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성동두부공장 & 두부집둘째딸

놀뫼신문
2023-08-14

[탐방인터뷰] 성동두부공장 & 두부집둘째딸 

입맛을 사는맛으로 승화해가는 두부집둘째딸






예전에 논산에서 부여를 가려면, 새다리(논산대교) 건너자마자 성동면 원봉2리 길을 통과하였다. 지금도 석두교 건너면 왼편으로 늠름한 왕자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선돌, 곡촌 등으로 불리는 이 동네의 먹거리로 사철탕이 강세였다. 올봄 이 동네에 식당이 하나 생겼다. 또 하나의 신장개업이 아니라, 뿌리 깊은 집안의 후손이 먹거리 혁명을 선도하고자 간판을 단 것이다. <두부집둘째딸> 이름부터 정겹다.

이야기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길에서 좌회전하여 경사로를 올라가면 음식점은 아래에, 두부공장은 위에 자리잡고 있다. 두부공장 마당에 주차를 하고서 두부공장간판을 보니 맹형길, 전정옥 문패가 나란하다. 맹형길은 두부집둘째딸 맹승주의 친정아버지 이름이고, 전정옥은 친정엄마다. 이 두 부부가 두부공장을 세운 때는 1972년, 그러니까 반세기가 넘은 전통의 명가이다. <백년소공인> 마스터의 집이다.

5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소상공인의 전유물인 두부마저 대기업 손으로 넘어갔다. 이 거센 태풍을 이겨내는 생존 비결은 딱 하나다. 대규모 생산자와의 현격한 차별화다. “성동두부는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방식으로 두부를 만듭니다. 콩을 옛날 맷돌로 갈아 자연 응고되는 두부를 만들다보니 시간의 더딤이 주는 맛과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는 고소함이 매력입니다.” 요리연구가 맹승주 식문화연구소장의 뚝심이다. 

이 귀한 두부는 판매망이 백제권이다. 논산 재래시장과 관내 농협, 부여, 개인 일반 음식점 등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러던 것을 이 집 둘째 딸인 요리연구가 맹승주 씨가 고민을 한다. 강의도 나가고 식문화연구소를 차리고 “인생마시따” 책도 출판하면서 이제는 직접 우리집 두부로 요리하여 선보일 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자가 이 집을 찾게 된 것은 지인의 초대를 받아서다. ‘논산 성동에 이런 곳도 있었네?’ 하는 발견의 기쁨은 50년 가족기업의 깊이와 무게로 방점이 옮겨갔다. 인터뷰는 바쁜 시간을 피하여 며칠 지난 후 이루어졌다.





한 여름에도 두부공장 맷돌은 잘도잘도 돌아가네요~^ 몇 분이 일하세요? 

1972년 아버지(맹형길)가 두부공장을 세웠을 당시에는, 저의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세 분이셨어요. 현재는 배달하시는 분과 생산하시는 분 합하여 5명이 일하는 소규모 공장입니다. 


50여 년 우여곡절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공장 반세기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당시 논산시 품목 제조허가번호가 3번이었답니다. 아버지는 성동면 구석구석 자전거와 리어커로 두부를 팔러 다니셨죠. 80년대 들어서며 공장 매출이 증가하자 아버지는 두부 한모 값에서 일부를 적립하여 면내 어려운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도우셨어요. 고아원과 양로원 그리고 한부모가정까지 끊임없이 이웃돕기를 해나가셨어요. 배달이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경운기로 트럭으로 변천하며 공장의 규모도, 거래처도 늘어갑니다. 장학사업을 2000년대까지 지속하셨던 정도로 매출은 늘어났던 거죠. 

그러다가 2000년대 넘어서서 고비를 맞습니다. 대기업의 진출이 눈에 띠게 늘어나면서 현대적 시설을 갖추지 못한 아버지의 공장은 밀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10년여 세월을 힘겹게 보내셨지만 폐업 위기에도 잘 버텨주셨고요, 현재는 손자에게 가업을 승계해주시고 있답니다.


폐업 위기를 넘긴 비결은 자연두부라고 하셨는데, 그 메리트가 결국 식당으로도 이어진 건가요? 

두부식당은 올 4월 21일 개업을 했어요. 식당으로까지 확장은 계속 생각을 해왔죠. 우리 성동두부공장이 100년기업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공장 살릴 수 있는 방법과 일을 5년 넘게 조카와 함께 꾸준히 해왔습니다. 저는 외식산업전문가로 발돋음하고 요리연구와 강의에 더욱 열심을 내었습니다. 이래서 얻은 요리연구가 맹승주라는 이름이 우리 두부공장과 조합을 한다면 윈윈이 되지 않을까도 싶었고요....



<두부집 둘째딸>이라는 식당이름이 꽤나 인상적이네요?^

부모님에게 저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씩씩하게 살아가는 제 모습이 대견하셨나봐요. 이런 딸이 두부의 참맛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공장도 살고 딸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으셨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언제고 우리집 두부로 두부집을 하고 싶었던 저의 바람도 가세했고요. 

내가 식당을 하게 되면, 어렸을 적부터 이름처럼 불리던 “두부집딸”이라 짓는다고 입버릇처럼 했지요. 그때는 두부집딸이라고 부르면 창피했는데, 나이 드니까 너무 좋고 정겨웠어요. 둘째라고 덧붙인 데도 이유가 있답니다. 어느 분이 “몇째냐?” 콕 찍어 물어오시더군요.  둘째딸이라고 했더니 “두부집둘째딸이네요” 그때 “아하” 했죠... 그래 <두부집둘째딸> 상표까지 야무지게 등록했습니다요^


제가 먹어보니까 여름철이어선지 콩국수가 면발도 부드럽고 콩국물도 고소하며 얼큰하네요. 이집 시그니처 메뉴가 뭔가요?   

우리는 11시 오픈 3시 마감이라서 점심 장사랍니다.  우리는 성동두부에서 매일매일 옛날 맷돌로 갈아 만든 두부와 콩물로 요리를 해요. 손님들은 여름이라 콩국수를 많이 찾으세요. 콩을 맷돌로 갈아 만드니 아무래도 더 진하겠죠?^ 

주 메뉴는 당연히 두부전골이랍니다. 전골의 비법 육수가 그야말로 우리집 비법인데요, 올 이 무더위에도 전골 인기는 여전한 편이에요. 

그리고 우리집은 판매도 겸해요. 맛간장과 논산딸기두부비빔장 등등을요~  맛간장에 볶은 멸치볶음 맛집이라고도 하대요!^ 논산딸기두부비빔장은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신선한 논산 딸기가 들어간 두부 비빔장입니다. 고추장 맛집도 추가인데요^ 이렇게 몇 가지 열거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 엄마에게서 물려받는 손끝으로 요약된다고나 할까요?^



양질의 먹거리는 솜씨도 일품이겠지만, 그에 앞서는 것이 원재료 콩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공장에서 필요한 콩은 부모님과 조카가 콩농사를 직접 짓고 있어요. 부족한 콩은 양촌농협에서 수매하고 있답니다. 식자재에서도 우리는 국내산 로컬재료만을 고집합니다. 메뉴판에 명기해놓았듯, 두부에서부터 미역, 채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국내산입니다. 판매제품인 두부는 물론 콩물, 청국장, 된장, 고추장, 수제청, 신선한 논산딸기두부비빔장과 맛간장 재료도 우리 지역농산물이랍니다. 


그런 내용은 식당 전시대 <두부집둘째딸의 약속>에도 강조가 되어 있네요! 요리연구가 맹승주식문화연구소장으로서 약속인가요?

우리 성동식품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은 장”을 글자 그대로 실천합니다. 두부도 화학식품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지만, 청국장도 그러해요. 청국장 하면 특유의 구린 냄새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성동식품은 우리 특유의 균 관리로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을 생산하고 있답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서 설립된 맹승주식문화연구소는 저와 제 집안 이름을 걸고서 연구하며 강의하는 곳입니다. 한국적 감각과 문화를 음식에 표현함으로써 미각 만족을 넘어 정서적 만족감까지 안겨주는 외식전문브랜드이기도 하죠. 

충남대학교 테크노 CEO 과정과 동대학원 외식산업학과를 통하여 사업가로서 학업의 길을 걸으며 논산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해왔고요, 2021년 봄에는 공주에 <Maeng's Food Culture Lab>라는 디저트&수제도시락을 오픈하였답니다. 



이제는 백제권에서 전국 명소로 입소문나기 위하여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 발돋움해야 할텐데, 요즘 준비하거나 주력하는 게 있다면요? 

<논산딸기 두부비빔장>은 특허 출원 중에 있어요. 입소문으로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논산 대표 상품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되면 참 좋겠습니다. 요즘은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 및 장류 제품개발에 노력하고 있어요.

식당은 국내산 지역 농산물로 맛을 지키며 새로운 찬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동안 오픈 준비로 쉬었던 보자기와 답례품 사업(디저트와 논산딸기두부비빔장, 맛간장 등)도 재개를 준비중이고요..... 


바쁜 와중에도 <인생마시따> 책을 내셨던데, 출판 동기가 있었나요?

강의를 하다 보니 개인적인 질문에 좀 난처한 적도 있었어요. 차제에 살아온 삶을 한번 뒤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었고요..... 저같이 세상살이가 좀 힘겨웠던 사람도 “살아내니 살 만한 인생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고단한 삶을 살아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달큰한 위로가 되면 좋겠네요. 아직 인생의 쓴맛이라고는 모르고 사는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묵직한 배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답니다. 



그 구절은 이 책 맨 끝, 편집자의 글에도 강도되어 있더군요. 디저트 에세이라~ 낯선 장르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한식디저트입니다. 고급한식당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식디저트들요.... 그것과 제 삶을 연결시켜 보았습니다. 할머니의 ‘마시따 마씨따’ 하신 이야기와 추억은 제목 ‘켜켜이 쌓은 사랑’으로 개성모약과와 연관지어 풀어봤습니다. 선친의 두부공장이야기, 특히 친정어머니의 눈물겨운 시댁식구 뒷바라지 이야기는 ‘숨겨진 사랑 찾기’란 제목으로 견과타르트로 풀어내 봤답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곶감단지 레시피와 함께 연결지어지더군요. ‘폭 안겨진 가족’은 육포쌈...  대부분 가족 이야깁니다. 저는 2남 1녀를 두었는데, 딸에게 속내를 내보내는 연애편지랄까요?^


충청도 정서를 보면 밖에서 잘하는 것에 비하여 집에서는 소홀한 편 같은데, 그저 가족가족이군요~^ 맹씨 집안 이야기는 어느 한 집만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집, 내집 이야기인 것 같아서 뭉클해지네요. 맛있게 들었습니다!


[탐방·대담]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