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봉동보건진료소, 건강증진사업 전국최우수상

놀뫼신문
2018-12-10

[탐방] 봉동보건진료소, 건강증진사업 전국최우수상

합창(合唱)으로 정신건강까지 챙기는
봉동리 슈바이처 오택순 보건소장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국 보건진료소 건강증진사업 성과평가에서 논산시 봉동보건진료소가 전국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천안아산 CA컨벤션 별하룸에서 개최된 시상식 후에 봉동보건진료소는 건강증진 사례를 발표하였다. 27년 전 진료소장으로 부임한 이래 봉동리 6개 마을 주민의 가가호호 주치의가 되어온 오택순 보건진료소장을 연무읍 봉동리 보건소에서 만났다.



‘봉동보건진료소합창단’ 이야기


Q : 격하게 축하드립니다. 매년 복지부에서 진료소에까지 주는 상인가요?

A : 보건진료소로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보건소는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건진료소는 우리나라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최말단 행정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에는 시·군에서 어떤 것이든 선정해서 올라갔는데, 복지부에서 보기에 규모가 큰 보건소 사이에서 보건진료소는 빛을 보지 못한다고 여겨서, 올해 처음으로 보건진료소만 우수사례를 모집했습니다. 전국 1,905개의 보건진료소에서 봉동보건진료소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보건진료소는 충남·대전시·세종시 246개, 논산시에 26개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26개의 보건진료소가 있는 곳은, 논산시와 김제시밖에 없습니다.


Q : 보건보다 진료에 초점을 맞춘 상인가요? 정확하게 어떤?

A : 치료는 기본이고요, 이번 상은 건강증진에 대한 시상입니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합창동아리가 단초가 되었지요. 노래는 노래 강사님이 도와주셨고요. 올해 6월 23일 연무읍민 체육대회에서 한복과 버선을 신고 찬조 공연을 했습니다. 그날 유동아 가야곡 지역가수가 우리 공연을 인상 깊게 보고는 ‘탑정호 가요제’에서 〈탑정호 사랑〉을 불러보라 권했습니다. 두 달 동안 서른 명의 어르신들이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네요. 이외에도 우리 ‘봉동보건진료소합창단’은 강경발효젓갈축제와 연산 대추 축제 등에 참여했습니다. 옆에 계신 합창단 참가자 중 최고령이신 손병석(88세) 님과 동네기자 안정혜님을 비롯한 봉동마을 주민과 동고동락한 결과지요.





Q : 합창단의 연령대와 성비도 궁금해요.

A : 65세 이하가 약간 명, 70~80대가 주요 구성원이고 남성은 9명입니다. 노래하기 전후의 건강 변화 상태를 아직 데이터로 산출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분들에게 이전보다 활기는 더 느낄 수 있습니다.
 실은, 우리 봉동리는 저력이 있어요. 2014년과 2015년에 노인의 날 행사에서 충청남도에서 주최하는 실버건강운동 발표에서 우수상을 받았거든요. 복지회관과 주민자치 센터가 함께하는 자리인데 우리 경로당 팀이 2등상 받은 것에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Q : 합창을 하다보니 어떤 점이 좋아지던가요?

A : 합창 연습을 자주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고, 저절로 단합이 되더군요. 주민과 한마음 돼서 2018년 한해 정말 즐겁게 보냈습니다. 우리가 행사에 나갈 때마다 보건소장님 응원과 격려가 있어서 더욱 힘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합창대회를 치르면서 타지에 사는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주 등이 응원하러 오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합창을 통해 단원·가족·세대 간의 화합까지도 자연스레 이뤄지더군요^


Q : 시상식과 사례발표 전날 기분은 어떠셨나요?

A : 다음날 발표를 위해 소감문을 살펴보는데 “회상해보면 감회가 새로워지며...”라는 부분에서 왈칵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동안 어르신들이 한분 한분 마음 모아준 게 참으로 고맙고요, 자잘한 갈등 없이 1년 더불어 보냈다는 것이 너무너무 고마워서요.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나 혼자 뭘 잘해서가 아니라는 걸 절감하게 되니까 더 눈물이 나더라구요~
물론 웃음도 함께였죠. 어제는 “어머니, 감사드려요. 어머니께서 건강하시니까 제가 이렇게 바깥일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거예요.”라고 고마운 인사 말씀드렸어요. 2년 전 아프셨는데 지금은 건강하셔요. 어머니는 허리가 많이 굽으셔서 프로그램에 참여는 하시지만, 무대에 서지는 않으세요. 자기 일 알아서 해주는 아이들 고맙지요. 남편이 제게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쑥스럽지만, 그런 남편이 고맙지요.



‘봉동리 슈바이처’ 이야기

Q : 봉동진료소에서만 27년 근무하셨다는데, 순환근무 같은 제도는 없나요?

A : 제가 30년을 진료소장으로 일했는데 3년만 다른 지역에 있었고 27년을 여기서 하고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순환하는 것은 아니고요, 어떤 지역은 순환이 의무인 곳도 있습니다만. 우리 일의 특성상 주민과 크게 마찰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들 셋을 여기서 다 기르고 키웠습니다.


Q : 이제부터는 진료소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보지요~

A : 낙후된 시골 지역과 마찬가지로 봉동마을은 노인 인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노인성 만성질환이 많아 하루 평균 20여명이 내소하여 진료를 받습니다. 농사일이 끝난 저녁 시간은 TV 시청이 대부분이지요. 2009년 진료소 신축 때 기금 조성액 1억을 투입하여 건강증진실을 마련할 수 있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Q : 봉동마을 인구가 얼마인가요?

A : 7~8년 전에는 1,000여 명쯤 이었지만, 현재 논산시 주민등록상에 외국인을 제외하고 663명 중에서 65세 이상이 265명입니다. 핵가족화 및 사회 구조적인 변화로 독거노인이 91명입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되는 속도가 빨라 정말 놀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삶을 전환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Q :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누가 짜나요?

A : 지역주민에게 설문을 통해서 월요일에 국선도, 수요일에 노래 교실, 금요일에 체조 교실 등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철과 겨울철에 따라 시간은 약간씩 조정됩니다만 저녁 7시 전후로 1시간씩 진행됩니다. 이외에도 봉동 6개 마을 경로당에서 프로그램 11개가 운영됩니다.
프로그램 계획은 제가 나선다기보다는요, 노인회장님께서 어떤 것이 좋을지에 대해 문의해오시면 상황에 따라 조언은 해드립니다. 저는 주민으로서 화요일에 봉동5리 경로당에서 하는 노래 교실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Q :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서 S라인 됐다는 풍문도 있던데요^

A : S라인은 아니고요(웃음), 활력이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진료소장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납니다. 강사는 물론 지역주민의 참여도와 열정이 상당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빠지지 않고 제일 앞에서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요즘 저의 신조는 “날라리가 됩시다!”입니다. 저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지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어제 사례발표 자리에서 합창단 동영상이 나오는데 음악에 맞춰서 제 몸이 움직이고 있더라고요(웃음).


 : 진료소와 주거공간이 붙어 있네요? 주말도 없겠어요?

A : 처음에는 그랬지요. 그러나 지금은 주말은 반드시 지킵니다. 저도 손주가 생기다 보니 놀아줘야 하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사실 제가 지킨다기보다는 주민분들이 저의 주말을 챙겨주시는 거지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 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뒤따랐을 텐데요...

A : 예산이 강사료 지원 이외는 아무것도 없어서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자발적인 각자의 후원에 기대는 것도 부담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노래방 기계를 매번 대여하는 것, 대회 참가 시에 마을 분들의 차량과 물품 지원을 받는 점 등등이요. 크지 않은 범위 내에서 융통성 있는 지원이 아쉬워요. 참, 어제 시장님이 전화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물으시기에, 종무식 때 합창단원 30명을 초대해 달라고 했습니다. 시민여러분과 소통한다면, 저의 애용어 “함께”를 열창하고 싶습니다. “함께 해요, 함께 건강 지켜요, 함께 추억을 만들어요.”




오택순 진료소장의 인상은 미소부터 말씨까지 그늘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1998년 IMF 시절 그녀의 가정에도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고, 3년 전에야 그 빚을 겨우 다 갚았다고 한다. 함께 자리했던 안 선생님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속사정을 결코 몰랐을 거다. 그녀는 진료소 기능 중에서 정신상담 또한 강조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의 경험에서 체득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으로 이기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더욱 공감됐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골 마을 건강지킴이는 한 사람으로도 족하다’란 생각을 했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온 마을을 지키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구심점이 되는 누군가 있느냐 없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 박용신 시민기자