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사람들이 논산에 머물게끔 하려면....

놀뫼신문
2023-06-05

관계인구, 교류인구 증대를 위한 논산의 매력포인트 발굴


그간 논산의 관광 혹은 여행은 논산8경에 의존해온 편이다. 돈암서원이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탑정호 출렁다리가 동양최장으로 기록됨에 따라 8경이 11경으로 늘어났다. 

제주도에 본사가 있는 월간 <공무원연금> 6월호에 논산이 대서특필되었다. ‘공무원연금’지 로컬플러스+로 실린 논산 2페이지는 논산시청 관광과에서 자료제공을 한 결과물이다. 관촉사, 탑정호와 출렁다리, 대둔산, 개태사, 계백장군 유적지, 선샤인랜드 이렇게 논산 11경 중 절반이 실렸다. 


주곡리 뒷산을 타고 조성된 소나무 사색의 길


병사저수지를 내려다 보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여행전문기자가 주목한 논산과 한유진


6쪽에 달하는 이성균 여행기자 논산여행기는 테마를 유교 쪽에 더 맞추어서 직접 걸어본 발자취이다. 관촉사 대신 가야곡 계곡의 반야사를 전진 배치하였다. 그다음 돈암서원에 이어 선비길 세 곳을 거닐었다. 주곡리 백일헌종택(1.8km) ~ 명재고택 사색의길 ~ 종학당 사색의길 순이다. 

동네사람들이 힘을 합해 조성 중인 주곡리 소나무길은 논산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그곳을 취재 1순위로 넣은 게 신기하다. 동일지역인 명재고택보다는 궐리사에 방점을 찍었다. 궐리사가 있는 노성 전체는 중국의 공자마을과 교집합이 많아서 공자마을 조성계획이 올라가 있는 곳이다. 중국의 공자마을과 일치점이 적은 일본에서조차 공자마을이 조성돼 있으니, 분발할 시점이다.

이 여행작가는 같은 노성면 종학당에서 감탄사를 발한다. <논산여행의 마침표 #정수로> 사진 한 컷에 붙인 이름이다. 지금 이 기사를 작성하는 필자가 종학당을 찾은 건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정수로에서 가곡저수지(병촌저수지)를 내려다볼 때, 한국의 다른 비경을 굳이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다. 

이곳이 세계적인 명소로 클로즈업될 기회가 있었다. 구 소련의 일인자 고르바초프가 찾았고 기념식수까지 하고 간 때이다. 영국 여왕이 한국에서 택일(擇一)한 안동은 한국 관광명소로 상위 랭킹한 반면, 고르바초프가 애정한 노성 종학당은 잠자고 있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보물의 진가는 마침내 드러나 종학당 아래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설립되었다. 기호유학의 본산으로 유학과 국학(國學)을 진흥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대중에게 친근도를 더하기 위하여 #한유진이라는 약칭/애칭을 쓰는 기관이다. 이곳이 논산의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논산시관광문화재단의 팸투어팀은 평택의 미군부대 군인들을 초청하였다. 그들을 첫번째로 안내한 곳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었다. 종학당과 서예의 대가 윤두식 선생의 집에 들러 한국미를 완상한 다음에 딸기축제장으로 향했다. 효자농원에서 딸기 따기 체험을 한 다음 탑정호 출렁다리로 향했다. 


논산 팸투어가 선정하는 테마여행지는?


논산을 홍보하기 위해 외지인들을 초청하는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를 논산관광문화재단이 시작한 것은 작년도 6월부터다. 앞으로 4회 더해서 올해 말까지 총 15회 진행될 예정이다. 그중 11번째 초청대상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였다. 그들이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김홍신문학관였으며, 2시간에 걸쳐 협회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마지막 20분은 김홍신문학관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문학관 기획실장은 <영화의 산실 김홍신문학관>이라는 20여 쪽의 유인물과 함께 논산김홍신문학관이 영화 ‘인간시장’, ‘저산 너머’, ‘탄생’ 등의 산실임을 환기시키면서 문학관을 소개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나리오 작가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시나리오와 유사문학 장르인 소설, 국민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김홍신에 대하여 아는 바가 별로 없었기에 문학관 방문은 더 뜻깊은 자리가 된 감이다. 1박 2일로 진행된 이들의 첫날 코스는 선샤인랜드에서 서바이벌 체험 ~ 더시티호텔 정차 ~ 논산한옥마을 취침까지! 다음날은 한국유교문화진흥원과 종학당 ~ 탑정호 ~ 돈암서원인데, 이들 눈에 논산 어디가 제일 각인되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화지시장의 핫플이 이내 사그라진 내력


논산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 흡인력은 의외의 곳에서 터져나오기도 한다. 통계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이라고 한다. 절반 수준이고 그곳에 논산도 포함되어 있다. 이름 자체도 모르는 지방도시가 숱한 상황에서 논산은 어떻게 각인되며, 사람을 불러오는 데까지 연동하려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매스컴 영향력 못지않은 게 SNS의 위력이다. 화지시장에서 한창 뜬 가게가 두 곳 있었다. 매스컴의 덕을 입은 홍어무침집. 그리고 유튜브 바람을 탄 수제비집. 한때 대전, 전주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줄을 섰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바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내부의 품질도 한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곱잖은 질투 시선도 한몫했던 거 같다. 한 가게에서 발화된 불은 논산 화지시장 전체 매출로 번질 수 있는 호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다함께 복돋우는 기폭제 역을 포기한 결과 꺼진 불로 마감된 상황 같다. 


핫플; 덕바위농장~온빛자연휴양림


소위 핫플(Hot Place)은 옮겨다니기도 한다. 논산에도 핫플이 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도 서서히 핫플의 조짐이 일고 있으나 이런 기관 대신 개인이나 사유지도 몇 있다. 연산 덕바위 농장은 가족오토캠핑장으로 소문이 나서 주말마다 500여 명 가량 찾아오는데, 이는 선샤인의 연인원 못지않은 동원력이다. 

거기서 멀지 않은 벌곡 온빛자연휴양림도 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주말이면 황룡재 그 산골에서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그해 우리는> 촬영지 이곳은 메타세콰이어와 숲속의 그림 같은 호수 위 별장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다.

한유롭던 별장이 갑작스런 방문객들의 소리에 놀라 결국 앞부분에다가 새 건물을 짓게 되는 등 변화가 일었다. 50만여 평에 달하는 이곳은 사유지이고, 최초의 촬영은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산 너머> 제작 때 이루어졌다. 당시 영화투자자인 남상원 회장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한번 열린 문이 넷플릭스의 부탁으로 다시 열리게 된 상황이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개봉한 <저산 너머>는 관객 10여만 명에 그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상미에서만큼은 수작(秀作)이라는 평가다. 그 배경 상당 부분이 논산이다. 필자는 촬영 장소를 물색, 추천하는 로케이션 PD 이명훈 헌터를 따라 논산의 신8경을 돌았다. 

그중 7곳은 숙진리 오픈세트장, 대명리 꽃동산, 아이들 등굣길인 극동통신 정문 앞, 방축리 복숭아밭, 검천리 뚝방길과 옹기목, 천주교 박해로 체포된 곳 명재고택(실제는 표정리), 반곡리 김대건 신부길(실제는 나바위성지 부근) 그리고 8번째는 온빛자연휴양림이다. 당시 사유지임을 감안하고 존중하여서 건너뛰었는데, 드라마 촬영 이후 일대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김종범사진관’과 ‘꽃이랑나무랑’의 흡인력


[김종범사진문화관] 최근 논산의 핫플은 양촌의 김종범사진문화관이다. 3년쯤 전 산골짜기 대나무밭 앞쪽에 문을 연 이 사진관은 논산사람보다 타지 사람들이 더 찾는 편이다. 지난 3월 25일 <제주의 무덤> 출판기념회와 사진전 오프닝 행사를 개최하였는데, 이날 손님 대부분도 외지인이었다. 그동안 책은 2쇄를 찍었고 제주시청에서는 문화국장과 과장들이 다녀갈 정도로 논산을 찾는 이들이 증가일로다. 내년에는 제주의무덤 1개월간 초대전 예정이다.

한편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김종범사진아카데미를 운영중인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30명의 결석률은 거의 0이라고 한다. 중견 사진작가들이기도 한 이들은 첫 해외 사진전을 미국 뉴욕 갈라아트센터 1~2층에서 5월 3~14일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그중 8점의 작품이 팔렸다.

지자체들은 유명한 문인 한 분 모셔오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한 사람의 작가가 지자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문학뿐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전방위라고 볼 때,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논산으로 내려와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끔 초청, 유치하는 일은 관광산업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박사촌의 꽃이랑 나무랑] 논산에도 박사촌이 있다, 아니, 그렇게 조성해도 충분한 기회의 땅이 있다. 연산면 신양리 산비탈 동네가 그곳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88올림픽때 신양리에 11만여 평의 토지를 매입 ‘주말체제 영농단지’로 조성하였다. 100평 정도로 잘라진 600여 필지로 방사선형으로 나누어 놓았다. 그중 최근에 200여 필지에 농막이 설치되었다. 농막이기는 하지만 웬만한 살림집 못지않게 문화생활도 즐기는 세컨하우스들이다.

이 브레인들을 논산시민으로 끌어들이는 특단의 조치가 논산시의 또 다른 숙제다. 이곳에 초창기부터 들어와 주변 땅도 사들여 2천여 평에 꽃동산을 조성한 부부가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꽃이랑 나무랑> 장미터널이 장관인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 중 서울 지역 사람들이 인스타 같은 곳에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올리면서 ‘먼데서 오신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대전 아닌 서울 MBC에서 지난 5월 하순 촬영해갔고, 6월 8일 저녁 6:30 <오늘 저녁>에서 13분 정도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촬영팀은 인위적 정원이 아닌 다양하게 심겨진 식물들을 보고 감탄하더군요. ‘전국 멋진 곳 젤 먼저 달려다녔는데 여길 왜 몰랐지?’ 하면서요....” 채은지 주인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렇잖아도 봄 내내 손님이 몰려서 혼쭐이 났는데, 방송 이후 이곳 지형도가 어찌 달라질는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픈 비명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집 담장 말고도 장미덩굴이 밖으로 뻗어나온 집들이 즐비하다. 화가이기도 한 채 대표는 차 접대로 분주한 와중에도 외지인들에게 탑정호, 논산딸기, 주변맛집 등을 부지런히 홍보했노라고, 논산홍보대사임을 자처한다.

박사촌 밑으로 농촌체험 시설인 ‘황산벌둥지’가 있다. 건물은 엄청 커다란데 활용도는 높은 거 같지 않다. 나랏돈으로 지어준 건물 중에서 제 기능을 제대로 하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한동네 두집’ 풍광이다. 

꽃이랑 나무랑의 장미터널


사람이 사람 끌어들이는 세 곳


공익적인 일을 하면서 나랏돈 받지 않고 운영하는 단체, 모임이 논산에도 종종 있다. 


[논어강독반] 백록학회에서 올 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남명진 교수의 재능기부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의 장소 제공으로 매주 금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심오한 강의 덕에 인근 대전, 세종, 부여 등에서도 참석자가 늘고 있다. 


[논산 자연보호회] 6월 3일 자연보호중앙연맹 논산시협의회는 5시부터 인천리체육공원에서 반딧불이맞이 걷기행사를 가졌다. 이에 앞서 3시 김홍신문학관에서는 오정근 회장의 <논산반딧불이(파파리반딧불이) 특강>을 가졌다. 여기 참석자는 서산시 초등학생과 부모 34명이었다. 지금까지 18회에 걸쳐 진행된 논산반딧불이 행사는 올해도 ‘상재환경’ 등 회원들의 특별찬조로 치러졌다. 

김홍신문학관에서의 반딧불이 특강


[삼행체] 논산시민공원 편백나무 숲에서는 아침 7시부터 50분간 이삼십 명이 건강체조 군무를 펼친다. 시내사람들뿐 아니라 면소재지 사람들도 동참한다. 삼행체는 ‘삼영민과 함께 하는 행복한 체조’의 준말이다. 4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체조를 지도해온 삼영민 강사는 보건소 이침 강사이자 봉사단장이다. 삼 원장이 운영하는 이침센터의 손님 절반은 서울, 부산, 제주 등지에서 찾아오는 외지인들이다. 

시민공원에서 아침을 여는 삼행체 건강체조


이상 세 곳만 살펴봤지만, 논산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사람과 장소는 더 있을 것이다. 계속 더 있어야만 한다. 어떤 갤러리 카페는 커피맛이 소문나서 대전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한적한 시묘리의 [문재필옻칠갤러리] 작품들은 심오한 삶의 철학을 담고 있어서 작가의 해설이 곁들여지면 심미안이 더 열릴 거 같다. 전시회를 자주 여는 ‘연산창고’, ‘논산상상마당’, ‘바람의언덕’은 물론 신생 벌곡의 [숩쏙]도 논산의 자랑스런 가족문화공간이다. 

논산처럼 소멸도시는 정주인구 증가에 한계가 있다. 교류인구와 관계 인구를 늘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논산에 주어졌다. 논산에 강사로 온 사람들 이구동성이 “논산은 처음이다”, “연무대 입소 때 한번 와봤다”이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인구가 논산을 찾지만 하룻밤 머물지 않고 당일 떠나는 게 다반사다. 논산시 어느 곳의 매력에 푹 빠지거나 논산사람 누군가에게 매료될 때, 그들도 논산사람이 된다. 아니, 논산사람이다. 

논산의 매력은 특정인 누가 만들어준다기보다, 어쩌면 평소 우리의 생활태도에 달려있지않을까도 싶다. 머리 좋은 한국 사람들은 정확히 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태도나 분위기를. 누가 진정한 실력자인지를....... 


-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