성을 위한 준비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계백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충곡서원에 도착했다. 신풍리 계백장군 묘소가 지척이다. 이곳은 계백장군 외에도 사육신인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박팽년 및 김익겸 등 총 18인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서원 중에서 장군을 모신 서원은 이곳 충곡서원이 유일하다. 충곡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허물어졌다가 1935년 다시 세웠고, 1977년 대대적으로 복원했다.
종착지 효암서원에 도착하니 발바닥과 종아리가 뻐근하며 아프기 시작한다. 효자 강응정은 천성이 지효하여 모친이 병으로 눕게되자 3년여를 간호하며 천수를 다하도록 하였고, 돌아가신 후에는 5년여 동안 시묘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사실을 안 성종은 친필로 쓴 현판을 하사하여 정려를 세웠고, 후에 효암서원에 배향되었다.
이와같이 효성이 지극했던 강응정과 관련해서는 "가야곡 냇가에 '효자고기'라는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탑정호 충‧효‧예 선비길]
논산시 부적면, 가야곡면, 연산면, 양촌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는 탑정호 24km의 호수 둘레는 수려한 경관 곳곳이 선현들의 숨결이 살아있고 이야기가 숨쉬는 유교문화박물관이자 K-유교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다.
"우리 선현들이 국가가 어려울 때 어떻게 목숨바쳐 지켰고, 부모님과 어르신을 어떻게 모셨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하였는지"를 스토리텔링하여 논산의 문화콘텐츠로 거듭내야 한다.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미래는 여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곳 탑정호 둘레길 이야말로 앞으로 문화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다.
모든 차이는 지역의 문화로부터 비롯된다. 선현들의 가르침을 다듬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이 4차산업 혁명시대의 문화콘텐츠이다
이렇게 탑정호 둘레길 굽이굽이 풍광 속에 '선비의 가르침'을 스토리텔링해서 '깨달음이 있는 선비길'을 만들어내면, 논산 관광문화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논산시의회 김종욱 의원은 본지의 ‘정재근 원장에게 인의예지 선비의 길을 묻다’ 기사를 읽고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듯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비가 그치자마자 토요일을 반납하며 14km에 이르는 탑정호 선비길을 한나절에 걸쳐 탐사하고, 그 내용과 느낌을 본지에 기고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한 김의원은 평소부터 '논산만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번 '탑정호 선비길'은 시의원으로써뿐만 아니라, 문화인의로써, 그리고 한 명의 논산시민으로써 '논산만의 콘텐츠'로 꼭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생적 문제의식에 상인의 현실감각'을 조화롭게 풀어간 김종욱 의원의 기고를 소개한다. - 이정민 기자
■ 탑정호에 선비의 혼(魂)을 담자
2022년 9월 1일 한국기록원은 탑정호 출렁다리를 <길이 592.6m, 넓이 2.2m>라고 공식기록으로 인증했다.
동양 최장의 출렁다리는 탑정호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 탑정호 호반을 감싸는 데크길, 딸기향 농촌테마파크 등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웰니스파크', 신풍리와 종연리에 펼쳐지는 '탑정호 근린공원', '산노리 문화예술촌', 종연리에서 신흥리까지 이어지는 '순환 보행로', 충곡리의 '대동누리 청년군자마당'과 종연리의 '복합휴양관광단지' 등이 2025년에서 2026년이면 완공되면서 탑정호 관광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눈은 즐거운 데, 젓가락이 가지 않는 뷔페식당 메뉴 같다. 여기에 논산만의 '시그니처 메뉴' 하나쯤을 추가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4월 8일(토) 아침 광석에서 행사를 마치고 걷기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간밤에 인터넷으로 탐방 코스를 확인했다. 돈암서원을 출발해 고정산터널을 지나 충곡서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딸기 테마파크를 끼고 탑정호 데크길로 출렁다리를 넘어 박범신 집필관, 조정서원을 거쳐 종착지 효암서원에 이르는 코스로 총 13.7km에 이른다.
만수의 탑정호, 그러니까 3,500만 톤의 생명수가 바로 발밑에서 찰랑인다. 이제 곧 오월이면 한껏 수문을 열고 논산뜰 곳곳을 누비며 생명창고의 젓줄이 될 것이다. 연한 녹색의 새잎도 오월이 지나면 어느새 검푸른 녹음으로 짙어질 것이다. 나는 오늘 생명이 돋는 사월을 걷고 있다.
[忠-충곡서원, 孝-효암서원, 禮-돈암서원]
우리 논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돈암서원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기호유학의 대표적인 서원이다. 예학의 종장인 사계 김장생 사후에 그의 제자들과 유림들이 창건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우리나라 예학의 산실이 되었다.
한국의 서원은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닦는 동시에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일도 겸했다. 이것을 '존현양사(尊賢養士)'라고 한다. 이는 학업이나 과거 합격이 주목적이었던 성균관이나 학당, 향교와의 차이점이다. 또한, 중국의 서원과도 현저한 차별성을 지닌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서원은 기본적으로 관료양성을 위한 준비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계백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충곡서원에 도착했다. 신풍리 계백장군 묘소가 지척이다. 이곳은 계백장군 외에도 사육신인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박팽년 및 김익겸 등 총 18인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서원 중에서 장군을 모신 서원은 이곳 충곡서원이 유일하다. 충곡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허물어졌다가 1935년 다시 세웠고, 1977년 대대적으로 복원했다.
종착지 효암서원에 도착하니 발바닥과 종아리가 뻐근하며 아프기 시작한다. 효자 강응정은 천성이 지효하여 모친이 병으로 눕게되자 3년여를 간호하며 천수를 다하도록 하였고, 돌아가신 후에는 5년여 동안 시묘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사실을 안 성종은 친필로 쓴 현판을 하사하여 정려를 세웠고, 후에 효암서원에 배향되었다.
이와같이 효성이 지극했던 강응정과 관련해서는 "가야곡 냇가에 '효자고기'라는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탑정호 충‧효‧예 선비길]
논산시 부적면, 가야곡면, 연산면, 양촌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는 탑정호 24km의 호수 둘레는 수려한 경관 곳곳이 선현들의 숨결이 살아있고 이야기가 숨쉬는 유교문화박물관이자 K-유교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다.
"우리 선현들이 국가가 어려울 때 어떻게 목숨바쳐 지켰고, 부모님과 어르신을 어떻게 모셨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하였는지"를 스토리텔링하여 논산의 문화콘텐츠로 거듭내야 한다.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미래는 여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곳 탑정호 둘레길 이야말로 앞으로 문화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다.
모든 차이는 지역의 문화로부터 비롯된다. 선현들의 가르침을 다듬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이 4차산업 혁명시대의 문화콘텐츠이다
이렇게 탑정호 둘레길 굽이굽이 풍광 속에 '선비의 가르침'을 스토리텔링해서 '깨달음이 있는 선비길'을 만들어내면, 논산 관광문화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